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 집어삼킨 엔비디아”…자율주행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퀄컴, 모빌아이아와 자율주행 시장을 3등분하고 있는 엔비디아 토요타, 벤츠, 현대차그룹이 선택하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AI 시장과는 달리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 시장

2025-11-24     김용수 기자

[테크월드뉴스=김용수 기자] 엔비디아의 최근 실적 발표가 다시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25년 11월 발표된 실적에서 엔비디아는 57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치다. 

엔비디아가 또 한 번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AI 시대의 대세임을 입증했다. [사진=엔비디아]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66% 급증했으며, AI 칩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AI 혁명의 중심에 엔비디아가 자리잡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자동차 부문에서도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 구현을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칩이나 플랫폼 사용이 필수 조건을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AI 구현을 위해 엔비디아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생각 이상으로 막강한 엔비디아의 AI 시장 지배력

말 그대로 엔비디아의 AI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엔비디아는 AI GPU 시장에서 약 8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AI 칩 시장 전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GPU 시장에서는 98%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엔비디아는 약 490억 달러의 AI 관련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규모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GPU를 비롯해 AI 칩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2025년 AI 칩 시장 전체 규모는 약 407억 9000만 달러로 예상되는데,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약 60~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TSMC의 웨이퍼 소비 점유율이다. 모건스탠리의 2025년 예측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프로세서용 전체 웨이퍼의 77%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 51%에서 무려 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퀄컴, 모빌아이아와 자율주행 시장을 3등분하고 있는 엔비디아

AI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엔비디아의 모습은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AI 시장만큼 막강한 독점적 위치는 아니지만, 꽤 강력한 입지를 보여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AI 시장만큼 압도적이지 않지만,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시장 분야에서 퀄컴, 모빌아이와 시장을 3등분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실제로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프로세서 시장에서 약 25~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레벨 2+ 이상 고급 자율주행 시스템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컴퓨팅 플랫폼 시장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퀄컴(Qualcomm)과 모빌아이(Mobileye)와 함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기업 중 하나다.

시장 분석 기관 이그제티튜드 컨설턴시(Exactitude Consultancy)에 따르면,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 시장은 2024년 120억 달러에서 2034년 400억 달러로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이 시장이 2024년 260억 달러에서 2032년 1396억 달러로 연평균 2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시장에서 프리미엄 고성능 자율주행 솔루션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토요타, 벤츠, 현대차그룹이 선택하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사업은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드라이브 플랫폼은 클라우드에서 차량까지 이어지는 통합 솔루션으로, 드라이브 AGX 오린(DRIVE AGX Orin)과 차세대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라는 강력한 SoC(System-on-Chip)를 핵심으로 한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AGX 토르 칩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은 초당 254조 번의 연산(TOPS)을 수행할 수 있으며, 2022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현재 다수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차세대 드라이브 토르는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으로 초당 2000조 번의 TOPS의 성능을 제공하며, 자율주행과 차량 인포테인먼트를 단일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의 자동차 파트너 생태계는 매우 광범위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는 2025년 1월 CES에서 차세대 차량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 SoC를 탑재하고, 안전 인증을 받은 드라이브OS를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파트너십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2020년부터 엔비디아와 협력해 2024년부터 차세대 차량 전체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 기반의 소프트웨어 정의 컴퓨팅 아키텍처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차세대 다이너스티(Dynasty)와 오션(Ocean) 시리즈 전반에 드라이브 오린을 탑재하고 있다. BYD는 2023년 2월 기준 전 세계에 370만 대 이상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했으며, 엔비디아 플랫폼을 통해 안전하고 지능적인 차량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부터 모든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IVI(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에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에는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드라이브 AGX 토르를 활용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차세대 안전 기능을 개발하기로 발표했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혁신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엔비디아의 기술이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여러 이유 때문이다. 우선, 통합 플랫폼 접근법이다. 엔비디아는 클라우드에서 차량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생태계를 제공한다. DGX 시스템으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옵니버스(Omniverse)와 코스모스(Cosmos) 플랫폼으로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어서 드라이브 AGX 차량용 컴퓨터로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러한 통합 워크플로는 자율주행 개발 주기를 크게 단축시킨다.

엔비디아는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와 자동차를 잇는 완전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제공한다. [사진=엔비디아]

두 번째는 생성형 AI와 파운데이션 모델의 적용이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자율주행 시나리오 생성과 테스트를 자동화하고 있다. 텍스트로 시뮬레이션 환경을 생성하고, 자연스러운 주행 행동을 만들어내며, 시나리오를 편집하여 엄격한 AV 평가와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세 번째는 안전 아키텍처와 인증이다. 엔비디아는 할로스(Halos)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여 드라이브 아키텍처, 안전 인증된 드라이브OS 운영체제, AI 모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도구 및 서비스를 통합했다. 2025년 1월 엔비디아는 TÜV SÜD로부터 ISO 21434 사이버보안 프로세스 인증을 받았고, 드라이브OS 6.0은 ISO 26262 ASIL D 표준을 준수한다. 엔비디아는 자동차 시장을 위한 AI 시스템 안전 및 사이버보안 검사 연구소로부터 ANAB 인증도 받았다.

AI 시장과는 달리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 시장

엔비디아의 성장세나 기술 표준화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중국의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중국 시장에서 20~30%의 점유율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테슬라는 자체 FSD 칩으로 수직 통합 전략을 추구하며, GM의 자율주행 브랜드 크루즈도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자체 실리콘 개발 트렌드는 엔비디아의 잠재적 시장을 제한할 수 있다.

때문에 AI 시장에서 보여준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데이터센터 GPU 시장의 막강한 점유율과 달리, 자율주행 컴퓨팅 시장에서는 퀄컴, 모빌아이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프리미엄 고성능 자율주행 시스템 부문에서 명확한 리더십을 구축했으며,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YD, 현대차그룹 같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자율주행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클라우드-시뮬레이션-자동차를 아우르는 완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비록 AI 시장만큼 독점적 지위는 누리지 못할지라도 향후 5~10년간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게 될 때, 그 ‘두뇌’의 상당수는 엔비디아의 기술로 구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