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인공지능주치의 ‘닥터 AI’ 개발
기관별 의료지능 모아 환자 건강상태 예측, 정확도 90% 달성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여러 병원에 구축된 의료지능을 통합해 환자를 더 정밀히 진찰하는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코로나19로 원격 진료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의료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환자별 의료 데이터를 수집·축적할 필요가 있지만, 각 병원의 환자 진단기록인 전자의무기록(EMR)을 직접 통합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제도상 한계가 있다.
ETRI가 개발한 닥터 AI는 EMR을 통합하는 대신 각 병원의 EMR 기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앙상블)으로 진료를 돕는다. 즉, 민감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닥터 AI는 환자의 현재 정보를 입력하면 각 기관 의료지능이 개별 분석한 뒤 결과치를 통합, 오차를 조정해 최적 예측치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환자 건강 상태를 판단한다. 이로써, 단일기관 의료지능만 활용하는 경우에 비해 10%가량 높은 정확도를 보이며, 이는 의료지능마다 병원 특성에 따른 환자군 데이터가 달라 예측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관별로 다른 데이터를 학습한 의료지능과 협진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ETRI는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과 함께 약 74만 명의 심혈관계 질환자 EMR을 이용,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 확보했다.
닥터 AI의 핵심기술은 ▲앙상블 의료지능(기관별 예측 추세·오차 분석) ▲시계열 EMR 의료지능(예측 근거·건강상태 분석) ▲멀티모달 의료지능(의료 데이터 학습) 등이다. 앙상블 의료지능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 닥터 AI가 구축된 전국 병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미래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예컨대, 지역 검진센터에서 진단하는 호흡계 만성질환을 닥터 AI를 통해 심혈관계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대형병원 의료지능을 활용하면 더 종합적이고 상세한 분석·예측이 가능해진다. 약 2년 뒤 심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예측까지도 해낼 수 있다.
시계열 EMR 의료지능은 병원 방문 빈도, 검진 항목 등 분석 가중치와 집중도를 다르게 설계해 더 정밀하게 예측한다. 시계열 분석에 사용되는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불규칙한 방문 간격과 다양한 검사 종류 등 EMR 고유의 특징을 고려한 예측 방법이 필요한데, 본 기술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멀티모달 의료지능은 EMR 데이터 뿐 아니라 심장 CT 영상 데이터를 함께 학습, 활용하므로 심혈관질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에도 도움을 제공한다.
ETRI는 병원마다 의료지능을 구축해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례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닥터 AI 기술개발 책임자인 최재훈 ETRI 책임연구원은 “환자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1, 2차 병원 뿐 아니라 대형병원 역시 환자군이 다른 병원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해 협진과 같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 “이로써 의료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