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웨이브] ‘AI재밍’·‘위키윤’이 공약 설명하고 ‘AI 변상욱’이 보도
가상인간·인공지능 기반 드론…AI 시장 확대 속도 낸다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2022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스티브 코닉 리서치담당 부사장은 같은 달 3일(현지 시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CES에선 인공지능(AI)이 어디에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말처럼 CES 참여사 중 상당수가 AI를 언급했다.
인공지능, 모든 산업에 스며들다
AI는 로봇과 메타버스(가상 세계), 드론,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은 물론 가전, 자동차, 농업 같은 전통 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AI가 모든 산업에서 범용 기술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 리서치는 지난해 553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였던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6년엔 2948억 달러(약 3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트랙터 업체 존디어는 최근 AI·로봇·컴퓨터비전(시각)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트랙터엔 잡초에만 자동으로 제초제를 뿌리는 기술(시&스프레이)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CES2022에서 차량 지능·교통 분야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제초제를 80%가량 줄여 비용과 환경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드론 제조사 스카이디오는 공식 홈페이지에 AI 기반 신제품 ‘스카이디오 2+’를 공개했다. 신제품엔 실시간 3차원(3D) 지도 작성과 물체·상황 인식, 장애물 회피, 조종사 지원 등 대부분의 기능에 AI가 접목됐다. 기업용 제품은 AI 기술을 통해 9도 각도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신제품엔 1.3조 개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임베디드 AI 컴퓨팅 장치인 엔비디아 테그라 TX2가 탑재됐다.
세계 최대 AI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AI를 기반으로 종합 컴퓨팅 기술 회사가 되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엔비디아 컴퓨팅 플랫폼 채용이 증가했다”며 “엔비디아 AI를 포함해 소프트웨어(SW) 사업 모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매출을 81억 달러(약 9조 6836억 원)로 내다봤다.
국내 인공지능 기업 85%, 2012년 후 설립…대표 기업은 어디
국내에서 AI 신생기업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해는 지난 2012년 무렵이다. 당시 이미지넷 대회(AI가 100만장의 사진을 보고 어떤 사진인지 맞추는 대회)에서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가 심화신경망(DNN·Deep neural Network) 알고리즘 방식의 AI를 선보인 뒤 국내에서도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79개 AI 신생 기업 가운데 85%는 2012년 이후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딥러닝(심층학습)이 확산되던 2012~2015년 국내에선 음성합성과 기업용 대화엔진, 챗봇(채팅 로봇) 등 음성인식과 시선 추적, 이미지 분석, 데이터 시각화, 컴퓨터비전 등 AI 기술을 바탕으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관련 기업들이 설립됐다. 이 때 등장한 기업 중 국내 대표 AI 업체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누적 투자 유치액(28일, 크런치베이스·더VC·보도자료 종합)을 기준으로 2013년 루닛(헬스케어, 1600억 원)·센드버드(채팅, 2638억 원)와 2014년 뤼이드(교육, 2966억 원), 2015년 콴다(교육, 1252억 원)·스탠다임(제약, 883억 원)·파운트(금융, 700억 원)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뤼이드·센드버드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신생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지능정보산업협회의 ‘2022년 AI+X 톱 1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1위 기업용 채팅 프로그램 기업인 센드버드의 2020년 한국법인(비상장) 매출액은 1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3% 급증한 15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창업해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센드버드는 ▲사진·욕설 관리 ▲커뮤니티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용자 차단 ▲스팸 필터링 ▲자동번역 기술로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지난해 1월 AI 기업인 스켈터랩스와 채팅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센드버드는 음성 기반의 운영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세돌·알파고 대국 후 국내 AI 산업 본격 확산
2016년엔 구글 AI 알파고가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기며 국내에서 관련 산업이 본격 확산됐다. 그러면서 국내 대기업 출신 대표가 창업한 AI 기업들이 많아졌다.
다음카카오 서비스 직원들이 창립한 TWC(고객 응대, 385억 원)와 SKT 출신 황영규 대표가 세운 알체라(영상 인식, 270억 원), 삼성전자에서 SW 엔지니어로 일하던 유진규 대표가 네이버 스프링캠프의 투자를 받아 창업한 에이아이트릭스(의료, 95억 원)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알체라는 지난해 3분기 얼굴 인식 솔루션 매출이 같은 기간 총 매출(41억 원)의 65%에 달할 만큼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최근 안면인식 기술은 정보 획득이 쉽다는 이유에 출입국·출퇴근 관리와 범죄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증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바이오인증 시장에서 안면인식을 통한 인증은 2020년 58억 달러(약 7조 9353억 원)에서 올해 78억 달러(약 9조 3379 원)로 연평균 28.3%씩 커질 전망이다.
TWC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용 고객관리·전화응대 업무 대행 SW(클라우드게이트) 개발사다. 지난해 9월엔 KT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기반 서비스형 컨택센터(CCaaS)를 위한 MOU를 맺었다.
클라우드게이트는 국내 최초로 음성·문자 상담을 통합해 창 하나에서 모든 고객 응대가 가능한 제품이다. 여성 의류 쇼핑몰인 임블리와 중고사 쇼핑몰 SK엔카 등 170여 개 기업이 고객사다.
에이아이트릭스는 AI 기반으로 병원 내 응급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주력하는 질병은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할 수 없을 때가 많은 질환인 패혈증이다. 관련 제품은 ‘바이탈케어(VitalCare)’다. 국제 머신러닝(ML·기계학습) 학회인 ‘ICML(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 2019’에 7편의 논문이 채택될 만큼 기술력에서 앞서는 회사다.
대선 후보부터 은행원까지…AI로 진화하는 가상인간
국내 AI 신생 기업 중 최근 CES2022에서 관련 기술을 공개한 곳들은 마인즈랩과 딥브레인AI, 수퍼톤, 셀렉트스타, 노타 등이다. 이 가운데 딥브레인AI과 마인즈랩은 ‘가상인간’ 기술로 유명하다.
양사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10월 ‘위키윤(AI윤석열)’과 여수MBC의 가상인간 기상캐스터를 공개했다. 각각 올 2월과 지난해 하반기에 AI에 기반한 은행원도 선보였다.
다만 마인즈랩은 “가상인간 개발에 따라 연구개발 용역비가 증가하고 매출액이 감소(전년비 27.2%↓)”하며 지난해 영업손실(68억 원)이 전년보다 68.9% 확대됐다. 마인즈랩은 같은 해 11월 기업공개(IPO)로 유입된 순수입금을 AI 연구개발비(99억 원)와 관련 서버 확충비(45억 원), 음성봇 성능 개선(32억 원)에 2023년까지 쓸 예정이다.
지난해 4월 AI 서비스 기업인 이스트소프트는 ‘AI 변상욱 앵커’를 공개했다. AI가 앵커를 촬영하고입 모양을 참고해 오류를 수정하며 실제와 비슷한 모습을 구현했다. 목소리 생성 AI 기술(목소리 생성 AI가 입력된 글자를 음성으로 바꿔 활자가 목소리로 생성되는 기술)과 얼굴 생성 인공 지능 기술(목소리에 맞는 얼굴을 구현하기 위해 얼굴 생성 AI를 거치는 과정)이 적용됐다.
AI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심층 대화와 개인화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한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CES2022에서 개인화 AI 정보 검색 사이트인 ‘딥시그널’과 AI 고객센터, 가상인간 제작기술을 선보였다. 지난달 메타휴먼 기술을 바탕으로 ‘AI재밍(AI이재명)’을 제작하기도 했다.
수퍼톤은 AI 기반 목소리 변환·창작 기술, 셀렉트스타는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최적화 기술을 공개했다. 노타는 AI 기반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저전력 운전자 모니터링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