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OEM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무선배터리 관리시스템 wBMS 기술
[테크월드뉴스=박응서 기자] 최근 테슬라(Tesla)가 배터리 ‘기가팩토리(gigafactories)’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폭스바겐(Volkswagen)이 2030년까지 유럽에 6개의 배터리 전문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배터리는 이제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부품이 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가 자동차 수명과 크기, 무게, 비용 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지원할 수 있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시장 점유율이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기존에 판매한 전기차(EV)들이 점차 수명이 다해가면 이에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폐차되는 차량으로부터 회수한 ‘세컨드 라이프’ 배터리를 놓고서도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터리 개발 뉴스는 리튬 기술보다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BMS를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상태(SOC)와 노화상태(SOH)를 파악할 수 있다.
아나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ADI)가 개발한 새로운 무선배터리관리시스템(wBMS) 기술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모듈을 하나의 구조체로 만드는 시점에서부터 전기차에 사용하고 폐기하는 단계를 넘어서 세컨드 라이프 배터리로 재활용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수명 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하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이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GM)의 얼티엄(Ultium) 배터리에 채택됐다. 지난해 말 wBMS를 적용한 최초의 모델로 GM이 허머
(Hummer) 전기차를 발표했다. 이에 ADI는 선을 없앤 wBMS가 전기차 배터리의 설계와 생산, 수리,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양산 프로그램 가동에 들어갔다.
유선, 많은 공간 차지 ·조립 까다로워 비용 증가
ADI가 wBMS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팩에서 통신 배선 단점을 분석하면서다. ADI는 시장에서 가장 정확한 전통적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제공하고 있으며, 무선 통신 분야에서는 5G 무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또 산업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건한 메시 네트워킹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 팩의 각 셀과 전자제어유닛(ECU) 간 통신을 위해서 와이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ECU는 자동차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동작을 제어한다.
배터리 내부의 이러한 통신 요구 사항에 따라 대형 배터리 팩의 아키텍처 역시 복잡해진다. 배터리 팩은 여러 개의 모듈로 이뤄지고, 각각의 모듈은 여러 개의 셀을 포함하고 있다. 생산 공정은 약간씩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이로 인해 각 셀마다 특정한 허용 범위 이내에서 특성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배터리 용량과 수명,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압과 충전·방전 전류, 온도 같은 주요 배터리 동작 변수를 모니터링해서 기록할 필요가 있다. BMS에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셀 모니터링 유닛이다.
그런데 각각의 배터리 셀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BMS의 ECU로 전달해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ECU가 모듈별로 배터리에 대한 전력 공급과 인출을 조절하고 배터리가 안전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유지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각각의 모듈로부터 전압과 전류, 온도를 측정하고 측정한 데이터를 ECU 프로세서로 전송하기 위한 통신 수단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림1]. 기존에는 이 통신에 와이어를 사용했다. 유선 연결은 익숙하고 잘 아는 기술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선은 단점도 적지 않다. 구리 배선 하네스는 무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이 공간에 배터리 셀을 더 채운다면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다. 또 커넥터가 기계적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유선은 개발 작업을 가중시키고 제조 비용과 무게를 늘리며 기계적 신뢰성을 낮추고 활용 가능 공간을 줄인다. 이는 다시 주행거리 단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배선 하네스를 제거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팩의 폼 팩터를 차량 설계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배터리의 복잡한 배선 하네스는 배터리 팩 조립(어셈블리) 작업도 까다롭게 만들고 비용도 늘린다. 유선 팩은 조립과 배선 종단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이는 비용 증가와 위험도를 높인다. 고전압 전기차 배터리 모듈은 충전된 상태로 공급돼, 조립 공정에서 안전을 유지하고 생산 라인 작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전 프로토콜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모듈화하고 확장하기 쉬운 wBMS 시스템 플랫폼은 배터리 팩 조립 공정을 완벽하게 자동화할 수 있다. 신호 배선 하네스를 없앤 다음 배터리 모듈에 전원 단자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이 작업도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 공정으로 처리할 수 있다. 수작업이 필요 없어 OEM으로 활용하는 기업에서는 조립 라인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그림2].
수리와 폐기, 재사용에서도 장점 발휘하는 wBMS
GM은 확장하기 쉬운 얼티엄(Ultium) 모듈의 아키텍처 덕분에 배터리 팩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얼티엄 배터리는 2021년에 첫 선을 보였으며, 대형 차량뿐만 아니라 고성능 차와 프리미엄 모델에서부터 소형차까지 GM의 다양한 차량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GM의 글로벌 전동화와 배터리 시스템 사업을 총괄하는 켄트 헬프리치(Kent Helfrich) 선임 디렉터는 2020년 9월 기자회견에서 “얼티엄 배터리의 핵심 가치는 확장성을 높이고 복잡성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도록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무선 배터리관리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ADI wBMS 기술의 장점은 신차가 매장에 전시될 때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수리
보안이 강화된 무선 연결 기능을 지원하므로, 배터리 팩에 손을 대지
않고도 공인 정비소에서 진단 장비를 사용해서 배터리 팩 상태를 편리
하게 분석할 수 있다. 만약 이상을 감지하면 결함이 있는 모듈을 손쉽
게 제거하고 교체할 수 있다. 무선 구성 덕분에 배터리 시스템에 새로
운 모듈을 설치하는 것도 간편하다.
폐기
배터리 팩에 사용된 재사용 가능 금속 소재나 유해한 물질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서 폐기해야 한다. 무선 시스템은 배선이 단순하고 통신
배선 하네스가 없어 유선 배터리보다 배터리 모듈 제거 작업이 더 쉽
고 빠르다
세컨드 라이프 재사용
미래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차량 수명을 능가할 것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배터리가 완전히 고장날 때까지 통상적인 수명이 ‘100만 마일(약 160만 km)’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서 폐차하는 전기차로부터 회수된 세컨드 라이프 배터리를 둘러싸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터리는 재생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나 전동 공구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재사용할 수 있다. 또 폐차되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재활용 또는 폐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다.
wBMS 기술은 각각의 모듈로부터 배터리의 주요 데이터를 손쉽게 읽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사용해서 모듈의 SOC와 SOH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듈을 생산할 당시 데이터에 이 데이터를 결합하면 ‘세컨드 라이프’ 모듈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재사용 용도로 판매할 때도 각 모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듈 재판매 가격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배터리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서 유용한 무선 기술
wBMS 기술은 ADI가 센싱과 측정, rF 통신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wBMS는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므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팩 설계에 편리하게 통합할 수 있다. 솔루션에는 각 배터리 모듈을 위한 무선 셀 모니터링 컨트롤러(wCMC)와 통신 네트워크를 제어하기 위한 무선 매니저 유닛을 포함한다. 무선 매니저 유닛이 여러 배터리 모듈을 무선으로 ECU와 연결한다.
각각의 wCMC는 무선 섹션과 함께 동급 최상의 BMS를 포함하고 다양한 배터리 변수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사용해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싱 유닛이 배터리의 SOC와 SOH를 분석한다.
ADI가 wBMS 시스템에 구현한 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자동차 업계의 신뢰성, 안전성, 보안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한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같은 소비자 지향 무선 기술과 달리 wBMS 솔루션은 네트워크 차원의 시간 동기화 기술을 사용해서 어떤 동작 조건에서도 신뢰할 수 있고 뛰어난 보안으로 안전한 통신을 제공한다.
GM은 양산 전기차에 wBMS를 채택해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했다. wBMS 기반 배터리를 탑재한 100대가 넘는 GM의 테스트 차량이 사막에서부터 혹한의 북부 지역들까지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할 것 없이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수십만km를 주행했다. 이를 통해 신뢰성을 입증하고 자동차 업계에서 모든 보안과 견고성 요건에 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조만간 다양한 승용차 모델에 이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DI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wBMS와 관련해 ISO 26262 기능 안전 기준을 충족하도록 지원한다. 잡음이 심한 환경에서도 복원력이 뛰어나도록 무선 기술과 네트워킹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또 정교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서 모니터링 유닛과 매니저 유닛 사이에서 이뤄지는 통신을 안전하게 제공한다. 무선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데이터에 대해서 범죄자나 해커로부터 스푸핑(Spoofing)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안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데이터를 온전하게 수신할 수 있게 함은 물론 메시지가 신분이 확인된 출처로부터 전송됐다는 것을 수신자가 확신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처럼 wBMS를 활용하면 배터리 팩의 조립, 사용, 폐기, 세컨드 라이프 재사용까지의 전체 수명 주기 동안 자동차 제조사와 차량 소유자가 손쉽게 배터리 상태를 추적하고, 성능과 안전을 유지하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ADI는 배터리 모듈의 셀모니터링 유닛과 ECU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 ADI는 wBMS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서 배터리 라이프사이클 인사이트서비스(BlIS)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에지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추적, 생산 최적화, 보관과 운송 시의 모니터링, 조기 결함 감지,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다. wBMS와 BlIS를 통해 자동차 OEM 제조사들은 배터리 팩 개발과 생산으로부터 투자 회수를 극대화하고, 전기차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저탄소 미래를 향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글 : 노르베르트 빌러(Norbert Bieler) e-모빌리티 사업개발 디렉터, 폴 하르탄토-도저(Paul Hartanto-Doeser) e-모빌리티 시스템 테크놀로지스트
자료제공 : 아나로그디바이스(ww.analo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