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U의 시작과 지금의 역할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과거에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 차가 몸을 데워 달릴 준비를 하는 동안 기다려줘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차를 고려하는 것이 아닌, 차가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주는 시대가 왔다. 작은 컴퓨터가 자동차 속으로 들어가고 기계 부품이 자동화된 전장부품으로 바뀌면서 일어나게 된 변화다.

 

 

1968년, 최초의 차량용 컴퓨터 등장

폭스바겐(Volkswagen)은 1968년 전자 제어식 연료 인젝션(EFI, Electronic Fuel Injection)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 타입 3(Type 3)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보쉬(Bosch)가 제작하고 공급한 ‘D-제트로닉(D-Jetronic)’으로 약 25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연료를 자동으로 공급한다.

이 장치는 공기 흡입 시스템, 연료 시스템, 전자 제어 시스템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장치는 분사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하기 위해 온도, 압력 등의 센서로부터 차량 내부의 각종 환경 요소들을 모니터링하고 차량의 속도를 파악한다[그림 1]. 센서로부터 차량의 속도, 흡입되는 공기의 압력, 엔진의 온도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나면, 이에 맞춰 분사할 연료의 양을 결정한다.

이 제어 장치의 타임 스위치는 점화 후 1~1.5초 내에 연료 펌프를 가동할 수 있는 속도이며, 보통 차량 내부 대시 보드 아랫부분이나 좌석 아래, 또는 트렁크에 배치됐다. 이런 차량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를 마이크로 컴퓨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폭스바겐과 함께 첫 ECU로 공개된 D-제트로닉은 폭스바겐의 타입 3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의 250E, 280, 포르쉐(Porsche)의 914, 재규어(Jaguar)의 XJ-S, XJ12 등 다양한 차량에 탑재됐다.

 

보쉬 D-제트로닉 연료 인젝션 연결 구조

1970년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머스키법(Muskie Act)으로 유명한 대기청정법을 법제화했다. 이는 당시 5년 후인 1975, 1976년 생산되는 차량을 목적으로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의 대기 환경 저해 배출물을 90% 저감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각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노력을 해왔다. 대부분의 업체가 기간 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주행 환경에 따라 연료 분사 기술 정도를 세밀하게 조정해 나가면서 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은 계속됐다. 이에 컴퓨터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2000년대 들어 전장부품 적용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1개에서 100개, 다시 1개로 줄어든다?

현재 ECU는 연산, 명령을 하는 장치로 자동차의 두뇌라 불리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디스크리트, ASIC/ASSP, 센서와 같은 반도체와 전자부품,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며, 최근 자율주행화 바람에 따라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차량에서 연산, 전송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설계에도 많은 공이 들고 있다.

과거 1개의 ECU가 연료 분사 정도를 결정해주는 때와는 달리, 이제는 많으면 100개가 넘는 ECU가 차량에 집적된다. 센서만 해도 전, 후방 카메라는 기본에 라이다, 레이다 센서가 들어가면 이를 담당해 처리하는 ECU도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다. 차량 내부 환경을 유지하고, 외부의 충돌을 방지하는 등 그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ECU의 자리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ECU의 목적이다. 과거에는 차량의 연비, 효율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운전자, 탑승자,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차량 전장부품을 설계한다. 물론 자동 변속기 제어, 구동, 제동, 조향 등의 주요 기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에서 ECU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져갔다. 1980년 원가의 2%만을 차지하던 ECU는 이제 원가의 40%를 넘는 존재감을 보이며, 이중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비용은 50~70%에 달하고 있다. 특히, ECU가 100개를 넘어서면서 소프트웨어 코드라인도 1억 줄을 돌파했고, 이로 인한 복잡성을 제어하기 힘들어 소프트웨어 상의 오류가 늘거나 리콜해야 하는 상황이 증가하기도 한다.

 

ECU 구성 방식 비교 (출처: Elektrobit)

이렇게 끝을 모르고 늘어나는 ECU를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제는 다시 단일화된 통합형 ECU를 개발하고 있는 추세다. 구성 방식은 1개의 ECU가 1개의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 게이트웨이(Central Gateway) 방식과 기능에 따른 도메인 별로 ECU를 모듈화해 체계적으로 역할 구조를 세우는 도메인 컨트롤러(Domain Controller) 방식, 그리고 중앙 집중화(Centralized functional) 방식으로 나눠진다. 여기에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기술이 더해지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 통제 방식의 구조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통합형 시스템을 통해 비용, 공간은 줄이고 연산 효율은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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