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21세기 성장동력

[테크월드뉴스=김경한 기자] 최근 산업계뿐만 아니라 문화계나 교육현장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r)’의 합성어로, 아바타가 현실 세계의 자신을 대신해 사회·경제·교육·문화 활동을 하는 3차원 가상 공간을 뜻한다. 최근에는 여야 대선주자가 메타버스를 국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면서 정치 활동도 포함되는 추세다.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 살펴봤다.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초월 세계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 공개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미국 비영리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가 2007년 발표한 ‘메타버스 로드랩’에서 메타버스의 범주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거울 세계로 세분화했다. 이와 함께 ASF는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로 보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교차점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오연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AI·미래전략센터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가 다시 오고 있다’ 보고서를 통해 “일부 용례에서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를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메타버스 로드맵’의 지속적인 영향력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융합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SF소설 ‘스노 크래시’ 표지
SF소설 ‘스노 크래시’ 표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국민 MC 유재석이 유행시킨 ‘부캐(부캐릭터)’처럼 메타버스에선 우리를 대신할 아바타가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혹은 융합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 개념에 가장 근접한 범주가 인간의 신체, 감정, 경험 등의 정보를 기록하고 가상의 공간에 재현하는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이다. 

이런 양상은 최근 사회 전반에서 발견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가 메타버스에서 입학식을 개최했으며, 건국대학교가 온라인 가상현실 축제 ‘콘택트(KON-TACT)’를 개최하는 등 교육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산업계에선 LG화학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신입사원 교육 연수를 진행했고, 부동산 앱 서비스 업체 ‘직방’이 메타버스 안에서 직원 출퇴근을 실현하고 있다. 포트나이트에서 진행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공개와 제페토에서 진행한 걸그룹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는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문화 활동이다. 

 

메타버스가 대세인 이유

닐 스티븐슨의 소설 속 메타버스에서는 정보 제공이 텍스트로 이뤄진다. 1990년대 초는 PC통신이 유행할 시기이니 그럴 법도 하다. 오히려 그 시기에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개념을 발상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실제로 닐 스티븐슨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웨슬리언 대학의 스티브 호스트 박사에게 뇌와 컴퓨터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PC통신이 주류이던 당시에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개념을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앞선 것이었다. 

VR HMD(Head mounted Display)
VR HMD(Head mounted Display)

따라서 2007년 ASF가 ‘메타버스 로드맵’을 발표하기 전까지 메타버스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이로드맵 발표 후에는 메타버스 관련 논문수가 급증하는 등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메타버스와 미래전략’ 보고서에서 밝힌 구글 엔그램(Google Ngram)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 전 세계 논문 발표수가 정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논문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6년 엔비디아에서 지포스 GTX 1070을 출시하면서 다시 한 번 메타버스는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전후로 삼성 기어 VR과 페이스북 오큘러스, HTC의 Vive 등의 머리에 착용하고 영상을 즐기는 VR HMD(Head mounted Display)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박선규 데이터킹 대표
박선규 데이터킹 대표

박선규 데이터킹 대표는 “VR 헤드셋을 컴퓨터와 연결하려면 최소 GTX 1070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메타버스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GPU 성능뿐만 아니라, 컴퓨팅 파워, 클라우드, 5G 통신 기술이 함께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는 3D로 구현되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량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의 증가도 결정적 요소 중 하나다. 

메타버스가 소위 ‘뜨는’ 분야가 된 건 한 마디로 사람이 많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2006년에 설립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지난해 3월 대규모 외부 자금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가 아닌 직접 상장 방식으로도 295억 달러(약 34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570만 명의 동시 접속자수를 달성했고, 월 1억 64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선 16세 미만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를 즐기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엔 돈도 몰리는 법. 로블록스의 대항마로 떠오른 제페토는 현재 전 세계 165개국에서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10대가 전체 이용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페토(ZEPETO)는 2018년 8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SNOW)가 만든 3D 아바타 제작 애플리케이션으로, 지난해 5월 스노우에서 분사한 네이버제트에 속해 있다. 
 

로블록스 VS. 제페토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메타버스의 주요 플랫폼으로는 로블록스와 제페토를 들 수 이다. 두 플랫폼을 사용해본 바로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에선 동일하지만 소비자 접근 방식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로블록스의 아바타는 마치 레고 인형처럼 상당히 단순화된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지형지물도 레고 형태와 유사하다. 로블록스에서 중요한 건 사용자의 게임 창작이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통해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데, 코드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나 코드를 모르는 이들도 직관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무료 템플릿도 제공한다. 현재 로블록스 스튜디오로 제작된 게임 대부분은 미성년자에 의한 것이며, 연간 2000만 개의 게임이 제작되고 있다. 

로블록스의 인기게임 ‘Blox Fruits’
로블록스의 인기게임 ‘Blox Fruits’

제페토는 좀더 커뮤니티와 팬덤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물론 사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도 상존하지만 아직까진 네이버제트가 직접 개발한 게임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여러 게임을 즐기거나 다양한 테마의 가상공간에서 소통하고 있다. 로블록스에 비해 세련되고 좀더 사람의 형태를 갖춘 외형을 갖추고 있다. 제페토의 아바타들이 어찌 보면 바비인형에서 좀더 귀여운 면이 부각된 외모를 갖추고 있기에, 나만의 아바타를 꾸미거나 ‘옷 입혀주기 놀이’를 하기에 적합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돌그룹 제작사 빅히트·YG·JYP로부터 17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아이돌그룹 기획사와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이키와 구찌 등 글로벌 탑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좌측부터) 제페토 내 BTS의 ‘버터’ 뮤직비디오 가상 세트장 방문, 블핑(블랙핑크) 하우스 방문, 캐주얼게임 실행 모습
(좌측부터) 제페토 내 BTS의 ‘버터’ 뮤직비디오 가상 세트장 방문, 블핑(블랙핑크) 하우스 방문, 캐주얼게임 실행 모습

더 나아가 ‘제페토 스튜디오’라는 아이템 제작 툴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아바타 의상이나 신발 등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고, ‘제페토 빌드업(Build-up)’ 툴을 활용해 상상하던 공간을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기업과의 협업으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은 9억 건을 넘었으며, 이 중 80%는 일반 사용자들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제트가 올해부터 게임 기능에 집중해 하반기에는 제페토 스튜디오에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도 내놓을 계획을 밝힘에 따라, 향후 두 거대 메타버스 플랫폼의 총성없는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현실 세계를 담는 메타버스의 확장성

로블록스와 제페토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메타버스 내의 사용자들은 수동적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 능동적 생산자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박선규 데이터킹 대표가 '360복셀에디터'를 이용해 직접 메타버스 내 건물을 만들고 있다
박선규 데이터킹 대표가 '360복셀에디터'를 이용해 직접 메타버스 내 건물을 만들고 있다
필자가 '360복셀에디터'로 직접 만들어본 건축물
필자가 '360복셀에디터'로 직접 만들어본 건축물

데이터킹은 이런 메타버스 사용자의 특성을 살려 메타버스 내 건축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3D VR 엔진 ‘360복셀에디터(Voxel Editor)’을 개발했다. 이 에디터의 메뉴는 포토샵과 3D 애니메이션 제작툴을 합친 것 같은 형태다. 좌측 상단에는 3D 조형물 제작 툴이, 그 하단에는 조형물의 색상 지정 팔레트가, 우측에는 레이어가, 하단에서 약간 우측으로는 3D 화면 회전 툴(정육면체)이 있다. 10분만 사용해 보면 사용법을 금방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조작법이 간편하다. 박선규 대표는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미리 정해진 템플릿을 배치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360헥사월드에선 사용자가 직접 건물의 모양과 색상을 지정해 만들 수 있다”라며 사용자의 능동적 생산에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360복셀에디터로 완성한 건축물은 데이터킹의 메터버스 세계인 ‘360헥사월드’에 배치할 수 있다. 현재 ‘명동’과 ‘ARMY WORLD’ 두 개의 방을 개설했으며, ‘홍대거리’와 ‘인사동’은 추후 오픈 예정이다. 

현재 ‘맥도날드’가 입점한 360헥사월드 내 ‘명동’ 방 참가 모습
현재 ‘맥도날드’가 입점한 360헥사월드 내 ‘명동’ 방 참가 모습

360헥사월드의 또 하나의 강점은 참여 방 수용인원이 최대 100명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고 블록 형식의 모델링을 추구하는 로블록스도 이 수준까지 가능하나, 좀더 복잡하고 세련된 모델링을 추구하는 제페토의 경우 20명 정도가 최대 수용인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바타, 건축물, 지형지물 등이 3D로 구현되기 때문에 방 하나에 전송되는 데이터량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5000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한 블랙핑크의 팬사인회는 30여 개 단위의 방이 개설됐으며, 사용자들은 이 기간 동안 각자 빈 방에 들어가 행사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만약 개설한 방에 100명이 들어가 있더라도 서버 내에는 사실 2000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메타버스가 더 성장하려면 적어도 1000명은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라며 메타버스가 풀어야 할 숙제를 제시했다. 

또한,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현실 세계의 법이나 제도를 그대로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법적·윤리적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직까지 VR HMD가 메타버스 내에서 문서를 읽기에는 화소가 낮다는 문제도 있다.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는 그의 보고서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공간에서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서는 모래알 같은 화소가 눈알 안에서 꺼끌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나안 수준 해상도는 한쪽 눈에 9600x9000 픽셀로 약 9000만 화소에 달한다”며 현재 400만 화소에 지나지 않은 VR 기기의 기술 발전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데이터킹은 360헥사월드 외에도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50여 개의 국공립박물관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360 VR 뮤지엄’과 온라인 3D 전시 솔루션 ‘360엑스콘(XCON)’이 그것으로, 이는 메타버스의 범주 중 가상현실에 속한다. 360엑스콘은 가상 전시장 템플릿에 이미지와 영상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신제품 출시 후 온라인 전시물을 즉시 교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메타버스는 데이터 산업으로 귀결된다. 박선규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량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를 모으면 빅데이터가 된다. 데이터킹에선 이걸 시각화해서 보여준다”라며 메타버스는 데이터 기반의 미래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이벤트, 트래픽 등을 잘 분석하면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개선사항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킹의 메타버스 내 데이터 분석 예시
데이터킹의 메타버스 내 데이터 분석 예시

데이터킹은 고객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제공한다. 이 분석도구로는 ▲방문자 댓글 관리, 전시장 방문 이벤트 쿠폰 발행, 데이터 출력 PDF 등을 제공하는 ‘관리자 기능’ ▲조회, 방문, 참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문통계’가 있다. 데이터킹은 이런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B2B 마케팅을 지원함으로써 메타버스의 사업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박 대표는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국경이나 남녀 성별에 대한 개념이 없다”라며 무한대에 가까운 메타버스의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데이터킹의 회사 비전인 ‘Metaverse, Wow! Anywhere, Any go with’에서 알 수 있듯,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에게 어떤 장소든 방문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감탄을 일으키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라며 스마트폰 이후 뚜렷한 킬러 콘텐츠가 없던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성장동력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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