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끝판왕 ‘테슬라 FSD’가 미칠 국내 자율주행 기술 시장 변화는?
법규와 시장 규모 순위로 인해 지연된 FSD 국내 도입 테슬라의FSD 국내 도입 배경 키워드…AI와 FTA 한국에서 FSD 시행 예고...그러나 불확실한 서비스 시기
[테크월드뉴스=김용수 기자] 지난 11월 12일 테슬라코리아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의 한국 출시가 임박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 도심의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촬영된 실제 주행 시연 영상과 함께 ‘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 한국, 곧 출시’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이번 발표는 즉각적인 상용화보다는 기술적 준비 완료를 알리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한미 FTA를 활용한 미국산 차량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모델에는 당장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테슬라 FSD의 국내 진출 예고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법규와 시장 규모 순위로 인해 지연된 FSD의 국내 도입
그동안 테슬라 FSD의 국내 도입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법적·제도적 규제 때문이다. 한국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2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며,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핸즈오프(hands-off)’ 행위와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FSD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서는 대규모 주행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테슬라가 미국 본사 서버에서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3월 한국 사용자 대상 ‘데이터 공유’ 동의 안내문 내용을 개정했다. 기존의 ‘FSD 베타’ 표현을 ’FSD 수퍼바이즈드(Supervised)’로 변경해, 도로별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했으므로 도심에서도 FSD 기능이 구현 가능한 감독형 서비스를 배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한 최근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관리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해 데이터 유출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판매량이 큰 미국, 유럽, 중국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해왔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은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2025년 3월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는 한국”이라고 언급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로 2024년 한국에서 테슬라 차량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2만 9754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입차 판매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테슬라의 FSD 국내 도입 배경 키워드… AI와 FTA
테슬라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절대 판매량이 크지 않지만 ‘중국 외 아시아 최초 FSD 상용화 국가’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심 주행 환경과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FSD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다.
일론 머스크에게 FSD의 성공은 테슬라가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닌 ‘AI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글로벌 차량 판매 둔화 속에서 높은 기업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FSD가 미국을 넘어 중국, 유럽, 일본, 한국으로 ‘중단 없이’ 확장되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은 그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이재명 정부는 자율주행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레벨4 시범운행특례 구역 확대와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검토 중이며, 2025년 11월 14일 기아 EVO 플랜트 준공식에서 2028년 자율주행차 양산 목표로 2026년까지 제도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엔 차량 촬영 데이터의 원본 허용과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제한구역 완화, 자율주행 시범 운행지구 확대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한미 FTA가 테슬라의 FSD 도입을 용이하게 한다. 한미 FTA 협약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증을 완료한 미국산 자동차 연간 5만 대는 한국에서 별도 인증 없이 미국 안전기준만으로 수입·판매가 가능하다. 이는 테슬라가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도 미국산 차량에 FSD를 탑재해 판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도 2025년 3월 “테슬라가 자기인증제도를 활용해 국내에서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의 FSD 시행 예고... 그러나 불확실한 서비스 시기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의 80% 이상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 Y와 모델 3다. 그러나 이번 시연 영상에 등장한 차량은 미국산 모델 S로, 한미 FTA 혜택을 받아 국내 도입에 제약이 없다. 중국산 차량에는 유럽 안전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감독형 FSD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한국에서 중국산 테슬라가 FSD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국내 안전 및 교통 규정 준수 절차와 추가 인증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FSD는 한미 FTA 혜택을 받는 미국산 차량부터 우선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한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중 미국산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기존 고객은 FSD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
무엇보다 FSD 감독형이 탑재되는 모델은 4세대 하드웨어(HW4)를 장착한 테슬라가 우선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사이버트럭, 모델 S, 모델 X 등 미국에서 생산되는 HW4 차량이 해당된다. HW3 장착 차량과 중국산 모델 3(하이랜드), 모델 Y(주니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는 HW3 차량이 약속된 무감독 자율주행 능력을 달성할 수 없으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FSD v13부터는 HW4 전용으로만 제공되며, HW3 차량은 성능이 제한된 구버전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HW3 차량 소유자들에게 또 다른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다.
향후 FSD가 서비스 될 경우 미국과 다른 한국 도로의 특성으로 인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은 좁은 차로, 복잡한 교차로, 다중 신호체계, 빈번한 끼어들기와 꼬리물기 등 비매너 운전이 만연하다. 2025년 11월 서울 경찰의 출근길 단속에서는 오전 시간대에만 252건의 끼어들기와 꼬리물기가 적발됐으며, 일부 운전자는 끼어들기가 단속 대상인지조차 몰랐다. 이러한 환경에서 FSD가 얼마나 안전하게 작동할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테슬라 FSD가 국내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 미칠 영향
한국의 자율주행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컨설팅(Spherical Insights & Consulting)에 따르면 한국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4년 1억 5900만 달러에서 2025~2035년 연평균 29.33% 성장해 2035년에는 26억 92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5년 3조 6193억 원에서 2035년 26조 1794억 원으로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테슬라의 FSD 서비스 상용화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레벨3 고속도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연기한 사이, 테슬라와 GM이 한미 FTA를 활용해 핸즈프리 자율주행 기술을 먼저 도입하게 됐다. GM은 올해 안으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슈퍼크루즈(Super Cruise) 시스템을 탑재해 국내에 출시할 예정으로, 테슬라와 함께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할 태세다.
현대차는 2027년 말 아트리아 AI를 양산 차량에 적용하고, 2028년 레벨3 자율주행과 SDV를 총집약한 차량을 양산할 계획이지만, 테슬라보다 2~3년 늦는다.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이 테슬라의 FSD를 경험한 후에는 현대차의 기술에 대한 평가가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도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선도국과 3~4년 차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현대차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대규모 GPU를 확보하고, 포티투닷과 모셔널 등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 웨이모, 중국 모멘타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FSD 진출은 한국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낼 동기가 생기며, 이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 FSD의 실제 경험은 한국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꿀 것이다”라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자율주행은 제한된 시범 운행이나 고속도로 일부 기능에 국한되었지만, 테슬라 FSD를 통해 자율주행의 편리함과 안전성을 체험하면 자율주행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