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산단조성과 문법 달라…고부가·독립된 구조 특징”
정부 산업계획과 혼동도…일각선 “평가절하 적절치 않아”

[테크월드뉴스=김창수 기자] 삼성전자가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부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등 300조 원 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 ‘확대 해석’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투자 기간이 20년으로 연간 15조 원 수준에 그친 까닭이다. 미국 내 공장 투자액과 비교해도 특이점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jpg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jpg

2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특성상 연간 15조 원 설비투자 지출(CAPEX)은 대외적 홍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공업 공장조성과는 다르게 반도체 공장은 라인 증설에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공장)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150억 달러(한화 약 19조 2000억 원)에서 200억 달러(약 25조 7000억 원)가 필요하다.

반면 중화학, 자동차 등의 공장 증설에는 비교적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산단 투자 규모는 3조 원 내외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 건설 투자액은 55억 달러(약 7조 원) 수준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첨단산업 육성 계획에 삼성전자 자체 투자 소식이 겹치며 의미가 과대 해석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육성 계획은 ▲300조 원 규모 수도권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신규 조성 ▲3300만㎡ 규모 14개 지방 국가산단 후보지(대전·천안·청주·홍성 등) 선정 ▲6대 첨단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 민간투자 및 육성 등이다.

이 중 삼성전자가 반도체 팹 5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맡았다.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들여 완공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반도체공장은 석유·자동차공장 등과는 다르게 라인 하나가 매우 고가”라고 “300조 원이란 액수가 객관적으론 크지만 20년에 나눠 투자하면 1년에 15조 원인 셈이다. 반도체 레일 건설비용을 감안하면 이 분야에선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해 반도체는 이름이야 반도체 ‘생태계’로 부르지만 단순하게 웨이퍼로 공정 시작해 나오는 결과물도 웨이퍼”라며 “그 과정에서 투입된 클러스터 연구·개발 과정이 단순 제조 부속 개념이 아닌 각각 독립된 산업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비해 타 분야는 자동차공장을 예로 들면 완성차 메이커가 주변 부품 공장으로부터 부속을 조달받아 차를 조립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년간 300조 원 투자 발표가 아니더라도) 반도체업계에서 연간 투자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며 “다만 현재의 미-중 갈등,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법 이슈 등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이 몰리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해외 반도체공장과의 비교도 주목할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 연말 공장 완공,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비용으로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 2000억 원)를 계획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이 비용이 250억 달러(약 32조 7000억 원)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도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완공된 1라인은 당시 화폐 기준 13억 달러(약 1조 6700억 원)가 들었으며 이후 2003년 5억 달러(6450억 원)를 추가 투자했다.

2007년 6월에 만들어진 2라인은 최초 투자 35억 달러(4조 5000억 원)를 비롯, 2010년 36억 달러(4조 6000억 원), 2012년 38억 달러(4조 9000억 원)가 추가 투입됐다. 단일 라인에 우리 돈 14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한 셈이다. 10여 년 전 기준 화폐가치, 환율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이번 ‘20년간 300조 원’ 메가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다소 평이하다고 풀이된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이번 투자 계획과 관련해 “반도체 분야는 라인 1기를 까는 데 수십조 원이 드는 막대한 규모 사업”이라며 “전 세계에서 이 정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되지 않는데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15일 정부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핵심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2042년까지 20년간 총 300조 원을 투자, 용인 클러스터에 파운드리 공장 5개를 짓는다. 해당 부지 면적은 기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289만㎡·약 87만 평)의 약 2.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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