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M 합작사 170억 공급 계약 내용 담아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배터리 생산 장비회사 에이프로가 얼티움 셀즈와의 계약 내용을 31일 공개했다. 에이프로는 지난 5월 얼티움 셀즈와 충∙방전기(배터리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만 담은 '깜깜이' 공시를 했다. 

계약금과 같은 핵심 내용이 빠졌던 이 공시는 고객사와 비밀유지계약(NDA) 때문에 관련 내용을 밝히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에이프로는 당시 공시를 통해 수주 규모가 대규모였음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31일 공시 내용에 따르면 에이프로는 지난 5월 얼티움 셀즈와 1461만 달러(약 174억 원)가 넘는 규모의 충∙방전기(배터리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33.7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얼티엄 셀즈는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LGES)과 제너럴모터스(GM)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다. 지난 24일 LGES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LGES가 얼티엄 셀즈를 통해 2025년 미국에서 생산하려는 배터리 용량은 80기가와트시(GWh)다. 이는 LGES 미국 내 전체 생산 계획(160GWh)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이프로가 얼티움 셀즈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전날 동종 업체인 아바코가 같은 고객사와 282억 원 계약을 성사시킨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적은 규모다. 하지만 아바코가 수주한 금액이 지난해 매출에서 14.1%를 차지하는 규모임을 감안하면 에이프로 계약이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큰 셈이다. 

그럼에도 에이프로가 수주 당시 통상적인 공시와 달리 양사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그러면서 공시 유보 사유에 관해 "경영상 비밀 유지"라고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해당 계약이 양사의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체결된 NDA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한지 7개월이 지난 후 구체적인 수주액을 밝힌 이유는 이날부로 공시 유보기한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 계약을 NDA로 한 이유는 에이프로가 얼티엄 셀즈에 공급한 충∙방전기가 검사 과정에서 활성화 공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밝히면 영업 기밀을 누설하는 셈이 돼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NDA가 공시 제외 대상임에도 에이프로가 양사의 계약 체결 사실을 밝혔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급 계약 공시가 곧 대규모 수주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공시규정에서 특정 기업이 최근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계약을 맺으면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달 26일 에이프로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49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다시 말해 양사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 알려도 지난해 매출의 10%인 49억 원 가량을 수주했음을 강조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3분기(7~9월) 매출이 6억 원에 그쳤던 에이프로는 해당 계약으로 인해 4분기 IR에서 전 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얼티엄 셀즈 1공장 충∙방전기 공급분은 4분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며 “공장이 완전히 가동하는 시점까지 매출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에이프로의 경쟁사인 중국 한커가 미국으로 들어가긴 환경적으로 쉽지 않다”며 “그만큼 에이프로가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 업계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에이프로 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56.7% 급증한 768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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