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중국이 LCD 산업에 이어 OLED 분야까지 우리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는 있지만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를 언제까지 기술로 대항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OLED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시급히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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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LCD 시장 1차 격돌, 저가 가격에 후퇴한 삼성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LCD 디스플레이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 지난 해 6월 완전히 사업을 중단했다.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까닭이다. 한국은 10년도 안 돼 대형 LCD 시장에서 중국에 전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술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저가 물량 공세, 낮은 기술 장벽 2가지를 꼽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LCD 사업 지원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중국 액정 디스플레이패널(LCD) 시장동향’을 보면, ▲2012년 신형 디스플레이 과학기술 발전 12.5 ▲2014~2016년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행동계획 ▲2016년 정보산업 발전지침 ▲2017년 전략적 신흥산업 중점제품 및 서비스 지도 및 외상 투자산업지도목록 ▲2019년 초고화질 영상산업 발전 행동계획 등에 LCD 사업 지원 정책이 담겼다.

정책 대부분은 ‘R&D(연구개발), 생산라인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지원’으로 구성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BOE의 일부 대형 LCD 공장은 정부 지원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최대 45%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저가 중심의 물량 공세에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진단한다. 이 기간에 국내 LCD 사업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이 초기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든 시점에는 LCD를 이해하는 인재가 많지 않아 기술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뛰어든 2010년대 초반은 이미 LCD 기술이 고도화된 상황이었다. 공정 자체도 어느 정도 ‘표준화’가 진행됐고, 기술 유출도 상당했다. 기술 장벽이 낮았다는 얘기다.

한국신용평가는 중국의 시장진출 당시 LCD는 이미 장기간의 기술개발로 공정 표준화가 이루어져 업체 간 품질이 거의 균일해 중국 업체가 단기간 내 안정적 수율을 확보할 수 있었고, 캐파(CAPA) 증설은 곧 양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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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OLED도 넘봐

중국은 LCD 패널에서 기술을 추월한 전략으로 OLED 패널 기술도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과 중국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각각 61%,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 2년간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LCD 때와 동일한 전략으로 OLED 물량을 쏟아내며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OLED 시장 급성장 배경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의 매출원가율 차이가 10%포인트 이상이라는 점을 보면 법인세 인하 등 중국 정부의 지원 규모를 대략 알 수 있다.

BOE 홈페이지 최근 IR자료(2021년 1Q~3Q)를 보면 2021년 3분기 기준 BOE 매출원가율은 67.9%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 매출원가율은 81.0%,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73.3%이었다.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OLED마저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수출뿐 아니라 고용, 후방 산업 등에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수출이나 GDP 등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부가가치 생산과 고용 기여도도 높은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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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초격차 투자로 OLED 기술력 확보 안간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를 찾았다. 이 회장은 이날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은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근 글로벌 불황과 중국의 거센 추격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초 디스플레이 초격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OLED를 노트북과 모니터, 나아가 TV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월 초 이를 구체화하는 투자 계획과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대형 OLED 제조를 위한 8세대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조 공정의 핵심인 증착 기술까지 선정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중심 사업 체제를 본격화하고 QD-OLED 패널의 월 3만 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2024년까지 월 4만 5000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량 확대로 QD-OLED 올해 출하량을 전년 대비 26.5% 이상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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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전쟁, 기술격차 벌릴 기회 될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디스플레이 분야로까지 확전될 조짐을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과 패널 생산능력 증강에 있어 중국이 우위를 점유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로도 부품 및 장비 수출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미국 정부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제재는 첨단 기술인 OLED 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T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 분야에서 소재와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가 이뤄지면 중국이 올레드 기술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선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와 난징, 옌타이 등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 미국의 제재가 중국 지역에 있는 생산시설로 확대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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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국가전략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까지 확대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올해 초 발표했다.

조특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국가전략기술’범위에 디스플레이 분야를 신설하고 시설 투자 기업에 세액 공제율을 대폭 늘렸다.

정부는 반도체(20개)와 이차전지(9개), 백신(7개) 등 3개 분야 36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R&D 비용과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왔는데,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에 국가전략기술에 추가된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나노소재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용 증착·코팅 소재 ▲박막 트랜지스터(TFT) 형성 장비·부품 등 5가지 차세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이다.

조특법 개정안을 보면 디스플레이 시설 투자에 대해서 대기업, 중소기업 각각 15,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투자 증가분에는 10%의 추가 세액공제가 이뤄진다.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율도 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에 이른다.

국가전략기술 지정뿐 아니라 대폭적인 금융지원도 예고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디스플레이산업에 90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는 국내 디스플레이의 세액공제 혜택은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적지만 의미는 있다면서 기술력 확보를 위해 디스플레이 역시 인력 관련 정책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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