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통화정책 조정, 중 리오프닝 영향 기대···2분기 반등 예상

[테크월드뉴스=김창수 기자] 전방 수요 부진, 공급망 이슈 등 잇따른 악재로 침체를 이어오던 IT 시장의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미 연준(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조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완화, 중국 리오프닝(경제 재활성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전망되면서다.

업계에서는 노트북·TV·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 회복이 주요 부품사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이어 1분기 역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2분기부터는 전년 대비 나아진 실적이 전망된다. 특히 양대 부품사 삼성전기, LG이노텍의 실적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외환위기 이후 첫 감산 계획을 밝힌 것도 부품·장비주 등 관련 산업 상승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업황의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인플레 완화 조짐에 글로벌 수요 회복 감지

국내외 금융·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세로 돌아서고 경기침체·고물가에 따른 과잉 재고 소진 및 신제품 출시 효과에 힘입어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전망은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재화를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 과정 중에 있다”고 물가 상승률 완화를 공식 언급한 것에 따른 것이다. 연준은 지난 3월 22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나 오는 5월 추가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데 시장의 의견이 모인다.

미국 투자회사 베리타스 파이낸셜 그룹 그레그 브랜치 이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미고용보고서(ADP) 지표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지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모두 연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다”며 “연준이 여기서 끝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완화와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도 경직된 시장 수요를 촉진, 적체 재고를 줄이고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연준은 인플레이션 조정을 통화정책 최우선 목표로 여기는 듯하다”라며 “그간 끈질겼던 인플레도 마침내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 리오프닝은 인플레 완화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처럼 초과저축 여력이 많지 않고 정부 부양 의지도 적극적이지 못해 (중국 리오프닝이) 글로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침체 겪었던 IT·전자 수요 ‘꿈틀’

인플레 완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켜며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IT·전자기기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단 관측도 제기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노트북용 패널 출하량은 4630만대로 전분기 대비 19.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4분기 글로벌 노트북용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4·4분기 대비 10.4%, 전년 동기 대비 45.6% 감소한 3870만대에 그치지만 2·4분기 기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끝낼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관측했다. 

주요 제조사들이 2·4분기까지 재고 조정을 완료하는 가운데 중국 내수 경기 회복세도 기대된단 분석이다. 노트북 제조사들은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할인 행사 ‘618 쇼핑축제’ 프로모션에 대비해 패널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설명했다.

또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유럽 인플레이션 완화, 중국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내수회복 영향에 노트북용 패널 출하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제조사의 최근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가 활발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은 올해 2억 6000만 달러(한화 약 3408억 원)에서 연평균 30% 이상 성장, 오는 2027년 11억 1000만 달러(약 1조 4500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분야 1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만나 IT와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우디, BMW에 이어 최근 페라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차세대 자동차 모델에 탑재할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하고 페라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G전자로부터 1조 원을 차입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그룹사가 전장사업을 집중하는 만큼, LG디스플레이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에 30인치대 차량 OLED를 납품한다. 지난 2021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세단 ‘EQS’에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2023’에서는 업계 최초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투명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혁신적인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이 탑재된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기반으로 수주형 사업 매출 비중을 2026년까지 70%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증가로 관련 매출이 2022년 1조 6000억 원에서 2025년 3조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LG이노텍 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LG이노텍 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 ‘부품사 2강’ 삼성전기·LG이노텍 기상도 ‘맑음’

전방 IT업계 수요가 살아남에 따라 국내 반도체 부품업계 양강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 올해 1분기 실적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2조317억 원, 영업이익 1257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2.36%, 영업이익은 69.3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LG이노텍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조7582억 원, 영업이익 1945억 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41% 증가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47.02%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하반기 회복 상승 여력을 높게 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 위주 출하 호조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부품 수요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라며 “초소형·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2억 화소 카메라 모듈 공급으로 유의미한 판가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LCC 재고 정상화가 임박했단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기 MLCC 재고 정상 수준은 40일인데 최근 이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MLCC 업황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애플 아이폰 의존도가 높은 기판 사업부 실적 부진이 예상돼 대조를 이뤘다. 아이폰 글로벌 1월 판매량은 208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그러나 3분기 이후 아이폰15가 출시되면서 LG이노텍 실적도 크게 반등할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15 사양 변화와 물량 증가로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 대비 916% 증가하고, 전년 동기 대비 57.2%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감산’ 선언, 시장 활황·수요 증가 이끈다

지난해 이어 ‘혹한기’가 이어진 반도체 시장 또한 삼성전자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첫 감산을 공식화한 가운데 업황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 감산 선언으로 부품·장비 등 연관 산업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4월 7일 지난해 대비 대폭 악화한 실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63조 원,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75% 줄어든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고객사의 재고 조정,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는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연구개발) 비중 확대 외 공급성 기확보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삼성전자 감산 발표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요 관련주인 ▲한솔케미칼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피에스케이 ▲유진테크 ▲한미반도체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감산 결정이 반도체 업황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감산으로 재고가 감소하고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부품·소재사 등 유관 업계도 점차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1등 기업이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라며 “수요와 무관하게 낸드(NAND)는 올해 3분기, 디램(DRAM)은 3분기 후반에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경쟁사들의 보수적 투자 및 실적 전망으로 업황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며 “삼성전자 물량 감소도 긍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소비심리 완화를 속단할 수 없으며 큰 흐름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완화, 중국 리오프닝, 삼성전자 감산 등 일련 흐름이 긍정적 신호는 맞다”면서도 “2분기 이후 소비심리 완화는 국내 상황 이야기인데 반도체의 경우 대부분이 해외에서 소비된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글로벌 수요를 견인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감산도 생산량을 얼마간 하향 조정하겠단 것으로 가격 반등과 같은 실제적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우상향을 앞둔 것은 사실이므로 상승세가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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