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합작사 JASM·라피더스, 구마모토·치토세에 공장 건설
‘기술 제일주의’ 매몰 쇠퇴 일 반도체, 미국 지원 업고 반등 바람

[테크월드뉴스=김창수 기자] 일본이 자국 내 대형 칩 제조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나서 공급망 강화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 TSMC와 소니·덴소가 뭉친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은 구마모토, 도요타·키옥시아·소니 등이 연합한 라피더스(Rapidus)는 치토세에 거점을 마련했다. 한때 세계 정상에 올랐으나 무리한 ‘기술 제일주의’로 몰락을 맞았던 일본 반도체산업 중흥 여부에 업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는 2021년부터 JASM 반도체 공장(팹)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완공 목표는 올해 12월이다. 이후 1년간 장비 도입 및 테스트 등을 거쳐 2024년 12월부터 제품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JASM은 같은 지역에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

JASM은 TSMC 해외 진출 사례 중 드물게 합작회사 형태다. 약 20% 지분을 소유한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과 10% 지분을 가진 덴소 등 일본 기업은 모두 JASM 반도체를 납품받을 기업들이다. 

소니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제조사다. 덴소는 도요타 등 완성차 브랜드에 부품을 납품한다. 일본 내수용 납품 목적이라 생산 공정은 22~28나노(㎚) 및 12~16㎚로 최첨단 공정과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반도체 합작사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시 공업 단지에 신규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1월 토요타·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NTT·NEC·덴소·미쓰비시 UFJ은행 등 일본 주요 대기업 8개사 합작법인이다. 글로벌 개발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등에 쓰일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한다.

라피더스는 아직 글로벌 생산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2㎚ 공정 반도체를 2027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다. 한국, 대만과 비교해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해 미국 IBM,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IMEC와도 제휴를 맺었다. 

라피더스는 치토세에서 진행될 연구·개발(R&D) 및 양산 공정에 총 5조 엔(한화 약 49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연구·개발 거점 정비 비용 등으로 700억 엔(약 6900억 원)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한때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다 쇠락한 일본 반도체업계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1970년대부터 대형 컴퓨터용 D램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경기 호황을 타고 꾸준히 성장, 1988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50.3%)이 미국(36.8%)을 누르고 1위였다. 세계 10대 업체에도 6개(NEC·도시바·히타치·후지쓰·미쓰비시·마쓰시타)를 올릴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일본은 완고한 기술 제일주의로 수율에 지나치게 집착, 대량 생산화를 외면했다. D램이 대중적인 PC 및 모바일용으로 진화했지만 고성능 칩 개발에 매달린 것도 고립을 자초했다. 

결국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2010년대 이후 경쟁력을 잃고 경쟁에서 밀려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집계한 지난해 반도체 부문 매출 상위 10개사에 일본 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미-중 분쟁, 중국 대만 침공 위협에 한국, 대만 기업들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뒤처졌던 일본 재도약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일본은 JASM과 라피더스 대규모 클러스터 건설로 본격 공급망 확충에 돌입했다. 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의 탄탄한 협력 기조도 한국, 대만 기업들이 일본 반도체업계를 쉽게 볼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대만 침공에 대비한 미·일 반도체 동맹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IBM과 라피더스 제휴에 이어 최근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사 ARM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시장 점유를 제한하는 반도체 협정, 3년 만에 엔화 가치를 2배로 올린 ‘플라자 합의’로 일본 기업들을 반도체 시장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유례없는 엔저(円低)까지 묵인하며 일본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반도체산업이 다소 반등은 가능하나 1980~1990년대와 같은 전성기를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라피더스가 IBM과 기술 협력을 통해 2㎚ 제품 개발을 선언하며 첨단 기술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이 소·부·장 분야 강점을 지녔고 어느 정도 반도체 제조업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경쟁 구도로는 과거와 같은 전성기를 맞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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