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미세화, 비용 상승 불러…빅테크 외 참여 곤란
수요기업 핵심 IP만 설계, 기타 IP는 설계 플랫폼이 제공
[테크월드뉴스=노태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커스터마이징 수요와 반도체 개발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AI 반도체 설계 플랫폼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핵심 IP를 제외한 부분을 플랫폼이 지원해 반도체 설계를 효율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AI 반도체 커스터마이징 수요는 ‘무어의 법칙’이 무너지면서 증가했다. 종전의 범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한 것보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제작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MIT 컴퓨터 사이언스 AI 랩의 닐 톰슨(Neil Thompson)과 스벤야 스파누스(Svenja Spanuth)에 따르면 범용 반도체의 성능 개선은 한계에 달했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특정 분야를 위한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범용 이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생산 수량 확보는 걸림돌이다.
커스터마이징 반도체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반도체 설계에 직접 뛰어든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테슬라, 알리바바 등이 대표적으로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AWS는 고성능컴퓨팅(High-performance computing, HPC)용 칩 ‘그래비톤’ 구글은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해 자사 클라우드 서버에 적용했다.
글로벌 빅테크를 필두로 반도체 커스터마이징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반도체 설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미세화에 따른 설계 비용 증가로 빅테크를 제외한 기업의 참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설계 플랫폼 활용을 강조한다. 반도체 핵심 IP를 제외한 IP를 플랫폼에서 제공해 개발비용과 기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2022 인공지능 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에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플랫폼 기반의 AI 반도체 개발’의 효율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며, 설계 플랫폼 이용 시 반도체 설계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각각의 기업이) 반도체 설계 시 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중복된 프로세스가 많기 때문이다”라며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이용하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설계 플랫폼은 다양한 칩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IP(설계자산)을 제공함으로써 설계의 효율성을 높인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세미파이브의 설계 플랫폼을 이용한 14나노미터(nm) AI 반도체의 경우, 기존 설계 방식 대비 설계 비용은 63%, 기간은 48% 개선했다.
반도체 설계 플랫폼 시장 참여도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베리실리콘, 패러데이, 마블 등의 기업이, 국내에서는 세미파이브를 비롯한 가온칩스, 코아시아 등이 시장에 진출했다.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와 같이 설계 플랫폼도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대에서다.
조 대표는 “다양한 산업군에 AI 반도체가 적용되고 있고, 반도체 제작을 원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설계의 복잡성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러한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파운드리 산업처럼 설계 산업도 설계 플랫폼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