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방제일 기자]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경주ㆍ포항지진 이후, 소규모 지진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남 해남에서는 지난 4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지진이 75회 관측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 방재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오랫동안, 지진 방재기술의 주류는 ‘내진(耐震)설계’였다. 말 그대로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축물을 튼튼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995년 발생한 고베지진에서는 내진기준을 충족한 건물 중 8% 가량이 파괴됐다. 이후 지진에 맞서기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면진설계’가 내진설계의 대안으로 주목받게 됐다.

면진(免震)설계란 건물과 지반 사이에 추가 구조물을 설치해 땅의 흔들림이 건물에 전달되는 것을 줄여들도록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특허청은 최근 면진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면진 관련 출원은 큰 지진이 발생한 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2011년 32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경주 지진이 일어난 2016년부터 증가해 포항지진 직후인 2018년에 최고수준(연간 40건)을 기록했다. 다만 2019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지진 직후 높아진 관심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기술발전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 면진기술 출원은 1988년 일본 S사가 출원한 ‘주위 구속형의 면진장치’로,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등 외국 출원은 전체 대비 37%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내국인 출원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비중은 6%대로 감소해 면진기술의 국내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국인들도 다른 나라에서 특허권을 획득하고자 해외로 출원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단 한 건에 그쳤던 해외출원이, 2000년대 6건, 2010년 이후 1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출원 증가세에는(12건→231건) 못 미쳐, 해외진출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출원동향에 대해 살펴보면, 지반과 건물을 분리하는 ‘면진받침’에 관한 출원이 87%로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지진에 대한 복원력을 강화하는 기술과 고무 노화를 최소화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기술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 여덕호 주거기반심사과장은 “경주, 포항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면진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시공노하우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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