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앞당겨진 스마트 팩토리 시대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지난해까지 1만 9799개를 보급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치인 1만 7800개를 초과한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최근 인구 노령화와 숙련공∙생산 능력 부족, 기업 간 생산성 경쟁, 코로나로 인한 정보 기술(IT)의 영향력 확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그 동안 어떤 성과를 냈으며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전망은 무엇일까. 정부의 관련 계획과 함께 살펴본다. 

IT 영향력 확대로 주목받는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팩토리는 제품의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곳이다. 쉽게 말해 제품을 더 쉽고 빠르며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공정이 자동화된 공장이다. 

스마트 팩토리로 기업은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 보안성과 고객 만족도 등을 높일 수 있다. 또 공장에서 일어나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 팩토리는 코로나로 정보 기술(IT)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더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IT의 발전은 산업 현장의 여러 센서와 기기가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모아진 데이터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져 오늘날 스마트 팩토리의 도입을 촉진시켰다.

AI가 공장 관리…스마트 팩토리가 신성장 동력

스마트 팩토리는 기존의 자동화·무인화 공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동화 공장은 정해진 ‘개념’을 바탕으로 처음에 설정한 값에 따라 작동한다. 반면 스마트 팩토리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관련 지식을 실시간 수집∙활용한다. 이 때 데이터는 여러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다양한 생산 현장에 달아 모은다. 

또 기존 자동화 공장은 이미 알고 있던 정보에 한정돼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을 정체시키는 반면 스마트 팩토리는 모르던 데이터까지 누적해 발전을 도모한다. 기업은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향후 벌어질 현상을 예상해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할 수 있다. 

앞서는 선진국, 따라오는 신흥국

이에 일부 선진국에선 스마트 팩토리의 발전을 기존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생산 장비 등의 보편화, 기업간 가속화되는 경쟁, 신흥국의 추격 등으로 마냥 쉽지 만은 않다.

신흥국의 추격은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된 지표 상으로도 드러난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 컨설팅 회사인 에이티커니와 발표한 ‘2018 국가별 미래 생산 능력 준비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생산 동인(Drivers of Production∙공장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준비성을 평가하는 요소) 부문에서 25위, 생산 구조(Structure of Production)에선 5위를 차지하며 호주∙벨기에∙캐나다에 이어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체코는 생산 동인 26위, 생산 구조 6위로 전체 5위에 올랐다. 

이 같은 신흥국의 추격은 인건비 등 해당 국가들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한 여러 기회가 이들 국가에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 국가는 4차 산업 기술의 적용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아 오히려 관련 기술을 접목해 기존 제조 기업들을 해외 공급망에 진입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참고로 일본과 한국은 이탈리아에 이어 전체 순위에서 각각 14, 15위를 차지했다. 

하루에 공장 시스템 수백 번 바꿔도 OK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 이라는 자체 기술이 적용된 해당 공장은 사이버 공간에 현실 공장의 쌍둥이(트윈)를 만들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미래를 예상한다. 

이 공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공정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수준을 85% 넘게 달성, 1990년 이후 고용 인원을 1200명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이처럼 회사 규모 대비 근무하는 인원이 적다고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공장에선 1000여 종의 제품을 연간 1200만 개 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하루에 최대 300번 넘게 생산 시스템을 자유롭게 바꾸면서도 시스템을 바꾸는데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모든 설비를 1000여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연결해 불량품 발생시 바로 부품을 바꿀 수 있는 데다, 99.7%의 제품을 설계∙주문 변경에도 24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100만 개의 제품당 불량품 수는 겨우 11.5개(불량률 0.0012%)에 그친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스마트 팩토리에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필립 코쉐 GE 최고생산성책임자(현 삼성물산 사외이사)가 2017년 12월 사내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으로 펜실베이니아주 그로브 시티(Grove city)에 위치한 GE운송 공장엔 설비의 가동이 중지되는 현상을 데이터에 기반해 막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설비의 가동 중지 시간을 10~20% 줄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제품의 생산량과 품종 등을 알아서 조절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GE는 전세계 400여 공장 가운데 스마트 팩토리를 50여 개로 확장할 계획이다(2016년 기준).

‘4차 산업혁명’의 모태는 독일 ‘인더스트리 4.0’

각 국의 정부도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한 국가별 정책∙개념으로는 미국의 ‘첨단제조업 리더십 발전 전략’, 일본의 ‘신산업 구조 비전’, 중국의 ‘제조 2025’,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이 중 4차 산업혁명은 독일에서 2011년부터 추진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전략을 차용했다. 

해당 전략은 IoT,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기술), 빅데이터 등을 제조 분야에 도입하기 위해 추진됐다. 156년 역사의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와 유럽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P,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모기업인 다임러(Daimler)와 BMW∙보쉬(Bosch)∙인피니언(Infineon Technologies)∙티센크루프(ThyssenKrupp)∙트럼프(TRUMPF) 등 독일의 주요 제조사들이 인더스트리 4.0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제약·의료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구축 쉬워져 

독일과 달리 한국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팩토리 구축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스마트 팩토리를 보급하는 사업에 437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에만 6000곳이 넘는 기업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단,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 관련 제약·의료기기 제조사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국내외 제조 공급망이 흔들림에 따라 스마트 공장으로 관련 역량을 키우려는 기업들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와 대기업이 중소 제조사의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바꾸는 사업인 ‘상생형 스마트 공장’에 신청한 기업은 작년에 전년보다 약 70% 늘었다. 

국내 기업들,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앞장서

국내 대기업과 IT 기업은 자발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ICT와 2010년부터 포항제철소를 스마트 팩토리로 바꾸기 위해 움직였다. 이를 통해 철강 조업 현장의 여러 데이터를 모아 불량 원인을 파악 중이다. 

포스코ICT는 포스코 제철소에 구축한 스마트 팩토리를 효성중공업의 창원 공장에도 구축 중이다. 오는 9월까지 해당 공장을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로 바꿀 예정이다. 

중소기업 중에선 코로나용 주사기를 만드는 풍림파마텍이 스마트 팩토리로 바뀐 후 월 1000만 개의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은 상생형 스마트 공장 사업의 지원을 받아 공장을 탈바꿈할 수 있었다.

스마트 팩토리 시장 규모, 2024년 2448억 달러로 성장할 듯

2024년 스마트 팩토리의 시장 규모는 2019년보다 1.6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엔마켓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시장이 같은 해 1537억 달러(약 173조 4505억 원)에서 2024년 2448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까지 연 평균 약 9.8%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시장 규모 확대엔 산업용 로봇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마켓앤마켓은 “해당 기간 동안 산업용 로봇이 스마트 팩토리 시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산업별로는 자동차 분야가 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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