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제재 후 실적 부진···중 산업 활성화, 재기 변수로

[테크월드뉴스=김창수 기자] 하이실리콘이 미국 대중 제재를 딛고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나와 관심이 모인다. 2019년 시작된 미국 규제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진 하이실리콘은 중국 내 ‘반도체 굴기’와 내수 산업시장 활황을 계기로 재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하이실리콘]
[사진=하이실리콘]

미국 규제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 하이실리콘의 재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의지와 내수 시장 활황에 의해서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는 15일(현시지각)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하이실리콘의 경영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타임스는 “하이실리콘은 과거 반도체 노드 공정·대량 생산 측면에서 애플과 비교되는 몇 안 되는 IC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회사)였다”면서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역량이 크게 약화됐는데 과거 영광을 재현할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화웨이 미국산 반도체 구입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부여했던 대(對)화웨이 수출 허가 전면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 매체는 또 반도체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하이실리콘의) 통합 팬아웃(InFO) 웨이퍼 레벨 패키징 기술을 바탕으로 과거 TSMC가 고급 처리 패키징 기술을 애플에 제공할 수 있었다”며 “이로써 TSMC는 아이폰 ‘A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독점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퀄컴·미디어텍 등 다른 팹리스 업체들도 InFO 패키징 기술을 고려했으나 비용 문제로 실제 채택하진 않았다. 하이실리콘은 네트워크 칩에 2.5D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기술을 과감하게 적용, 미국 제재 전까지 TSMC 주요 고객사로 등극했다.

CoWoS는 인쇄회로기판(PCB) 대신 인터포저라는 판 위에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를 올리는 패키징이다. 기존 공정보다 실장 면적이 줄고 칩 간 연결이 빨라 고성능컴퓨팅(HPC) 업계에서 각광받았다.

이후 미국 대중 제재를 겪으며 하이실리콘은 급격히 내리막을 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규제가 본격화한 지난 2021년 1분기 하이실리콘 시장 점유율은 2.7%에 그쳤다. 전년도(18%)에 비해 급감했다. 최근에는 점유율이 0%대까지 주저앉았다.

또 하이실리콘에서 일하던 많은 직원들이 JCET(Jiangsu Changjiang Electronics Technology) 등 다른 후공정 제조사로 이직하는 등 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디지타임스는 보도했다.

한편 디지타임스는 이러한 악조건 가운데도 하이실리콘이 자국 ‘반도체 굴기’를 바탕으로 재기를 노린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디지타임스는 “미국의 끊임없는 방해에도 중국 반도체업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대만 반도체 회사들은 지정학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면에서 중국과 대만 반도체업계는 경쟁이자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오포(OPPO)는 이미 4나노 선단공정 AP 개발 단계에 진입했고 자회사 제쿠(ZEKU)는 이미지 신호 처리(ISP)칩 개발에 성공했다”며 더불어 제쿠의 하이실리콘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 광폭 행보와 연계된 자국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로 인해 부진에 빠진 하이실리콘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끝으로 디지타임스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술적인 면보다 국제 정세 위협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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