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티넷코리아 “보안 생태계의 씨앗, 고등학교서부터 틔운다”

2025-06-23     양승갑 기자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사이버보안 인력 부족은 국내외 업계를 가리지 않는 고질적 문제다. 특히 대학교 이전 단계에서는 실무 중심의 보안 교육 인프라와 커리큘럼이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 보안 융합 솔루션 기업 포티넷코리아는 2023년부터 서울아이티고등학교와 협력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실무 중심의 인재 양성과 사이버보안 생태계 확장을 위한 목표다.

최근 테크월드는 포티넷코리아와 서울아이티고등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멘토링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정규석 포티넷코리아 전무, 김영표 포티넷코리아 테크니컬 마케팅 총괄 이사. [사진=포티넷코리아]

실습 기반 멘토링 프로그램…“학생 눈높이 맞춘 보안 교육”

포티넷코리아와 서울아이티고의 협력은 2023년 학교 방문 멘토링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CBC(Customer Briefing Center) 체험과 글로벌 컨퍼런스 초청 등으로 확대됐다. 2025년에도 교류가 이어지며 단발성을 넘어선 장기적 산학협력 모델로 발전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론 강의보다는 실습과 참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최근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단순 강의가 아닌 체험 위주의 ‘사이버보안 카드 게임’ 워크숍으로 구성했다. 예컨대 학생들이 가상의 기업 보안 책임자가 돼 주어진 예산 내에서 보안 솔루션에 투자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점수를 부여 받는 식이다.

김영표 포티넷코리아 테크니컬 마케팅 총괄 이사는 “학생들이 사전에 이메일 보안, 샌드박스, 브랜드 프로텍션 같은 솔루션을 미리 공부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실제 투자를 해보는 게임을 운영했다”며 “단순한 프레젠테이션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흥미를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해당 멘토링 프로그램을 단발성 CSR이 아닌 기업의 ESG 전략과 연결된 활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보용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링으로, 관계를 쌓고 신뢰를 쌓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포티넷 관계자들은 이번 멘토링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보안에 막연한 관심만 있던 학생들이 멘토링을 통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현장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을 직접 다뤄보며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정규석 포티넷코리아 전무 역시 “처음엔 용어나 구조조차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점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멘토에게 진로나 공부법을 묻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런 변화야말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이티고등학교 지능형사이버보안과 양진용 부장교사, 신민준 학생, 황수빈 학생. [사진=포티넷코리아]

막연함에서 확신으로…멘토링 프로그램의 힘

서울아이티고 측도 멘토링 프로그램이 단순 강의가 아닌 현장 체험, 글로벌 컨퍼런스 초청, 실무 기술 멘토링 등이 더해지며 학생과 산업계 모두에게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양진용 서울아이티고 지능형사이버보안과 부장교사는 “공교육에서는 최신 보안 기술이나 실무 환경을 접하기 어렵다”며 “학생들이 전문가를 직접 만나며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며 “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성장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들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민준 서울아이티고 학생은 “보안 장비나 시스템을 직접 다뤄보며 현장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줄일 수 있었다”며 “특히 보안과 AI를 융합한 기술은 새롭고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황수빈 서울아이티고 학생은 “평소에는 보안 약어나 개념이 조금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그것들이 실제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며 “포티넷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이론과 실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학교 차원의 교육 방향도 한몫했다. 양 부장교사에 따르면 서울아이티고는 실무 중심 인재 양성을 교육 철학으로 삼고 실제 기업 현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프라를 구성했으며 이 같은 환경은 일반 고등학교는 물론, 일부 대학에서도 보기 드물다. 포티넷 관계자들 역시 “본사 수준에 견줄 만큼 정교하게 구성됐다”고 입을 모았다.

양 부장교사는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습 장비와 교육 내용을 반영해 커리큘럼을 구성했다”며 “이런 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진행된 포티넷코리아 멘토링 프로그램 현장. [사진=포티넷코리아]

“씨를 뿌리는 작업…장기적 보안 인재 육성 나선다”

향후 포티넷코리아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식 업무협약(MOU) 체결과 함께 더욱 체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계 수요에 맞는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는 “지금 1학년 학생들이 3학년이 돼 졸업할 때쯤 ‘포티넷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가장 보람 있을 것 같다”며 “나중에 현장에서 그 학생들을 만나고 보안 업계의 기반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이건 씨를 뿌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긴 호흡으로 보면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나중에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경험한 학생들이 ‘멘토링 덕분에 지금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보람”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보안 교육이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초 개념과 실무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보안 자격증은 많지만 자격증만으로는 실무 역량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OSI 7계층, TCP/IP 등 기초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 전무는 “사이버보안 인력은 수요에 비해 항상 부족한 상황”이라며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파트너사에 실제 취업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생태계 안에서 인정받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포티넷은 전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 인재 격차 해소를 위해 2026년까지 사이버 보안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포티넷 트레이닝 인스티튜트를 통해 현재까지 50만 명 이상을 교육했다.

포티넷코리아 역시 주요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 및 기술 지원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5% 이상의 신규 인력을 충원한데 이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국내의 보안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TI 조직 구축에 중점을 두고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형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