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디지털트윈-⑤] 데이터 안 모이는 공장들…글래스돔이 푸는 ‘스마트팩토리’ 전환 방정식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스마트팩토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정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한 공장을,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사물이나 시스템의 디지털 복제본을 의미한다. 이 두 개념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상용될 때 그 잠재력이 극대화된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디지털 트윈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테스트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 트윈은 제조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업들은 더욱 효율적이고 유연한 생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이 두 개념의 발전이 어떻게 제조산업을 변화시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 트윈의 관계를 정립하고 또 ‘인더스트리얼 5.0’ 시대에서 진화된 스마트 팩토리 환경 조성을 위해 AI와 로봇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의 제조현장에선 먼 이야기다. 공정 데이터는 제대로 수집되지 않고 설비 간 제어 장치도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의 몇몇 성공 사례만이 알려질 뿐 ‘스마트팩토리’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기업 글래스돔은 이 같은 환경에서 오히려 기회를 포착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인력 등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앞세워 현장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테크월드는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를 만나 회사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공정 운영 최적화 솔루션) 이점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팩토리 첫걸음, 데이터 수집부터 막힌다
스마트팩토리 전환의 첫 관문은 ‘데이터 수집’이다. 다만 함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 다수가 여전히 공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 대표는 “업계 여러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잘 알려진 기업들조차 생산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지 못하고 수기로 입력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며 “정부나 산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확보조차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데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장벽 없는 데이터 수집, 게이트웨이로 해결
이에 함 대표는 글래스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첫 번째 이점으로 스마트팩토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던 하드웨어적 제약을 해소한 점을 꼽았다.
함 대표에 따르면 현장에선 여러 해에 걸쳐 설비를 도입하면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조사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한 생산 라인에만 10종 이상의 PLC가 혼재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탓에 서로 다른 기기 간 데이터를 일관되게 수집·통합하기가 어렵고 이는 스마트팩토리 전환의 첫 단계부터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함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어쨌든 데이터를 끌어 모아야 하는데 설비가 다르면 컨트롤러도 다르고 데이터를 통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존 방식으로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공장을 셧다운하고 유선 배선 공사와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며 “생산 라인이 계속 돌아가야 하는 중소 제조업 입장에선 2~3개월씩 라인을 멈추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래스돔은 글로벌 주요 PLC의 90%와 호환되는 드라이버를 내장한 ‘게이트웨이’ 장비를 개발해 공장 내 다양한 설비와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서버로 전송해 별도의 유선 공사 없이도 공정 중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함 대표는 “일단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을 단축시키는 데 집중했다. 설비 셧다운 없이 장비를 설치하고 PLC의 태그 리스트를 CSV 파일로 업로드하기만 하면 공정 데이터를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서버로 전송할 수 있다”며 “구축 비용도 기존 대비 약 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지보수 없는 시스템은 무용지물…SaaS로 해법 제시
함 대표가 내세운 두 번째 이점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활용성이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유지보수 부담 없이 실제 공정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함 대표는 “현장에서 파악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유지보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SI 소프트웨어는 원 개발사 외엔 손대기 어려워 중소기업 입장에선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3~4년만 지나도 환경과 인력이 바뀌면서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고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 다시 구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글래스돔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선보였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유지보수를 구독 모델로 제공해 지속적인 기능 개선과 저비용 유지 관리를 가능케 했다.
이와 함께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드래그 앤 드랍 방식으로 대시보드를 원하는 형태로 꾸밀 수 있고 데이터 태그만 업로드하면 바로 시각화가 가능하다.
유지보수 역시 구독형으로 포함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함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소프트웨어를 파워포인트처럼 만들어 놨다.
함 대표는 “과거에는 구독 모델이나 클라우드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많이 열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무엇을’…KPI 기반 컨설팅 제안
마지막으로 글래스돔이 내세우는 이점은 인력 측면에서의 지원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어떤 데이터를 어디서 수집해야 할지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예컨대 생산성 향상이 목표라면 다운타임이 발생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품질 최적화가 핵심이라면 공정 변수와 품질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이런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글래스돔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객 핵심성과지표(KPI)를 바탕으로 최적 측정 포인트를 제시하는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함 대표는 “설비가 100대 있다고 해서 계측기를 100개, 200개 설치할 필요는 없다. 센서 하나도 비용이므로 어떤 데이터를 왜 수집해야 하는지 목적에 따라 측정 포인트를 전략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고객사의 KPI와 공정 특성에 맞춰 데이터 수집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관리도 결국 데이터…실측 기반 탄소발자국 솔루션 제공
글래스돔은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실측 기반의 정밀한 탄소 계산과 제3자 인증이 글로벌 탄소규제 및 고객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함 대표의 설명이다.
해당 솔루션은 수집된 전력, 냉매, 스팀, 가스, 원재료 투입량 및 폐기량 등의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계산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유럽연합 CBAM, 배터리법, 디지털 배터리 여권 등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함 대표는 “스마트팩토리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탄소 관리 영역은 그보다도 더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글로벌 기조 속에서 실측 데이터를 확보해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수”이라고 말했다.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장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함 대표는 “국내에서 쌓은 식음료 품질 최적화와 물류센터 운영 효율화 등 우수 사례를 기반으로 유럽,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파트너사들과 함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강점을 살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1월 유럽 법인을 열었고 곧 일본 법인도 출범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화해 국내 수출형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되고 한국 기술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본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MOTIE)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내용입니다.(RS-2025-02634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