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팅, 디지털·물리 공간의 혼합
직관적 ‘UI/UX·패스스루’으로 몰입도 높여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애플이 이른바 ‘최초의 공간 컴퓨터’라고 부르는 비전 프로를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과 달리 사용자의 눈, 손, 음성 등 직관적인 입력으로 화면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앱)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메타버스라는 개념 대신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주창한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애플의 세 번째 컴퓨팅, 공간 컴퓨팅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XR 시장 규모는 2022년 292억 6000만 달러(약 38조 2100억 원)로 평가되며, 2026년에는 1000억 달러(약 130조 57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메타가 장악하고 있는 XR 시장을 승부처로 선택하며 제품 차별화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5일 애플은 연례 개발자 회의 ‘WWDC 2023’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소개하면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강조했다.

특히 팀 쿡 애플 CEO는 “맥이 우리에게 개인용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을 소개한 것처럼, 애플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며 수십 년에 걸친 애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비전 프로는 새로운 입력 시스템과 수천 가지의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이전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은 애플이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공간 컴퓨팅을 B2B 영역에서 기계, 사람, 사물의 활동을 디지털화하며 통합하는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공장에서의 원활한 상호 작용을 위해 물리적 공간이 제약된 곳에서 사용되는 시뮬레이션 등이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공간과 UI·UX로 재정의된 공간 컴퓨팅

애플이 새롭게 제시한 공간 컴퓨팅은 가상현실(VR)에 집중됐기보다는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포괄하는 확장현실(XR)에 가깝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나 오큘러스 등 헤드셋도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기존 제품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몰입이 중심이며 앱 조작을 위해서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애플은 공간의 혼합과 직관적인 UI·UX에 중점을 두었다. 일례로 애플이 비전 프로를 설명하며 홍보한 영상을 보면, 사용자는 헤드셋을 착용해도 시각적·공간적 변화 없이 디지털 콘텐츠와 실제 현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모습이다. 간단한 손가락 동작만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며,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도 앱을 작동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직관적 UI·UX는 기존의 XR 업계에서도 반드시 넘어야 하는 선결과제로 꼽힌 바 있다.

메타의 퀘스트 프로가 유사한 기능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비전 프로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용자의 실제적 경험을 위해 중요한 요소인 디스플레이에서 차이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비전 프로는 4K OLED 디스플레이 2개를 사용하지만, 퀘스트 프로는 1800x1920 화질로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팀 쿡 CEO는 “디스플레이 제약 없이 디지털 콘텐츠를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듣고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공간 컴퓨팅 ‘몰입·공간의 확장’으로 완성

사실 기존의 주류를 차지하던 VR은 시각적 감각과 제한된 입출력 기기라는 한계가 지적됐다. 하지만 공간 컴퓨팅은 공간의 창작과 감각 기관의 몰입 강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D와 아날로그 비디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청각·3D 등 확장된 콘텐츠가 진정한 공간 컴퓨팅의 잠재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은 ‘애플 Vision Pro 출시와 XR 시장 환경’이라는 보고서에서 XR 기기는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디지털 공간이 물리적 환경으로 나오는 출구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터페이스로 해석했다.

아울러 신 전략기획팀장은 “우리가 XR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XR이 스마트폰을 넘어 등장하는 차세대 컴퓨팅’이기 때문이다”며 “스마트폰은 모바일 컴퓨팅 기기지만, XR은 몰입을 기반한 공간 컴퓨팅 기기”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기기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한정된 콘텐츠의 전달만 가능했지만, XR 기기를 통해 XR, 홀로그램 등 XR의 가치를 사용자가 전달받을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디스플레이 투명도가 조절되는 ‘패스스루(Passthrough)’ 기능 역시 주목해야 한다. 사실 기존의 기기는 가상 현실만 보여주는 VR, 현실 공간에서 정보를 추가해 보여주는 AR로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구분했다. 그러나 애플의 비전 프로는 VR·AR 역할을 구분 없이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사람을 포함한 주변 세계를 실시간으로 4K로 볼 수 있는 패스스루는 장시간 VR 또는 AR을 착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사용자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며,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 탑재된 운영체제 ‘비전OS’로 일상생활 속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중점을 뒀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생태계와 호환되는 동시에 XR 특유의 상호작용 기능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이크 록웰 애플 기술개발그룹 부사장은 “최초의 공간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의 거의 모든 면을 새롭게 발명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앞선 개인용 전자기기인 독자적인 공간 컴퓨터를 착용 가능한 폼팩트로 설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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