[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지난 4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소식이 들려왔다. 오는 9월부터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차세대 모빌리티 또는 퍼스널 모빌리티로 각광받고 있는 전동 킥보드가 유럽 최대 도시 중 한 곳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은 무엇을 의미할까? 또한 여러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파리에서의 결정을 어떻게 참고해야 할까?

사회 곳곳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 중인 전동 킥보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 곳곳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 중인 전동 킥보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끊이지 않는 사고에 결단을 내린 파리

공유형 전동 킥보드 퇴출을 선언한 프랑스 파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형 전동 킥보드 퇴출을 선언한 프랑스 파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가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킨 배경에는 주민투표가 있었다.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와 문제가 끊이질 않자 결국 투표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따라 파리시는 20개 구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지속할 지에 관한 투표를 실시했다. 총 10만3,084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표가 무려 89%에 이르렀다.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파리시는 전격적으로 공유형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중지시키기로 했다. 그에 따라 파리시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실시 중인 ‘라임’ ‘도트’ ‘티어’ 같은 업체는 올해 9월 1일까지 1만5,000여 대의 전동 킥보드를 회수하고 서비스를 중지해야 한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에는 개인이 소유한 전동 킥보드의 운행 금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결정적으로 투표 참가율이 낮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 이번 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약 130만 명 가운데 약 7%만이 참가했다. 즉, 투표 결과가 파리시 전체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시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퇴출을 결정했다. 

파리시가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킨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리시가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킨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리시의 다소 무리해 보이는 결정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8년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도입한 뒤로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 사고다. 전동 킥보드 한 대당 한 명만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두 명 이상이 탑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파리시는 전했다. 또한, 18세 이상만 공유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 또한 잘 지켜지디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파리에서만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400건 이상 발생했다. 부상자는 459명이었으며, 사망자도 3명에 이르렀다.

 

파리와 다르지 않은 대한민국의 공유형 전동 킥보드 실태

대한민국의 전동 킥보드 실태는 프랑스 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의 전동 킥보드 실태는 프랑스 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실, 파리시의 상황은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도심을 조금만 걸어봐도 곳곳에 방치된 공유 전동 킥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두 명이 한 전동 킥보드에 탑승한 채 위태롭게 달리는 것도 자주 보인다. 국내 전동 킥보드 사고의 대부분이 무면허 10대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1년 5월부터 공유형 전동 킥보드 이용 시, 면허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만 16에 이상이 취득 가능한 원동기장치 면허를 보유한 사람만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공유형 전동 킥보드 사용을 위해서는 운전면허 인증을 하도록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형 전동 킥보드 사용을 위해서는 운전면허 인증을 하도록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대부분이 면허 인증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 시, ‘면허가 없는 경우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뜨지만 그게 전부다. 면허 인증을 거치지 않는 서비스가 많고, 설사 인증을 한다 하더라도 미성년자가 성인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하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2년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용 운송수단(PM, Personal Mobility)을 무면허로 이용하다 단속된 미성년자가 1만924명에 이르렀다. 사고 건수도 늘었다. 20세 이하 무면허 운전에 의한 PM 교통 사고는 지난해 1,096건이었다. 2021년 62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 그러나 실효성은?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 중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 중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형 전동 킥보드로 인한 문제가 끊이질 않자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여러 대책이 시행 중이다. 2020년 11월에는 최고속도 25km/h, 총중량 30kg 미만인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해 인도 보행을 막고 자전거도로로 통행하도록 했다. 2021년 5월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때 운전면허 소지와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면허 인증 체계를 갖추지 않은 업체를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 운전면허 인증 미이행 업체의 전동 킥보드가 지정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방치돼 있을 경우 즉각 견인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보차도 구분된 차도 및 자전거 도로,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장 및 택시승강장, 횡단보도, 점자블록 등을 ‘즉시견인구역’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해당 구역에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방치돼 있을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즉시 견인, 그 외 시간대에는 업체가 기기를 수거할 수 있도록 1시간 유예 조치를 시행 중이다. 

6월 5일부터 서울시에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 사용 시 면허 인증 강화를 위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월 5일부터 서울시에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 사용 시 면허 인증 강화를 위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6월 5일부터는 운전면허 미이행 서비스 업체에 한해 이 같은 유예 조치가 사라진다. 현재 서울시에서 서비스를 시행 중인 업체 8곳 가운데 1곳만 제대로 된 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 업체들로 하여금 면허 인증 체계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면허 인증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운전면허 인증은 의무가 아닌 권고에 가깝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면허 인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시선은 현재 국회에서 머물고 있는 'PM법'으로 향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향후 일정한 요건과 자격을 갖춰야만 한다. 킥보드 이용자와 피해 보상을 위한 의무 보험 가입도 필수 조건으로 바뀐다. 따라서 향후,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고 그로 인해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서비스 시행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정착된다 하더라도 공유형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의미있게 감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프랑스 파리만 하더라도 수년 간 전동 킥보드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결국에는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전동 킥보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리시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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