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트로닉스 조윤희 이사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켐트로닉스의 조윤희 이사는 해외 출장이 많다. 우리나라보다 5G 상용화가 7개월여 늦지만 이 분야에 적극적인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을 자주 다녀오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베트남도 자주 방문한다. 그 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하면 1년 365일이 모자랄 지경이다. 조 이사가 이처럼 바쁘게 활동하는 이유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자율주행차 분야의 기술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조윤희 이사를 만나 V2X(Vehicle To Everything)와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켐트로닉스의 자율주행 사업 현황을 들어봤다. 

켐트로닉스 조윤희 이사

 

Q. 켐트로닉스 자율주행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우선 켐트로닉스는 1983년 화학유통 사업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 전자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화학사업은 삼성전자나 삼성 디스플레이에 식각, OLED, 폴더블폰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전자사업은 중국과 베트남 법인의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 무선충전 소재와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삼성전기의 모바일 무선충전 관련 사업을 21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무선전력전송과 NFC 칩코일 사업 관련 설비와 인력, 지적재산권을 인수함으로써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미래의 첨단 먹거리 산업인 자율주행 분야는 2013년부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자율주행연구소는안전을 위한 미래 자동차 도로환경과 자율주행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요소인 V2X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내와 정부의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참여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Q. 켐트로닉스만의 차별화된 V2X 관련 기술은 무엇인가?
켐트로닉스 제품의 차별점은 DSRC와 C-V2X 모두 지원하는 V2X 일체형 OBU(On-Board Unit)라는 점이다. 

DSRC는 단거리 전용 통신(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s)의 약자로, 톨게이트나 도로변에 설치해 자동차에 탑재한 단말기와 양방향 무선 통신하는 시스템을 뜻하며, 주로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등 유럽 기업들이 기술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반해 C-V2X(Cellular Vehicle To Everything)는 이동통신망을 통해 차량이 다른 모든 것들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스템을 뜻하며, 핵심 기술력은 퀄컴 등 미국업체가 갖고 있다. DSRC는 차량 기능에만 한정된 반면, C-V2X는 통신과 반도체 등 적용범위가 훨씬 넓다. 오바마 행정부에선 DSRC를 밀었으나, 철저한 경제논리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가 C-V2X를 선호하고 있다. 

켐트로닉스가 개발 완료해 양산·판매 중인 DSRC/C-V2X 일체형 OBU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V2X 기술 적용에 있어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DSRC만 적용한 차량으로 도로를 운행하면 C-V2X만 적용한 차량이나 인프라 등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켐트로닉스는 2014년에 이미 두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단말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어떤 제품에 어떤 인프라를 적용하든 V2X 통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DSRC와 LTE를 동시에 지원하는 단말기도 개발해,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사업에 공급하기도 했다. 

켐트로닉스는 V2X와 관련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도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표준이 달라지더라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점도 큰 강점이다. 

 

Q. 자동차 분야 중 영상 비전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SVM(Surround View Monitoring))에 대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SVM은 차량 주변 상황을 HD 카메라를 통해 360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장치는 주차할 때나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 더 나아가서는 자율주행 시 주변을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켐트로닉스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QM6 등 신규 차량에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켐트로닉스의 SVM 데모 (출처: 켐트로닉스 유튜브)

또한, 사고가 났을 때 자동으로 녹화할 수 있는 DVRS(Digital Video Recording System)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동안 블랙박스는 옵션으로 추가하는 애프터마켓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신규 자동차 모델을 출시할 때 기본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DVRS가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차량 운전 시의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ARVC(Advanced Rear View Camera)는 사이드미러 하단에 장착하는 카메라다. 일반적으로 사각지대경보시스템은 레이더나 초음파를 활용해서 알람음을 울려줌으로써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ARVC는 사각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운전자에게 훨씬 더 유용한 시스템이다. 

 

Q. 중국의 표준화 단체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 켐트로닉스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켐트로닉스는 중국의 IMT-2020 내 V2X 워킹그룹에 속해 있다. 이곳은 SAIC MOTOR, CHERY와 같은 중국 자동차 메이커, GM, 포드, 폭스바겐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CAICT와 같은 중국의 국가 ICT 씽크탱크, 보쉬, TDTech, 삼성전자와 같은 부품회사들이 함께 모여 V2X 기술을 공유하고 표준화 활동도 함께 진행하는 워킹그룹이다. 

또한 좀더 상위그룹인 중국의 Tiaa라는 자동차 안에 탑재되는 텔레매틱스(Telematic) 시스템을 개발하고 표준을 정하는 워킹그룹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내부와 외부, 또는 차량간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표준을 정하는 단체다. 

켐트로닉스는 이런 워킹그룹의 회의에 참석하거나 발표를 진행하고 기술에 대한 표준을 정하는 일에 참여한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 모두 자율주행 분야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표준화 시스템을 인증받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증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활동이다. 

 

Q. 중국의 자율주행 사업은 어느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지 알려달라. 중국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상용화 시기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정부의 추진정책 덕분에 자율주행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기 위해 아예 도심지에 관련 시설을 구축해 놨다.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실험도시인 K-CITY를 따로 분리해서 구축해 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에서는 도심지 신호등에도 V2I(Vehicle to Infra) 설비를 설치해놓고 얼마든지 관련 기업이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해놨다. 베이징이나 상해와 같은 도시에서는 차량을 렌트해서 통신장비를 달기만 하면 얼마든지 관련 인프라와 통신을 주고받으며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런 과감한 정책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V2X 기술이 2~3년은 앞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차량 내 V2X 기기 장착을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자동차 업계가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중국 업체들은 기존 업체만 고수하지 않고 신규 업체라도 제품에 대한 기술력이 좋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있다. 

 

Q.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관련 어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가?
우선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사업에도 참여했다. 켐트로닉스는 자율주행 차량간에는 WAVE를 활용하고, 자율주행차와 중앙관제센터 간에는 KT LTE망을 활용하는 V2X 장비를 공급했다. 이 실증사업에서 차량 간에는 위험지역에 대한 접근 경보를 주고받고, 충돌 경보를 사전에 받으며, 차량의 진행방향에 대한 교통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에서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사고 발생 지역에 대한 지역 경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실험했다. 

스마트시티에 지정된 세종 시와 함께 7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대부분 주민이 점점 줄어들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세종 시도 마찬가지인데 이에 세종 시에서는 안전운행과 비용절감을 위해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V2X를 셔틀버스에 장착해서 도로 인프라와 통신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예를 들어, 신호등에 관련 기기를 장착하고 멀리에서 오는 차량이 미리 신호가 바뀔 때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연구가 진행됐다. 

 

Q.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가?

통신 분야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해결돼야 한다. 통신에 대한 표준, 기술, 로드맵이 정부 부처마다 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따라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표준을 설정하고 로드맵을 설정한다면 관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이 건강하게 조성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한, 경쟁입찰 방식의 정부 추진 과제도 변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외에서는 업체에서 신기술이 나오면 먼저 정부에서 표준을 정하고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요소를 함께 개발하면서 테스트베드를 제공해 준다.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해외에서는 3~4업체가 함께 참여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배양되고 이종간에 다른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조건도 조성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한 업체만 경쟁입찰로 선정하다 보니, 빠듯한 예산으로 짧은 기간 내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Q. 향후 자율주행 부문에서 사업 계획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기술적 관점으로는 V2X와 같은 통신에 관련된 기술과 영상처리에 관련된 기술을 함께 개발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V2X 분야에서는 최근 각광받는 ADAS(안전보조시스템)을 통합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제품과 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영상처리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지원하는 기술과 더불어 안전운전을 돕는 시스템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시장 관점으로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신규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아세안에서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자동차 분야를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시티나 C-ITS 분야에 집중해서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켐트로닉스는 지속적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C2X 관련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외부의 성장잠재력을 살펴볼 때 올해와 2021년은 기술 관점이나 시장 관점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시장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