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노태민 기자]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와 EDA 수출을 제한했고,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의 전략 무기화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일본, 유럽의 정책도 이어졌다. 이를 통해 일본은 ‘래피더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은 ‘래피더스’를 통해 2027년까지 2nm 이하 반도체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TSMC는 3nm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반도체 양산에 성공했으며, TSMC는 3nm 반도체 양산 준비는 끝났지만, 고객사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미국의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장비·EDA 수출 제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올 한 해 미국은 다양한 견제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어, 자국 및 동맹국 기업에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 제한까지 요청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 업체에 14나노미터(n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 제한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ASML과 일본 니콘 등에는 DUV 장비조차도 중국에 판매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가 보다 광범위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DUV 장비는 선단 공정이 아닌 숙성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비뿐 아니라,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도 수출 통제에 나섰다. EDA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로 케이던스, 시높시스, 지멘스 등이 제작한다. 칩 자체의 구조와 기능부터 생산 방식, 검증까지의 전체 과정을 설계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다. 최근 미국은 3nm 반도체 설계용 EDA의 중국 수출을 제한에 나섰다.

AI 및 HPC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도 수출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이 조치로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의 산업에서도 중국은 핵심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성장이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엔비디아, AMD의 GPU 및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해왔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통해 육성한 자국 신생 기업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비런테크, 베이팡화창, 상하이중웨이 등이 기대주로 꼽히지만, 미국의 경쟁사들과는 현재 수 년 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nm 반도체 양산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TSMC보다 빠르게 3nm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GAA(Gate All Around) 공정을 적용한 3nm 공정의 HPC용 ASIC 초도 생산에 성공했다. GAA 공정은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싼 구조로 핀펫(FinFET) 구조와 비교해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고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 및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nm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nm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nm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nm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 45% 절감, 성능 23% 향상, 면적 16%가 축소됐고,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가 축소된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3nm 양산을 발표하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핀펫(FinFET), EUV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고, 이번에 MBCFET GAA기술을 적용한 3nm 공정의 파운드리 서비스 또한 세계 최초로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공정 성숙도를 빠르게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경쟁자인 TSMC도 3nm 반도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TSMC는 GAA 기술이 아닌 FINFELX를 적용해 3nm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TSMC의 3nm 양산은 지난 7월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고객사 확보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연말까지 양산을 연기했다.

◆ 삼성·SK의 대규모 미국 투자

삼성전자와 SK가 국외 반도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잡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향후 20년에 걸쳐 약 250조 원을 투자, 반도체 공장 11곳(오스틴 2곳·테일러 9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며, 테일러에도 170억 달러(22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예정된 11개 공장이 더 들어서면 미국은 한국과 함께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거점이 된다. 이중 일부 공장은 2034년께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이후 10년에 걸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SK도 미국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미국에 220억 달러(29조 원)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150억 달러(20조 원)가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건설, 미국 대학과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등에 쓰일 예정이다.

◆ 메모리 반도체 겨울…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IT 수요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감산 발표도 이어졌다.

지난 11월 마이크론은 2023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올해 6~8월 대비 2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감산 계획을 밝히며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될 것을 예고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대비해 9월에 내년 설비투자액을 3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산제히 메흐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은 재고 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과감하고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살피며 필요에 따라 추가 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0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5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설비투자액은 7조~8조 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日 최첨단 반도체 생산위해…대기업 8개사 ‘래피더스’ 설립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일본의 깜짝 발표도 있었다.

토요타, 소니, NTT 등 일본 주요 대기업 8개사가 자국 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11월 ‘래피더스’를 공동 설립했다.

래피더스는 HPC, AI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반도체를 일본에서 양산할 계획으로 2025년에는 2nm 반도체를 2027년부터는 2nm이하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본은 올해 안에 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를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2025년 양산 가능한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국의 연구 성과를 양산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래피더스가 담당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래피더스를 설립하게 된 것은 차세대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대만 등에 의존하고 있는 생산 능력을 자발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결정이다.

래피더스는 2030년에 반도체 설계 사업에 진입하고, 향후 다른 기업들의 출자 및 협력 체계 구축 등도 추진한다. 일본 정부도 R&D 거점 정비 등을 위해 700억 엔(6660억 원)을 보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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