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과 국가들이 인력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설계에서 제조로 눈을 돌리며 관련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로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중국도 최근 자급자족 전략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재에까지 침을 흘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인재 양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특허 경쟁력과도 직결된 요소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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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 반도체 인력 턱 없이 부족··· 인력 전쟁 예고

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국가 산업으로 키우는 국가에 공통된 문제다.

미국과 중국도 당장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반도체 인력이 약 30만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보도했다.

중국도 자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인력이 향후 최대 2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업의 공장 신설 증설 계획에 대비,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12만 7000명이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이면 공급인력은 6만여 명에 그친다는 얘기다.

산업통상부에 의하면 연간 부족 인력은 약 1600명에 달하지만 한 해 배출인력은 약 650명, 석박사 급 인력은 약 15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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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반도체 법 핵심은 인재 확보”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각국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각국은 기술 인력에 대한 취업 비자 조건을 완화하고 장학금, 복지제도 등으로 인재들을 꿰고 있다.

미국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뒷받침할 방안으로 반도체 인력 육성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미국의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요구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SIA는 R&D(연구개발) 인프라 강화와 기업 간 협동 개발 외에도 노동력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미국의 반도체 법에 최대 혜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은 오하이오에 ‘실리콘 심장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4㎢ 규모의 대단지에 2개의 최첨단 칩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물론 주 내 80개 고등교육기관에 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대학과 커뮤니티칼리지의 커리큘럼 업그레이드, 교수진 교육·채용, 장비 제공 등에 쓰인다. 인텔은 인턴십과 지도·연구 기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인재 전쟁에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뛰어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은 527억 달러(약 72조 409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연구개발과 인력 확보에 132억 달러(약 18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인센티브 지급 세부 계획’에 따르면 전체 75장에 달하는 문서 중 ‘인력’을 언급한 횟수는 131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주제인 ‘반도체’는 116회, '투자'는 115회, ‘시설’은 85회에 그쳤다. 업계 전문가는 “인력 확충이 다른 현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세부 계획에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 신청 자격과 설명이 들어 있다.

세부계획에는 반도체 인재를 키우려는 미국의 속셈이 곳곳에 담겨 있다. 내용을 보면 ‘고도로 숙련되고 다양한 인력이 칩 인센티브 프로그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강력하고 장기적인 인력 전략이 중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는 반도체 기업은 ‘시설인력’과 ‘건설인력’ 등 반도체 인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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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자급자족’ 전략··· ‘인력탈취’에도 혈안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우선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을 통해 인재 확보에 애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반도체산업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맞서 기술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임금을 두 배로 올리고 관련 교육 과정을 크게 늘리는 등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2025년까지 연 20만 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할 전망이다.

난징대학, 칭화대, 선전기술대학, 항저우 과학기술대 반도체 단과대학 및 베이징 대학 대학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상하이의 한 반도체 관련 취업정보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신입급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2018년 약 20만 위안(약 3천780만 원)에서 현재 40만 위안(약 7천560만 원)으로 2배가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배경하에 지난해 중국 내 상위 10개 대학의 반도체학과 석사과정 입학생은 총 2천893명으로 2018년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고, 학부생들도 증가 추세다.

반도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학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분야 취업을 위한 단기 과정을 제공하는 사설 교육기관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력 탈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선 2030년까지 고경력 연구자가 연 6500명 퇴직하고 반도체 주요 기업에서 연 1500명이 퇴직할 예정이다. 이들과 더불어 한국 기업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임원 퇴직 기술자가 중국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국 기술자가 중국 파운드리 SMIC에 약 100명가량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유출 주체의 53%가 퇴직자에서 발생하고 있고 퇴직자당 피해액은 약 430여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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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수도권 학과 증원 필수··· 특허 경쟁력과도 연결

우리나라 기업들도 직접 고급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 7개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9년까지 매년 450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계약학과는 졸업 후 삼성전자 채용을 조건으로 입학생을 모집하는 학부 과정이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서강대·한양대와 손잡고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용인특례시와 ‘용인 반도체 마이스터고등학교 지정·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양사는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과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온라인 교육 과정, 교사의 온오프라인 직무 기술지도 지원, 학생들의 교육 실습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중장기적으로 70여 개의 공장이 새로 지어지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 인텔, 마이크론 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인재를 영입하기도 한다”며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력 쟁탈전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작년 7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범부처 전략으로 ▲기술 발전을 선도할 반도체 혁신 인재 15만 명 달성 ▲ 과감한 규제 혁파 및 지원으로 반도체 정원 확대 ▲ 고급 인력양성에 주력하면서 융합 교육으로 저변을 확대 ▲반도체 인재 양성 중장기 지원 기반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 만큼 균형 발전보다도 우선 인재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웬만한 반도체 시설이 이미 수도권에 있는 만큼 수도권 학과 증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한 회사로만 봐도 연간 6000~7000명의 신입 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재 확보는 특허 경쟁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우리나라의 특허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데 특히 소재 부품 장비 분야는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하고는 경쟁이 안 될 만큼 매우 취약해 인재 양성은 특허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특허 분쟁 사례를 교육과정에 포함해 학생들이 관련 사례에 대해 상세히 공부함으로써 산업의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그를 통해 특허 출원을 하게 하면 추후 특허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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