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자동차 등 반도체 활용 산업 다양화로 계측기 시장 성장
생산성 높이는 산업용 계측 기술
[테크월드뉴스=박응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는 계측기 산업의 시장 확대를 불렀다. 의료와 제약, 생물학적 연구, 식품, 음료 산업에서 전보다 더 많은 계측 장비와 검사 수요가 나타났다. 특히 의약품과 기타 의료 장비 생산이 늘면서 의료와 의약품 산업에서 검사와 측정 장비,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전통적인 계측기 활용 산업은 활동 제약에 따른 생산성 하락으로 오히려 수요가 감소했다. 특히 세계의 제조 공장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전자제조 활용 산업 늘면서 계측기 시장도 확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측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마켓은 시험 측정 장비 시장 규모가 2021년 277억 달러(약 33조 원)에서 2026년 333억 달러(약 40조 원)에 이르며 매년 3.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계측기 성장 배경에는 앞으로 계측기 수요가 높은 전자제조 장치를 사용하는 분야가 더 다양하고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계 장치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전자부품 산업처럼 전자 장치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금씩 전기전자 장치를 추가하던 흐름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분야보다도 장비 고장을 예측하고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계측 장비가 중요하다. 테스트와 측정 장비는 각종 부품이나 기기의 수명과 성능, 오작동을 알아내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반도체 소자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다양한 센서와 로봇 등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쓰고 있다. 또 TV와 냉장고, 스마트폰,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도 최신 반도체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인도 투자진흥원(INVEST INDIA)이 공유한 통계에 따르면 앞으로 2030년까지 세계 전자제품 시장은 2조 달러(약 24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전자제품 사용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IoT(사물인터넷) 기기와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도 반도체 산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고대역폭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경제국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 기기 사용을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장치들은 항상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시험과 측정 장비 시장 성장을 이끈다.
IoT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임베디드 전자 장치, 센서와 액추에이터 같은 다양한 장치에 적용된다. 특히 IoT는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결합해 자동차와 의료, 항공우주 같은 미래 성장 산업에서도 데이터를 공유하고 주고받으며, 분석과 해석이 쉽도록 돕는다.
반도체 계측 시장은 매년 4.8% 성장
시장조사기업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반도체 검사와 측정 장비 시장은 2020년 41억 6470만 달러(약 5조 원)로 평가됐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4.8% 성장해 2026년에는 53억 7340만 달러(약 6조 4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계측기에는 이온 밀, C-V시스템, 간섭계, 소스 측정단위(SME) 자력계, 광학과 이미징 시스템, 프로필계, 저항 프로브, 저항 고에너지 전자 회절계, X선 회절계가 포함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19년 실리콘 웨이퍼 면적 출하량이 118억1000만 평방인치로 2015년 104억 3400만 평방인치보다 13% 늘었다고 밝혔다. 또 2025년에는 출하량이 176억 평방인치에 이르러 2015년보다 6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웨이버 제조와 반도체 칩 제조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인 웨이퍼는 상태가 반도체 정밀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웨이퍼 상태 검사에 산업용 계측 기술을 활용한다. 이 웨이퍼에 각종 전기 소자를 집적하는 반도체 칩 공정은 매우 정밀한 공정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나노 수준으로까지 정밀도가 올라가 그만큼 계측 기술의 정밀도와 난도도 올라가고 있다. 최근 3차원 반도체 적층 기술 도입으로 3차원 계측 기술도 필요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PCB, 이차전지 생산성 증대
다양한 산업에서 전자부품과 반도체를 활용하면서 산업용 계측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도 많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 PCB 산업, 이차전지 산업, 카메라 모듈 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보다는 정밀도가 낮지만 검사 대상의 크기가 커서 상대적으로 넓은 부위를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계측 장비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주로 계측 기술을 생산 수율을 높이는 부문에 활용하고 있다. 화질 향상을 위해 고정밀 화소에 대한 계측과 커버글라스 같은 부속품 품질 향상을 위해 산업용 계측 기술을 이용한다.
각종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회로판인 PCB도 산업용 계측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분야다. PCB는 기판에 전자부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적하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 제조 공정에서 초기에 불량 상태를 알아내 불필요한 후공정을 줄이고, 원재료를 절감해 생산성을 높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산업용 계측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 PCB 분야에는 3차원 계측 기술이 보편화하고 있다. 여러 개의 계측 모듈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계측 정보를 얻고, 이를 모아서 3차원으로 모델링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높이에 대한 측정이 가능한 3차원 계측 기술은 2차원 계측 기술보다 더 정밀한 계측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 노트북 등 다양한 기기에서 카메라 사용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카메라 모듈에 대한 계측 장비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렌즈와 같은 광학 부품과 이미지 센서와 같은 전자부품을 결합하고 조립하는 공정에서 주로 불량이 발생한다. 조립 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는 이물질 검사와 소형 광학 부품의 정밀도 검사를 주로 한다. 또 완제품 성능 검증 과정에서도 산업용 계측 장비를 이용한다.
최근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 사고와 전기자동차 화재,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으로 이차전지에 대한 안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차전지 안정성도 계측 기술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주로 완제품에 대한 불량 검사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용 계측 기술을 이용해 외관 검사와 X선을 이용한 비파괴 검사, 이차전지에 대한 화학적 성능 검사를 수행하며 안정성을 확보한다.
4차산업혁명 산업에 필수인 산업용 계측 기술
산업용으로 쓰이는 범용 테스트 장비에는 오실로스코프, 신호 발생기, 디지털 멀티미터, 논리 분석기, 스펙트럼 분석기, 비트 오류율 테스터(BERT) 솔루션, 네트워크 분석기, 전력 측정기, 전자 카운터, 모듈형 계측기, 자동 테스트 장비(ATE), 전원 공급 장치가 있다.
이런 유형의 장비들은 대형에 부피가 큰 디스플레이, 약간 복잡한 제어 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런 장비들은 점차 작고 하나의 장비로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통합형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전 장비보다 높은 대역폭과 정확도, 고해상도를 제공한다.
한편 테스트와 측정 장비 서비스 공급기업은 작업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고, 검사 대상인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고객과 최종 사용자에게 훈련과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 교육으로 기술과 운영을 잘 이해해 오류율을 줄이도록 돕는다. 실제 기본적인 측면과 응용, 제어 기술, 유지보수에 대한 교육 프로
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고, 수리와 보증 연장, 수리 패키지, 급행 수리, 예비 부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산업용 계측 기술은 우리나라의 대표 주력 산업 분야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핵심 기술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에서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와 이차전지 같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산업용 계측 시장도 함께 성장하며, 계측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