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과 연구·개발 동향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Smart) 사회 도래를 촉진한다. 스마트 홈·카·시티·팩토리 등 미래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려면 대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인공지능(AI)이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지능(Intelligence)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AI 반도체는 AI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처리기(Processor)다. 지능화 혁명은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과 속도를 높인다. 여기에 기계 학습(ML)과 심층 학습(DL)의 발전으로 AI가 확산되면서, 빅데이터의 수집·처리를 담당할 AI 반도체의 시장 규모와 기술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 반도체, 범용에서 전용으로
구현 목적, 방식, 플랫폼에 따라 세분화돼

AI 반도체는 시스템 구현 목적, 서비스 플랫폼, 기술구현 방식에 따라 그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시스템 구현목적을 기준으로 나누면 ‘학습용(Learning)’과 ‘추론용(Inference)’으로 구분된다. 학습용은 ML·DL 알고리듬(algorithm)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데, 추론용은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외부 명령이나 상황을 인식·분석하는 데 적합한 반도체다. 서비스 플랫폼을 기준으로 나누면 데이터센터 ‘서버용’과 ‘엣지 디바이스용’으로 구분된다. 서버용은 데이터센터의 병렬연산 처리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높고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엣지 디바이스용은 개별 AI 서비스에 특화돼야 하면서도 전력 소모, 무게, 제조원가를 낮춰야 한다. 기술구현 방식을 기준으로 나누면 사용 목적에 맞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 특정 AI 시스템 구현 목적으로 제작되는 ‘주문형 반도체(ASIC)’, 특정 AI 시스템에 다수 사용되는 ‘특정 용도 표준 제품(ASSP)’으로 나뉜다.

AI 반도체 구분(출처: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2020, 관계부처 합동)’)
AI 반도체 구분(출처: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2020, 관계부처 합동)’)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반도체 시장 전망에 따르면, AI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FPGA를 거쳐 심층 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 ASIC으로 전환되고 있다. 초기 AI 발전을 이끈 GPU는 그래픽 처리를 위해 연산 능력 자체에 유리한 병렬 처리 구조를 채택해 포괄적 제어와 순차적 컴퓨팅 처리에 집중된 CPU보다 AI 알고리듬 연산 수행에 유리하다. FPGA는 CPU와 병렬로 작동돼 시스템 혼란이나 병목현상 없이 AI를 구현할 수 있다. DNN ASIC은 낮은 전력 소모량으로 AI 알고리듬을 수행한다.

한편, AI 연산에 관한 기본 반도체의 한계(전력 소모 과다, 연산 효율 하락)를 보완하기 위해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rocessor-In-Memory; PIM)’, ‘뉴로모픽(Neuromorphic)’ 등 차세대 AI 반도체가 연구·개발되고 있다. NPU는 기존 컴퓨팅에 쓰이는 순차 처리 방식 ‘폰 노이만 구조’를 낮은 전력·전압의 CMOS 로직과 메모리를 활용해 최적화한 것으로, 영상·이미지·음성인식 등에 AI 기술이 다수 활용되는 스마트폰에 NPU 탑재가 증가하는 추세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코어를 병렬로 구성해 낮은 전력으로 높은 연산 성능을 내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전용 반도체다. 비정형 문자·이미지·음성·영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뉴로모픽이 보편화될 경우 초저전력·고성능 AI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역 퍼플오션’
시장 선점 경쟁 심화, 자체 개발·설계 증가

가트너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향후 10년간 6배 성장해 2030년 총 1179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35.8%로 예상되는 AI 반도체는 DRAM(-0.5%)과 NAND 플래시 메모리(10.1%)를 딛고 차기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2018~2030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규모(단위: 십억 달러, 출처: Gartner, KISDI)
2018~2030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규모(단위: 십억 달러, 출처: Gartner, KISDI)
2018~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내 인공지능 반도체의 비율(단위: %, 출처: Gartner, KISDI)
2018~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내 인공지능 반도체의 비율(단위: %, 출처: Gartner, KISDI)

10년 뒤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30%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AI 반도체가 차지할 전망인데, 아직은 시장 형성 과정 상 초기 단계인 ‘블루오션(blue ocean, 미개척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간한 ‘AI 반도체 시장 동향 및 경쟁력 분석(2020)’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 독보적인 점유율과 기술력을 갖는 업체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해외 반도체 설계 대기업은 오랜 기간 동안 CPU, GPU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대규모 생태계를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을 점유해 나가는 중이고, 클라우드·디바이스 사업이 주력인 기업들도 AI 반도체를 개발·출시하고 있어 경쟁이 보다 더 격화되고 있다. 즉, ‘레드오션(Red Ocean, 경쟁시장)’ 같이 경쟁이 치열한 블루오션, ‘역 퍼플오션(Purple Ocean)’이라 부를 수 있는 모양새다.

주요 IT 기업의 AI 반도체 출시 현황(출처: ‘AI 반도체 시장 동향 및 경쟁력 분석(ETRI, 2020)’)
주요 IT 기업의 AI 반도체 출시 현황(출처: ‘AI 반도체 시장 동향 및 경쟁력 분석(ETRI, 2020)’)

글로벌 CPU 시장을 양분하는 인텔, AMD와 GPU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설계 대기업은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CPU 기반 AI 반도체 출시 현황을 살펴보면, AMD는 7나노(㎚) 공정 기반의 서버용 CPU인 ‘3세대 에픽 밀란 7003’ 시리즈를 3월 15일 발표했다. 인텔은 4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5G, AI,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능을 개선하는 서버용 CPU인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아이스레이크)’ 시리즈를, 엔비디아는 4월 12일 개최한 ‘GPU 기술 컨퍼런스(GTC) 2021’에서 서버용 CPU인 ‘그레이스’와 자율주행차용 AI 프로세서 ‘아틀란(Atlan)’을 차례로 공개했다. 이들 제품은 기존 CPU보다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고 AI 연산을 지원하는 가속 기술을 강화해 대규모 AI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를 겨냥했다. 한편,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주도하는 퀄컴은 2020년 9월 서버용 고성능 AI 추론 가속기 ‘클라우드 AI 100’을 출시한 바 있다.

GPU 기반 AI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공개된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의 ‘엔비디아 A100’ GPU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에 탑재됐으며, 6월 3일에는 ND A100 v4 VM(가상머신) 시리즈가 공식 출시되기도 했다. AMD와 인텔은 2020년 11월에 각각 HPC용 GPU ‘인스팅트 MI100’과 서버용 GPU ‘H3C XG310’을 발표했다. FPGA의 경우, 2020년 10월에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합병한 AMD가 시장을 주도하면서도 알테라(Altera)를 인수(2015년)한 인텔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한 상황이다. 인텔은 2019년 ‘애질렉스(Agilex)’ 시리즈를, AMD는 2020년 자일링스 ‘버텍스(Vertex)’ 시리즈를 출시했다.

AI ASIC의 경우,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서비스 기업과 테슬라·애플 등 과거 반도체 수요 기업이 자체 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전통 반도체 업체 외 기업이 개발한 NPU 또는 NPU 탑재 프로세서 제품이 시장에 다수 출시됐다. 구글은 자사의 딥러닝 프레임워크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지원하는 서버용 ‘TPU(Tensor Processing Unit)’ 1세대 제품을 2016년에 공개한 후 4세대(2020년)까지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실세계와 증강현실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HPU(Holographic Processing Unit)’를 개발해 홀로렌즈(HoloLens, 2015년)에 탑재했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오토파일럿(테슬라 ADAS 시스템)’에 쓰이는 AI 반도체 ‘FSD(Full Self Driving)’를 직접 개발, 자사 차량에 사용하고 있다. 애플도 2020년 11월 CPU·GPU·NPU를 모두 자체 설계한 ARM 아키텍처 기반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M1’을 공개, 자사 제품에 탑재했다. 이밖에 퀄컴의 모바일AP ‘스냅드래곤 865+’,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자비에(Xavier)’, 인텔 ‘하바나(Habana)’, IBM ‘파워 10’, 화웨이 ‘기린 990’, 바이두 ‘쿤룬(Kunlun)’ 등 많은 자체 설계·제작 AI ASIC이 있다.

뉴로모픽은 IBM ‘트루노스(TrueNorth)’·‘블루 레이븐(Blue Raven)’, 인텔 ‘로이히(Loihi), 퀄컴 ‘제로스(Zeroth)’ 등이 공개되며 초기 시장을 형성했으나, 아직은 시장 형성 이전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된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고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고 있으며, IT 서비스 기업 중심의 AI 반도체 수요가 발달해 잠재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0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보고서에는 “국내 업계가 보유한 장점을 기반으로 민·관의 집중 투자와 도전적 연구, 조기 산업화를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I 반도체를 연구·개발하는 국내 업계 내에선 PIM이 대세다. CPU, GPU, 통신모듈, OS 등 시스템과 메모리를 통합한 PIM은 AI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 강국인 우리나라가 특히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2월 17일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AI 처리기를 결합한 ‘HBM-PIM’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SK하이닉스는 2월 3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에서 PIM의 일종인 ‘AIM’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국가 수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예산 약 1조 원을 투입해 서버, 모바일, 엣지, 공통 분야 AI 반도체를 연구·개발하는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서버 분야에 SK텔레콤 등 15개 기관, 모바일 분야에 텔레칩스 등 11개 기관, 엣지 분야에 넥스트칩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며, 공통 분야는 ETRI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담당한다. 정부의 방침은 국가의 적극적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국내 AI 반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형성,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AI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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