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륙 아프리카, K-컬쳐·자동차·원전 등 한국에게 기회의 땅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중인 아프리카 K-컬쳐로 한국 선호도 높아져 협력 유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한미 양국이 관세 및 안보 분야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협상 결과를 놓고 여러 평가가 나오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다행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무역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워낙 많다보니 협상 과정에서 불리함을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시장 다변화를 위해 유럽과 아세안의 문을 두드려 왔고 시장 개척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서 만족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 더 큰 아프리카 시장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아프리카, 차세대 성장엔진…한류 열풍에 한국 선호도 강해져
아프리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이다.
IMF는 지난달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2%가 될 것이라 전망했는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그보다 0.9%포인트 높은 4.1%로 내다봤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에티오피아는 7.2%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고, 우간다(6.4%), 코트디부아르(6.4%), 탄자니아(6.0%), 세네갈(6.0%) 등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
사하라 사막 이북에서도 모로코(4.4%)와 이집트(4.3%)가 4%대 성장률 전망을 보이며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상위 20개국 중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국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는 높은 청년 비중과 많은 인구, 정치적 안정 등이 꼽힌다.
먼저 '가장 젊은 대륙'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아프리카는 평균 중위 연령이 19세에 불과하고 전체 인구에서 25세 이하 청년이 60%를 넘는다. 또 높은 출산율 덕분에 2050년에는 인구가 25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던 정치 혼란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마다가스카르, 케냐, 모로코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등 민주화가 정착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광물 자원의 약 30%가 매장되어 있는 만큼 향후 여건에 따라 경제 성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매력적인 아프리카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자동차, 전자, 에너지, 농업,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남아공, 아프리카 자동차·에너지 등 첨단산업 허브 역할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이번에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산업 전환기를 맞으면서 자동차, 철강, 이차전지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에 새로운 진출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아프리카를 여는 문, 남아공 수출 유망품목 및 진출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의 '불린들라 경제계획'이 올해 7월부터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확대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화 △산업구조 고도화(자동차·디지털) △친환경 전환(수소·재생에너지) 부문의 수입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제품과 기계류 등 남아공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부품 현지화 및 공급망 내재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즉, 남아공이 자동차 부품, 철강, 에너지신산업, 첨단신소재 등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인 118만 대(2024년 기준) 중 절반 이상인 60만대를 담당할 정도로 자동차 제조 기반이 우수하다.
현대차그룹은 남아공의 경쟁력을 보고 일찌감치 현지에 진출했다. '그랜드 i10' 해치백 등 현지화 모델을 앞세워 남아공 자동차 시장에서 2년 연속 브랜드 순위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남아공의 성과를 바탕으로 알제리와 이집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약 4억 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CKD(완제품 분해 조립) 방식 조립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예정대로 2027년 본격 가동되면, 이곳에서 주로 해치백과 SUV 등 지역 선호 모델이 생산된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최근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뉴카이로 지역 ‘디스트릭트 5’에 상설 전시장을 열었다.
대한전선도 아프리카 지역의 전선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남아공에 거점을 마련했다. 지난 2000년 남아공 현지 생산법인 '엠텍(M-TEC)'을 설립해 중저압 케이블, 가공선, 전차선, 통신케이블 등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지 수요 확대에 힙입어 전년대비 33% 증가한 12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남아공 지중 전력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저압(MV/LV) 케이블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도 단행했다.
커지는 원전 수요…한국형 원전 수출도 가능
아프리카 원전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는 남아공이 유일하다. 이는 원전 도입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1기에 수조원이 드는 원전 건설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에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원전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는 엘다바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총 4기의 원자로를 갖춘 4800㎿급 원전으로 2028년 첫 번째 원자로 가동이 목표다. 지금은 러시아 기업이 원전을 짓고 있지만 향후 추가 원전을 건설할 때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케냐도 2034년까지 1000㎿급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며, 남아공은 2032년 가동을 목표로 2500㎿급 원전을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르완다, 모로코, 우간다, 알제리, 수단, 튀니지, 잠비아 등도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월 모로코에서 열린 아프리카 원자력 컨퍼런스(AFNBP)에 참석해 한국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 실물 모델을 전시하고 한국형 원전(APR1400)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을 홍보해 원전 도입을 희망하는 아프리카 국가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미 웨스팅하우스와 협약 때문에 유럽에는 한국형 원전 수출에 제약이 있지만 아프리카는 독자 진출이 가능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주항공분야 협력 파트너 삼아야
미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우주항공분야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이 가능하다.
아프리카는 통신, 기후연구 등의 목적으로 위성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24년 아프리카 인구의 38%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서는 인구의 23%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위성을 통해 아프리카의 인터넷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추적하고 재난 구호 활동을 제공하는 것도 주된 목표 중 하나다. 인공위성이 수집한 사진과 정보를 활용해 농업과 수자원, 식량 안보를 지원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우주 기관인 아프리카우주국(AfSA)이 출범했다.
AfSA은 아프리카 지역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 주도로 설립된 우주기구다. 회원국이 별도의 우주 기관을 가진 유럽우주국(ESA)과 유사한 구조다. 본부는 이집트 신도시 뉴카이로시티에 두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주 예산은 전 세계의 1%도 되지 않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아프리카 우주 산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AfSA 창립 행사에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같은 우주 분야의 선도 국가들이 대표단을 파견했다.
일단 AfSA는 첫 파트너로 유럽과 손을 잡았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4년간 4500만달러를 투자하는 아프리카-유럽연합(EU) 우주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전역의 경제 개발, 기후 회복력,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주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헌주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ASTI) 원장은 지난 3월 '국회아프리카포럼' 제96차 정기세미나에서 한국도 아프리카와 우주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 위성 공동개발과 제작, 위성 데이터 활용 지원 등 기술 협력 ▲ 우주 공적개발원조(ODA) 활용 ▲ 우주탐사 등 공동연구 ▲ 인재 양성과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KT의 위성사업 자회사인 케이티샛(KT SAT)은 적도기니의 국가 위성 프로젝트와 통신 인프라 개선 사업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KT는 지난 2013년 르완다 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프리카 최초의 4G LTE 전국망을 구축했다 또한 탄자니아, 가봉, 앙골라,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에서도 ICT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