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펙 CEO “스포츠 프로그램 미래, 도박∙게임∙메타버스에 있어”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시가 총액 2592억 달러(약 314조 3577억 원)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등 새로운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전화 회의)에서 “디즈니는 (회사가 소유한 케이블 방송사인) ESPN의 유료 구독자를 위해 온라인 스포츠 도박 시장에서 더 큰 입지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현재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ESPN의 유료 TV 구독자 수 감소 때문이다. 지난 1월 디즈니가 연례 보고서에서 밝힌 ESPN의 유료 TV 구독자 수는 6400만명으로 2011년 1억 10만 명(2021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보다 36% 줄었다. 

이는 디즈니 산하에 있는 또 다른 케이블 방송사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지난해 유료 가입자 수(1억 8400만 명)보다 2.9배 적은 수치다. ESPN이 미국 최대 규모의 케이블 방송사였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디즈니 5대 사업부 중 하나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에 소속된 방송 채널 중 ESPN이 갖고 있는 구독자 수가 가장 적다. (사진=디즈니 2021 연례 보고서)
디즈니 5대 사업부 중 하나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에 소속된 방송 채널 중 ESPN이 갖고 있는 구독자 수가 가장 적다. (사진=디즈니 2021 연례 보고서)

S&P “ESPN, 구독자 다시 늘어날 가능성 없어”

특히 ESPN은 최근 5년 동안에만 1300만 명의 가입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스콧 로브슨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연구원은 영국 유력 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ESPN 구독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ESPN이 디즈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었다. 30일(현지 시간)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ESPN은 최근 30억 달러(약 3조 6360억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디즈니 5대 사업부 중 하나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 지난해 총 매출인 509억 달러(약 62조 원)와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케이블 방송이 잘나가던 2010년대 초 디즈니 영업이익에서 40%를 ESPN 혼자 벌어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에 모회사 디즈니는 2019년 11월 디지털로 무대를 옮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였다. 또 다른 OTT인 ESPN+도 출시했지만 이쪽으로 구독자가 넘어올수록 오히려 ESPN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케이블 TV 구독 단가가 OTT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도박 사업, 브랜드 이미지 악영향 줄까

일각에선 디즈니의 스포츠 도박 산업 진출이 ‘가족 친화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밥 차펙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젊은 소비자층은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스포츠 도박이 디즈니를 성장시킬 것”이라며 “스포츠 프로그램의 미래는 스포츠 도박과 게임 그리고 메타버스(가상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산업에 진출하면 젊은 구독자를 더 늘릴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디즈니가 해당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미국 스포츠 도박 시장이 같은 해 9억 달러(약 1조 886억 원)에서 오는 2033년 390억 달러(47조 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스포츠 팬 34%, 매주 스포츠 도박 즐겨

미국에는 스포츠 도박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암페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팬의 34%가량이 매주 스포츠 도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출하는 금액은 주당 평균 51달러(6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도박 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해당 산업의 미래는 밝다. 지난 1월 미 온라인 매체 프론트 오피스 스포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도박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6배 급증한 527억 달러(약 64조 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스포츠 도박 업체들이 전체 매출의 8%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에 스포츠 도박 산업이 머지않아 미국 전역에서 합법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면 막대한 세금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미국 네바다 주와 뉴저지주에서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됐다. 지난 2월 LA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등 일부 대형 주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앞두고 있어 해당 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BOA “숏폼 동영상 인기,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사업 진출한 이유”

숏폼 동영상(10분 안팎) 인기도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산업에 진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제시카 레이프 에를리히 BOA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기 전체를 다 보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는 디즈니에게 스포츠 도박 사업에 진출할 이유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최근 OTT 인기로 ESPN을 비롯한 방송사의 시청률·광고 경쟁력이 떨어지자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향후 경기별로 도박판을 열어 시청자를 TV 앞에 모을 심산이다. 더버지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를 위해 수억 달러의 투자를 하는 대신 제3자와 협력할 계획이다. 

스토리리빙 주택단지 상상도. 사진=디즈니
스토리리빙 주택단지 상상도. 사진=디즈니

디즈니, 고급 주택단지 만든다

디즈니는 밥 차펙 CEO가 언급한 스포츠 도박∙게임∙메타버스 외에 부동산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디즈니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에 ‘스토리리빙’이라는 주택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해당 단지는 주택과 편의 시설에 디즈니 특유의 디자인을 적용한 고급 거주지다.

부지 면적은 9만 9000㎡로 약 3만평에 이른다. CNN에 따르면 단지 내엔 1900여채의 주택과 아파트, 수영장, 클럽하우스, 해변 공원, 복합쇼핑몰 등이 조성된다.  

디즈니는 입주자가 멤버십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세미나 등에 참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지 내에 55세 이상 입주자를 위한 주택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디즈니는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신생 기업도 육성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디즈니가 신생 기업 인큐베이터인 ‘테크스타’와 유망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14년에 시작했다.

케빈 메이어 월트디즈니 DTCI담당 사장(현 바이트댄스 COO)은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로 성장 기회를 찾는 창업가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최고 전문가를 엮어 새로운 혁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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