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아시아 첫 교두보 ‘도쿄’ 낙점…왜 일본일까
미개척 일본 AI 시장·기업 친화 정책 등 주목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오픈AI가 일본 도쿄에 해외 사무소를 설립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일본 토종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시장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이용자 확보는 물론 AI 영향력을 전 세계로 넓혀간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오픈AI, 일본 도쿄에 지사 설립 예정
4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4월 내 일본 도쿄에 새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일본 사무소는 아시아 최초의 사무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오픈AI 샘 알트먼(Sam Altman) CEO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트먼은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일본 사무소 개소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오픈AI의 도쿄 사무소에서는 맞춤형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성형 AI 규칙 제정 등 기술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에 참여한다. 일본 현지에서 인재 채용도 시작된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픈AI는 향후 생성형 AI의 올바른 이용을 위한 규칙 만들기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인력 충원을 위한 인재 채용도 일본에서 이뤄지고 일본 경제계와의 관계도 깊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오픈AI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면서 영국 런던과 아일랜드 더블린에 해외 지사를 두고 있다. 예정대로 사무소가 건축될 경우 세 번째 해외 지사다.
▶ 기반 약한 일본 AI 시장, 오픈AI 뿌리 내릴까
오픈AI에게 일본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디지털 전환은 더디지만 일본 AI 시장은 성장 단계로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전자정부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일본 내 생성형 AI 관련 수요액은 ▲2023년 1188억 엔 ▲2025년 6879억 엔 ▲2030년 1조 7774억 엔(약 15조 8500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AI 서비스에 대한 연평균 수요 증가율도 52%로 전 세계 평균 38%와 크게 차이 난다.
이를 보여주듯 전 세계에서 챗GPT 사용률도 상위권이다. 트래픽 집계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국가별 챗GPT 트래픽 점유율(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에서 일본은 미국과 인도, 필리핀에 이은 세계 4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일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출시한 대형언어모델(LLM)은 일본어 성능 구현에 한정됐으며 아직 GPT-4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NTT는 지난해 12월 자체적으로 구축한 LLM ‘츠즈미(Tsuzumi)’의 성능을 벤치마킹할 때 GPT-3을 활용했다.
이 탓에 오픈AI가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지 못한 LLM 영역을 파고들 여지가 있다. 현재 GPT 모델로 대표되는 오픈AI의 기술력은 경쟁사 AI 모델들을 압도한다. 미스트랄의 ‘미스트랄 라지’, 앤트로픽의 ‘클로드3 오퍼스’ 등이 GPT-4 성능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여름, GPT-4.5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는데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며 “다만 일본은 그 니즈를 해소하지 못할 만큼 공급 기반이 약하다”고 말했다.
▶ 규제 보다 산업 육성 초점 맞춘 일본 AI 정책
여기에 일본의 AI 관련 정책은 엄격한 규제보다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도록 장려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실제로 국가 AI 전략과 우선순위를 세우는 ‘6차 AI 전략회의’에서 생성형 AI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 보유 데이터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7차 회의에서는 “해외 AI 스타트업들이 일본의 개방적이고 관대한 AI 환경과 인재에 매력을 느껴 속속 들어오는 상황이다”며 “국가가 추진하는 스타트업 정책과 AI 개발의 개방화라는 두 가지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국부 증대를 위한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CSIS(전략국제연구센터)는 “일본은 과대평가된 위험 때문에 AI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목표로 AI 관련 규제를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HR 서비스 기업 란스타드는 “일본의 AI 규제 접근 방식은 AI에 대한 평가 또는 감사 요건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기업 친화적인 AI 정책을 펼치는 영국은 오픈AI가 첫 해외 거점을 둔 장소이기도 하다. 런던 사무소 개소 당시 오픈AI는 “런던은 오픈AI의 성장에 있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런던의 활기찬 기술 생태계는 오픈AI의 첫 번째 해외 사무소를 위해 이상적인 장소다”고 밝혔다.
▶ 오픈AI-일본 ‘이해관계’ 부합
오픈AI의 이 같은 선택은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재원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 적절한 기업 친화적 환경과 유연한 규제가 어우러진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생성형 AI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픈AI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AI 관련 예산은 약 3000억 엔(약 2조 6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됐다. 생성형 AI 개발, 고품질 데이터 확보, 데이터센터 정비 등을 위한 것으로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오픈AI와 국내 정부 및 기업의 협력 가능성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알트먼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의 주요 경영진들을 만난 바 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한국이 어떤 분야에 집중하면 좋겠느냐’라는 질문에 “반도체 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