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보험이 기술을 만나 스마트해지고 있다. 떠오르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의 주체는 대형 보험사, IT 대기업, 신생 AI(인공지능) 업체 등이다. 다만 의료계에선 개인 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인슈어테크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분야엔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결제까지 하는 ‘AI 챗봇’(채팅 로봇)이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 거래 증가 ▲인건비∙관리비 절감 ▲실시간 고객 응대 등의 장점으로 인해서다. 대표적인 기업엔 크레디아 그리꼴, 내셔널-네덜란드 HDFC 라이프, 악사 등이 있다. 

챗봇을 넘어 ‘음성봇’ 상담원도 등장했다. 음성봇은 사람의 음성을 문자로 실시간 변환하고 글자를 보이스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20분가량의 학습만으로도 개인별 억양을 따라한다.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구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음성봇을 선보인 회사는 현대해상이다. 보험 계약 대출의 심사와 실행을 한 번에 처리한다. 보험 계약의 완전 판매 모니터링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음성봇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심사에 걸리던 시간은 기존30~40분에서 5분 내외로 대폭 줄었다. 

해당 AI엔 STT(Speech to Text)∙TTS(Text to Speech)∙RTP(Real Time Protocol) 기술이 적용됐다. STT는 고객의 목소리를 문자로 바꾸고 TTS는 대화를 음성으로 출력한다. RTP 패킷(데이터의 전송단위)으로 수신된 음성은 gRPC(google Remote Procedure Call)라는 오픈 소스(프로그램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것)를 이용해 STT를 처리한다.  

음성봇에 적용된 사용자 환경(UI)은 챗봇의 중도 개입, 실시간 상담 열람을 지원한다. 음성봇으로 진행한 대화의 정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텍스트화하기도 한다. 또 대화 내용을 분석해 사전에 정의된 체크포인트 가운데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탐지할 수 있다. 

현대해상과 같은 기존 보험사 외에 IT 대기업도 인슈어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예는 카카오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가 자회사로 설립 추진중인 카카오손해보험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격을 예비 허가했다. 연내 본인가를 통과하면 내년 1분기(1~3월)에 관련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카카오톡으로 보험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IT 대기업이 보험업에 나선 사례는 카카오가 처음이다. 경쟁사인 네이버∙토스는 타 보험사가 만든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자로 영업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보험이 결합된 핀테크(금융 기술) 주도의 디지털손보사 설립도 국내 최초다. 

카카오손해보험의 초기 자본금은 1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IPO(기업 공개)로 유입된 자금(신주모집 대금) 중 1500억원을 오는 2023년 손보사의 운영 자금을 위한 자본 확충에 쓸 예정이다. 회사는 사업개시 후 2년 내에 유상증자(기업이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파는 것)도 예정하고 있다. 

이를 재원으로 카카오손보는 인슈어테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투자를 전개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은 단순한 상품부터 시작해 자동차∙장기 보험에 이르는 다양한 보험의 심사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손보의 롤모델은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인슈어테크 기업인 미국 ‘레모네이드’다. 2015년 설립된 레모네이드는 판매 중개인 없이 관련 기술로 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레모네이드의 AI 적용 분야는 ▲대고객 업무 ▲보험 사기 예측 ▲위험 요소 탐지∙반응 등이다. 이 중에서도 주택소유자∙임차인 보험, 애완동물 보험과 같은 대고객 업무가 주력 상품이다. 회사의 챗봇인 ‘마야’와 소프트웨어 ‘짐’은 각각 가입∙결제, 보험금 지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마야와 짐이 업무를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1분30초, 3분에 불과하다. 

보험 사기 예측 시스템인 ‘포렌식 그래프’는 회사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2019년 1분기 87%에서 지난해 3분기 72%로 15%포인트(p) 개선했다. 고객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AI를 활용한 위험 측정이 고도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쿠퍼’라는 AI봇은 수만 번의 시험을 시행하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을 분석, 산불과 같은 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후 피해 지역의 광고와 판매를 차단한다. 최근 발생한 여러 자연재해에 언론 보도보다 빠르게 반응했다는 것이 다니엘 슈라이버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CNN의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7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지 1년도 되지 않아 50억달러(약 5조7975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에 카카오손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보험 추천 기업인 보맵 등 많은 업체가 레모네이드와 같은 회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의료계의 강력 반발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의료계의 주장을 종합하면 환자의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회사가 이를 가입이나 지급 거부 등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그러나 반대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기관에서 병원비를 청구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간소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며 “의료계의 반발로 간소화 시스템조차 세계적인 기업들에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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