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이혜진 기자] 로봇 산업은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로봇 산업 생태계 형성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중요하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세계 로봇 강국들은 10여년 전부터 로봇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6년 ‘MSRDS’라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선보였다. 구글의 인수 후 6년 전 문을 닫은 윌로우개러지는 자사의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인 ROS를 개발해 수많은 로봇 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ROS는 이제 겨우 로봇과 자율주행차량 등에 오픈소스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단계인 데다, 전체 로봇 소프트웨어 중 특정 기업이 공급하는 운영체제(OS)다 보니 시장 규모가 작다. 반면 RPA는 국내외 다수 기업에서 도입하며 가장 인기있는 로봇 소프트웨어로 발돋움했다. 지금부터 RPA와 ROS의 시장 동향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RPA, 왜 로봇이란 명칭 붙었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인 RPA는 사람이 반복 처리하는 업무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신한다는 뜻에서 ‘로봇’이란 명칭이 붙었다.

서류를 스캔해 내용을 파악하고, 규정이나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사람에게 알린다. 최근에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능의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으로 복잡한 업무도 가능하게 발전하고 있다.

RPA는 미국 주요 은행의 대출·자금 이체 서류와 보험사의 계약 서류 심사에 활용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엔 4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주로 금융권에서 비대면 고객 대응이나 계약 관리 업무 등에 쓰이다 최근엔 포스코, 서부발전, 삼천리 등 제조기업도 활용 중이다.

포스코ICT·삼성SDS, RPA 기술 개발 제공

국내에서는 포스코ICT와 삼성SDS, 그리드원 등이 해당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RPA 기술인 ‘에이웍스(A.WORKS)’의 2.0 버전을 최근 내놨다. 기존 RPA의 광학 문자 판독(OCR)과 텍스트 분석(TA)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채팅 로봇(챗봇),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S∙Business Process Management System) 등의 기술과도 연계해 더 높은 차원의 자동화를 구현했다. 여러 개의 자동 프로그램이 분·협업을 해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한다. 회사는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에서 해당 기술을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삼성SDS도 최근 인공지능 적용해 기능을 개선한 자체 RPA ‘브리티웍스’를 내놨다. 브리티웍스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Nexfinance AICR)과 텍스트 분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판단, 심사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RPA 전문 기업인 그리드원의 RPA 역시 인공지능을 적용해 금융, 보험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RPA 시장, 내년 2조원 규모로 성장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21년 18억9000만달러(약 2조994억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4억1000만달러보다 25.4% 많은 수치다.

파브리지오 비스코티(Fabrizio Biscotti) 가트너 공동부사장은 ”이같이 전망한 이유는 RPA가 프로세스 품질, 속도와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조직이 코로나 기간 동안 비용 절감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함에 따라 RPA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의 RPA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가트너는 전 세계 대기업의 90%가 2022년까지 RPA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시 톤보움(Cathy Tornbohm) 가트너 공동부사장은 “디지털 프로세스에 대한 인력 의존도가 줄어들면 최종 사용자에게 비용 절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트너는 2024년까지 RPA 수요의 절반가량이 IT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RPA에 대한 인식이 증가함에 따라 RPA의 도입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인식이 확산된 이유에 대해 비스코티 부사장은 “세계적인 RPA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이 IT 분야 외 기업들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와 최고 운영 책임자(COO)들을 성공적으로 타겟팅했다”고 설명했다.

ROS, 로봇 분야의 ‘안드로이드’

ROS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처럼 무료로 공급하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 소스 로봇 소프트웨어다. 위키피디아와 같이 로봇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다수의 개발자들이 제안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적지만 해외에선 강력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ROS가 로봇 연구 기업, 로봇 개발·판매업체들에게 표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곳에서 ROS에 기반해 로봇을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ROS를 지원하는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ROS를 다루는 기업 중 가장 큰 곳은 지난 2009년 설립된 클리어패스 로보틱스다. 클리어패스가 ROS를 기반으로 제작한 로봇 가운데 널리 알려진 제품은 무인 지상차량(UGV·Unmanned Ground Vehicle)인 ‘자칼’과 무인 수상선박(USV·Unmanned Surface Vehicle)인 ‘헤런(Heron)’ 등이다. ROS 개발사인 윌로우 개러지가 6년 전 구글의 인수 후 문을 닫은 다음 PR2로봇에 대한 고객 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ROS 환경에서 클리어패스의 로봇을 활용해 광산, 조사 등에 관한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유진로봇·로보티즈 국내 기업 중 ‘ROS 기업 탑10’ 선정

국내에서 ROS를 도입한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은 어디일까. 지난해 ‘더 로봇 리포트’가 발표한 ‘ROS 기업 탑10’엔 한국의 유진로봇과 로보티즈가 선정됐다. 유진로봇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개발용 ROS 로봇 ‘터틀봇2’를 만든 기업이다. 터틀봇2는 사람을 따라가거나 안내할 수 있는 교육·연구용 로봇이다. 태블릿과 와이파이로 연동돼 실시간 화면 전송이 가능하다. 음성, 인체골격, 안면 등 다양한 인식이 가능한 센서(키넥트)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ROS 기반이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로보티즈는 다이나믹셀(Dynamixel)이라는 하드웨어와 ROS를 기반으로 한 로봇운영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개발자들에게 관련 기술과 구성품을 제공해준다.

로보티즈는 대학과 연구소에 주로 솔루션을 공급해왔으나 수년 전 주요 고객들이 기업으로 바뀌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2017년 말 관련 양산 시설을 늘리고 AI와 연동한 로봇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재무적·전략적 투자를 추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로보티즈와 회사의 중국 법인은 LG전자의 종속 법인이다.

ROS 기반 로봇, 2024년 150만대로 늘어난다

ROS는 RPA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훨씬 작지만 증가 폭은 가파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 ROS 기반 로봇이 지난해 약 540만개에서 2024년 1350만개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간 60%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들은 ROS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6월 퀄컴의 자회사 퀄컴 테크날러지는 로보틱스와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퀄컴 로보틱스 RB5 플랫폼'을 연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는 공개 OS인 리눅스(Linux)와 ROS 2.0, 우분투를 지한다.

국내 기업 인티그리트는 지난 7월 자체 개발한 실내 자율주행 플랫폼 ‘시냅트리’를 공개했다. 맞춤형 자율주행로봇을 구현할 수 있게 ROS, 안드로이드 등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