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픈서베이 “AI로 리서치 기간 76% 단축…전문가급 인사이트 자동 도출”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리서치’라는 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정부는 시민에게, 기업은 고객에게, 연구자는 대상자에게 궁금한 내용을 묻고 그 답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왔다. 대면 조사에서 전화·온라인 조사까지 방식은 다양하지만 질문을 던지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핵심은 언제나 같다. 핵심 질문에 대해 가능한 한 대표성 있는 집단의 의견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제대로 지키려 할수록 리서치 단계가 복잡해지며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업은 더 빠른 의사결정을 원하지만 리서치 작업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 같은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과 소비자를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바로 AI 기반 리서치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다. 최근 테크월드는 박희원 오픈서베이 프로덕트 디렉터를 만나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터 요약부터 전략 제안까지…리서치 과정 76% 단축”
먼저 박 디렉터는 기업이 리서치 전 과정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이는 설문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항 순서, 금기어, 구성 조합을 고민해야 하고 응답을 수집하는 기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 수백 문항에 달하는 설문 데이터를 전문 분석가가 해석해 보고서로 정리하기까지 긴 시간이 요구됐다.
박 디렉터는 “기업이 리서치를 하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마케팅이든 제품 부서든 핵심은 각 부서의 의사결정을 돕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어떤 액션을 취할지 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서치·경험관리 플랫폼 ‘데이터스페이스’에 인공지능(AI) 기능 ‘인사이트 위키’를 적용했다.
인사이트 위키는 방대한 리서치 데이터를 요약한 뒤 이를 토대로 실행 전략을 제시하는 기능으로, 단순 데이터 나열을 넘어 부서별·단계별로 필요한 전략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디렉터에 따르면 기존 약 17일이 걸리던 리서치 과정을 4일로 줄이며 전체 기간을 약 76% 단축했다.
박 디렉터는 “디지털 전환 이전에는 대부분 엑셀이나 SPSS 같은 툴로 분석을 진행했지만 복잡한 도구라 회사 내 활용 인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인사이트 위키는 응답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AI가 분석을 수행하고 보고서까지 자동 생성해 준다”고 말했다.
박 디렉터는 인사이트 위키 개발 과정에서 ‘리드타임 단축’과 ‘AI 결과물 품질 확보’라는 두 가지 관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던 결과물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설문 데이터의 복잡성이었다. 단순히 로우 데이터를 거대언어모델(LLM)에 입력해선 원하는 품질의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 박 디렉터는 “설문 데이터는 문항·응답자·응답 방식이 얽힌 3차원 데이터다”며 “사람이 해석하기도 쉽지 않고 LLM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에 오픈서베이는 데이터스페이스의 분석 레이어를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설문 데이터를 초벌 분석해 구조화한 뒤 그 정보를 LLM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제된 정보를 읽힌 결과, 모델의 응답이 전문가가 만든 최종 보고서에 유사한 수준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프롬프트 고도화도 핵심 작업이었다. 박 디렉터는 “단순히 4~5줄 지시문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 내 보고서를 가장 잘 쓰는 전문가들의 작성 과정을 단계별로 분해해 모두 프롬프트화했다”고 말했다.
“AI, 어디에·어떻게 적용하느냐가 핵심…오픈서베이가 해답 제시할 것”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정식 출시 이전 진행된 테스트에서 고객사는 5점 만점에 4.85점을 부여했다.
박 디렉터는 “대부분의 기업은 리서치 전담 부서를 갖추고 있지 않아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명확히 정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클라이언트 협의·확인 과정도 거치다 보면 전체 리서치 사이클이 늘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국내 기업들은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리서치를 수행하고 분석해 빠른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한다”며 “이런 흐름이 맞아 떨어지면서 리서치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솔루션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오픈서베이는 현재 일본 시장에서 세일즈를 진행 중이며 미국과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박 디렉터는 “기업마다 겪는 어려움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통계·리서치 분야는 전 세계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그 점이 오픈서베이에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일본 시장을 태핑하는 과정에서 오픈서베이가 준비 중인 기능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LLM 서비스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제품에서 뚜렷한 성공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결국 핵심은 ‘AI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 있다. 오픈서베이는 이 관점에서 매우 뚜렷한 로드맵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