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생한 영상, 투명하고 휘는 디스플레이, 친환경적이면서 더 값싼 디스플레이, 심지어 허공에 영상을 만드는 홀로그램 등 미래의 영상 기술이 현실로 가깝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있다. 무엇보다도 디스플레이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의 변화 없이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꿈꿀 수는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의 대중화는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영상 전달 장치가 아닌 컴퓨터의 기능을 포괄하는 포스트PC의 시대의 도래를 가능케 하였다. TV, 모니터, 노트북, 휴대폰간의 뚜렷하던 구분선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고, 구글 글라스나 스마트 워치와 같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기의 등장이 예상되기도 한다.

가장 활발한 연구, OLED
실감나는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소재는 OLED 소재이다. OLED 기술은 모바일 용도로는 이미 대중화되었고, 최근 LG와 삼성이 OLED TV를 양산하며 대형 디스플레이로 그 영역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OLED 기술은 LCD 대비 색재현율, 명암비, 시야각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화질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LCD가 액정 소재와 다양한 필름,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반면 OLED는 스스로 빛을 내고 그 세기를 조절한다. 그렇다 보니 OLED소재가 디스플레이 제품의 성능을 크게 좌우할 수밖에 없다. 소재가 담당하는 역할이 커진 만큼 기존 액정에 비해 합성의 난이도는 높아졌고, 소재에 기인하는 공정상의 해결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OLED 소재 기업들은 더 오랜 수명, 더 높은 효율, 더 깊은 색감의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저마다 신규 소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같이 OLED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기존 LCD에 적용하여 OLED 수준의 QD(Quantum Dot, 양자점)1도 관심을 끌고 있다. 3M과 Nanosys의 QDEF(Quantum Dot Enhancement Film, 양자점 성능 향상 필름)는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3'에서 최고상을 받은 바 있다.

3M은 QDEF를 내년 2분기부터 대량생산할 예정이다. 이 필름은 파란색의 LED 빛을 입자 크기에 따라 빨강색과 초록색으로 바꾸어 주어, 원래의 파란색 LED 빛까지 포함하여 빛의 삼원색2인 RGB를 모두 구현하게 된다. QD재료는 OLED와 마찬가지로 자발광 소재로서 활용이 가능하고 이를 QLED 또는 QDLED라 부른다.

기존 OLED가 다른 색깔을 나타내려면 유기물 종류를 바꿔야 하는데 반해 QD를 활용한 QLED는 QD의 크기만 바꾸면 되므로 훨씬 간단한 구조로 발광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입자 크기가 수 나노미터에 불과하고 그 크기에 따라 색이 바뀌는 만큼 정교한 제작이 요구된다. 또한 아직 대부분의 소재들이 중금속인 카드뮴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개발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색재현율 달성, QD관심
투명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가전 전시회 등을 통해 시제품들이 여러차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바 있다. 현재 주로 사용중인 LCD에서도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은 가능하다.

그러나 LCD는 비발광 디스플레이로서 백라이트가 반드시 필요한데,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서는 백라이트 대신 외부광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에서 외부 빛의 세기는 LCD에서 사용되는 백라이트의 밝기에 비해 어둡기 때문에 화면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기존의 LCD로는 제대로 된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이 어렵다.

LCD로 플렉서블은 더욱 어렵다. LCD는 패널의 동작 특성이나 색감 유지를 위해서 액정의 두께(Cell gap)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OLED는 LCD에서의 이러한 제약 사항이 없어, 투명 플렉시블 분야야말로 OLED가 기존의 LCD와 차별화하여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최근 LG와 삼성은 각각 Curved형태의 OLED TV 양산을 시작하였고,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한 모바일 제품도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가 투명하면서도 플렉서블한 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OLED와 같은 발광 재료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주변 소재들도 투명하고 플렉서블해야 한다.

투명전극 소재로는 현재까지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중심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ITO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투명전극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은나노와이어, 투명전도산화물, 고분자전도체 및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투명전극의 상용화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검토 중이다.

이중 특히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가 2차원적 평면상에 벌집 모양으로 결합된 화학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다이아몬드보다 강도가 높으면서 잘 굽혀질 수 있고,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는 등 기존의 다른 소재들이 갖지 못한 우수한 특성들을 갖고 있다.

소자 재료도 미래의 디스플레이가 갖게 되는 특징인 `말랑말랑함'을 위해서는 딱딱한 실리콘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기소재의 유연성과 실리콘의 고성능을 동시에 갖춘 소프트 나노 소재를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생체친화형 전자소자, 전자 콘택트렌즈, 자가진단 바이오칩, 형태가 자유롭게 바뀌는 단말기, 전자피부, 전자종이 등으로 확대도 가능하다.

그 중 분자들의 자기조립을 이용한 '분자전자소자(Molecular electronics)'는 개별 분자들을 전자소자의 주요 구성요소로 이용하는 개념으로 크기가 보통 수 나노미터(㎚) 이하로 매우 작은 크기에서 쌓아가며 크기를 늘려가는 상향식(Bottom-up approach) 공정이 가능해 고집적·저비용의 전자소자를 제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 소자들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세계 유수 대학들과 연구기관들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소재 개발을 통해 접어지는 디스플레이가 현실화되면, 10인치 태블릿을 가로와 세로 각각 한번씩 접으면 5인치로 줄어들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각각 가지고 다녔던 소비자들이나 이 둘을 각각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워 패블릿을 선택했던 소비자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용액형 OLED 소재 연구 집중
기존 LCD에서는 진공 및 고온 공정이 많이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저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인쇄전자는 인쇄기술을 통해 전자 소자 및 부품 혹은 모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도전성(Conductive) 또는 기능성 잉크를 기판에 찍어 내는 기술이다.

인쇄전자 기술은 기존의 여러 단계에 걸친 공정을 단순화하여 재료의 손실을 줄일 뿐 아니라 고가의 진공 및 고온 장비가 필요 없어져서 제조 기업 입장에서도 싼 가격에 회로 부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공정을 위해 사용하던 고온에 안정적인 값비싼 주변 소재들 대신 저렴한 대체 소재 적용이 가능하게 되므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과정 중 부산물로 나오는 폐수를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다.

앞서 살펴본 플렉서블 구현을 위한 소재들이 대부분 이에 속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용액형(Soluble) OLED재료가 있다. OLED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감 영상, 투명 플렉서블 기술 적용뿐 아니라 용액형 재료가 적용된다면 보다 값싼 디스플레이 제품이 될 것이다. 때문에 많은 소재 기업들이 현재 증착방식의 OLED 소재뿐 아니라 용액형 OLED 소재에 대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스미토모 화학(Sumitomo Chemical)의 경우 CDT(Cambridge Display Technology) 기술을 인수하여 고분자 기반의 용액형 OLED재료를 연구하고 있으며, Panasonic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56" 4K OLED TV를 전시한 바 있다. LCD의 핵심 소재인 액정을 공급하던 머크(Merck)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엡손(Epson)사와의 협력을 통해 기존의 저분자 재료 기반을 활용한 용액형 OLED재료를 개발 중에 있다.

이는 OLED 기술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LCD에 경쟁하기 위한 필연적인 요소일지 모른다.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가 비록 전자제품이긴 하지만 기존의 전기에너지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입장에서는 추가의 전기비용 없이 값싸게 이용가능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의 압력이나 진동에 의해 전기에너지를 발생할 수 있는 압전(Piezoelectric) 소재나 현재 태양광을 활용한 전기변색소자(Electrochromic) 연구도 진행 중이다.

완벽하게 전기 공급원 없이 구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절히 보완 가능한 하이브리드 형태로라도 구현된다면 사용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OLED, 대규모 석유화학 기업도 관심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의 종류는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하나의 디스플레이 내에 들어가는 소재의 종류는 단순해질 가능성이 있다. OLED 소재가 대표적인 예이다. LCD의 경우 액정, 컬러필터, 백라이트가 필요했다면 OLED는 OLED발광소자가 그 모든 역할을 대신한다.

그만큼 디스플레이에서 소재 자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OLED 소재 연구는 기존의 디스플레이 전문 소재 기업뿐 아니라 바스프(BASF), 스미토모화학(Sumitomo Chemical), 이데미쓰고산(Idemitsu Kosan)과 같은 대규모 석유화학 기업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재를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은 디스플레이 분야의 산업 경계도 허물어뜨릴 것이다.

<이 글은 LG경제연구원 이우근 책임연구원(wklee@lgeri.com)의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 혁신에 달려있다'는 보고서를 요약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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