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부족 대응 위한 관리 방식 변화 필요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정부가 최대 69시간까지 연장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근로 시간 유연화’에 대해 IT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근무 여건 악화는 이탈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과거에 비해 높아진 개발자 위상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크런치 모드는 불가능하다. 산업 전 분야에 디지털 전환 열풍으로 개발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업이 개발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개발자 역시, 전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불리한 근무 여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한 개발자는 “기업 입장에서 제품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크런치 모드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개발자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갈 곳이 너무 많다”며 “정부가 제시한 69시간제가 도입되는 곳에서는 개발자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일정이 빠듯할 경우,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개발하고 있다”며 “69시간 유연 근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게임업계에서도 크런치 모드 도입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코로나 전과 후의 IT 업계의 개발자 수요, 공급으로 볼 때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기업에서는 개발자의 이탈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크런치 모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이 1순위로 꼽은 채용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49.3%)이다. 증가한 개발자 수요에 공급도 증가했지만, 우수한 개발 능력을 갖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IT 업계 특성상 출시 시기에 맞춰 업무 가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포괄 임금이 아닌 수당을 지급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정책 도입에도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20년 ‘사이버펑크 2077’은 개발 과정 중 크런치 모드에 들어갔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아담 바도스키 스튜디오 헤드는 추가 근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유연하게 근무하고 출시 시기가 다가올 때 집중하는 주기적인 사이클 환경은 이미 조성됐다”며 “합법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든다고 해서 퀄리티가 나아질까 하는 의문도 들고, 근무환경만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근무 시간만 늘린다고 퀄리티가 좋아질 것이었으면 사이버펑크 같은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발자 부족 및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발 과정의 관리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을 소스 코드를 활용하고, 복원하는 등 공수를 줄여 개발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소모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이 소모적이기 때문에 소스 코드를 재활용하기 어렵다”며 “이런 과정에서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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