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청 디자이너 “AI는 가능성을 확장하지만,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몫”
룩북부터 영화제까지…LIE 이청청이 밝힌 AI 활용 프로젝트 AI와 함께하는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
[테크월드뉴스=박규찬 기자] “AI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도구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상상력과 기획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같이 언급한 이청청 디자이너는 최근 테크월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산업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 AI가 패션 업계에 가져오는 실제 변화와 앞으로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마틴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0년 런던 패션위크에서 첫 데뷔를 하며 패션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는 본인 브랜드 ‘LIE’를 론칭해 뉴욕·파리·런던·중국 등 세계 여러 패션 도시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파리의 Who’s Next, Tranoi, 뉴욕 Coterie, 독일 Premium Berlin 등 여러 유명 전시회에도 참여했고 이 경험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중적인 인지도를 함께 쌓아왔다. 런던에서 ‘Ones to Watch’ 프라이즈를 두 번 수상했고, 한국과 중국에서도 창의디자이너 상을 받는 등 다양한 수상 경력도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으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LG 디스플레이, 반클리프 아펠, 애스턴 마틴, BMW MINI, 쌤소나이트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LIE 브랜드와 AI, 실험과 도전의 현장
이청청 디자이너는 패션 산업에서 AI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를 ‘시간과 비용의 단축’으로 꼽았다. 그는 “AI 툴을 활용해 옷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에 필요한 이미지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훨씬 빠르고 다채롭게 가능해졌다”며 효율성 개선이 업계 트렌드임을 강조했다.
LIE의 컬렉션 기획과 마케팅, 세일즈 방향성 설정에도 종종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기본 컬렉션 기획 외에도 AI로부터 다양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자인 세밀화 과정에서는 “AI의 오해나 표현의 부정확성이 아직은 종종 한계로 다가온다”며 기술의 발전을 기대하면서도 실제 창작에는 정교한 수정이 필요함을 밝혔다.
이 디자이너는 “AI 기반 트렌드 분석은 참고 수준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대기업들은 고객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하지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위해선 잘못된 정보를 걸러낼 안목이 중요하다”며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도 디자이너의 비판적 판단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현재 LIE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룩북 및 숏폼 콘텐츠 제작을 실험 중이다. 이를 넘어 “향후 AI를 활용한 패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AI, 창의성의 설렘과 우려를 동시에
생성형 AI 및 이미지 기반 툴의 활용에 대해 이 디자이너는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시각을 얻는 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뜻하지 않게 AI가 제시한 디자인에서 멋진 결과를 얻은 기쁨도 있다”며 창의성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예를 들어 서울타워를 요청했는데 도쿄타워 이미지가 나오는 등, 정보 오류가 창작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LIE가 선보여온 구조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 언어가 AI와 결합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해 이 디자이너는 “상상력이 배가되어 브랜드의 창의성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고 했지만, 디자인 전개 과정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솔직히 전했다. 그는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쌓고, 얼마나 정확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초개인화 시대의 고객 경험과 AI에 대해 이 디자이너는 “AI가 고객이 원하는 바를 더 촘촘하게 파악할 수 있어 서비스도 고도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 윤리적 이슈가 동반되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짚었다.
전통적 역할의 변화, 그리고 책임
이 디자이너는 “사람 손이 덜 가는 시스템이 확산되면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디자이너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라며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그것이 디자이너의 역량이 될 시대”라고 설명하며 결국 핵심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이란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소를 본인만의 시선으로 조합해 창출하는 것이다.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어떻게 유지해나가느냐가 창의성의 본질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AI 시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공부하는 후배 디자이너에게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AI는 상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에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상상력과 기획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 정보의 윤리성과 저작권 문제도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에 대한 이해와 윤리적 감수성이 디자이너의 필수 역량이 될 것이며 카피인지 모르고 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엔 자신이 제대로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AI 시대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울러 이 디자이너는 매달 AI 관련 포럼에도 참석하며 윤리 문제, 창작성 상실에 대해 동료들과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AI에 관심이 많다. 그는 “저작권 침해와 무의식적 카피, 퀄리티와 본인 개성의 균형 등 AI 시대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할과 책임이 한층 무거워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구의 한계를 넘어 결국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창의와 해석이 진짜 미래”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