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라떼판다, 젯슨나노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오늘날 다양한 계층의 취미생활과 교육, 나아가 기업 프로젝트 등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Open Source Hardware, OSHW)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메이커(Maker) 운동의 한 갈래로 시작된 2000년대 이래 지금껏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OSHW의 등장 취지는 OSS와 다르지 않다. 2012년 설립된 오픈소스 하드웨어 연합 OSHWA는 ‘OSHW 정의 1.0’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누구나 이 디자인이나 이것에 근거한 하드웨어를 배우고, 수정, 배포,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개된 하드웨어’란 대원칙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디자인 소스는 수정이 용이해야 하며, 하드웨어 사용성 극대화를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 표준 가공 방법, 개방된 시설, 오픈소스 디자인 툴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지식 공유를 기반으로 더욱 자유롭게 기술을 제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OSHW의 목표다.

참조기사 - 오픈소스 하드웨어 시장의 견인차 ‘IoT의 확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OSHW 마중물, 싱글보드 컴퓨터(SBC)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성장에는 특히 가성비 뛰어난 SBC(Single Board Computer)의 등장이 큰 기여를 했다. 소형 기판에 독립적인 연산 능력과 확장 포트, 코딩 지원 환경 등을 갖춘 SBC는 브랜드별로 다양한 가격대와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각자 나름의 커뮤니티도 형성하고 있다. 만약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뭔가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재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는 SBC의 각 특징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2012년, 영국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공개한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는 출시 전부터 엄청나게 낮은 가격으로 주목받은 보드다. 라즈베리파이 기판은 개당 35달러 선으로 기존의 동급 보드와 비교해 몇 배 이상 저렴하며, 첫 출시 당시에도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구사했다. 덕분에 OSHW의 본래 목적 중 하나인 높은 범용성과 뛰어난 접근성 구현에 가장 근접한 보드로 꼽히며, 이를 토대로 일반인 취미/교육 시장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라즈베리파이4 모델 B

라즈베리파이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하드웨어 스펙이다. 매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며, 단순한 성능 개선뿐 아니라 시장 수요에 맞춰 기존 모델의 보급형을 공개하기도 한다. 또 최신 기술 트렌드와 IoT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모듈, 포트 보완 등도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가장 최신 모델인 ‘라즈베리파이4 모델 B’부터는 메모리 용량을 최대 4GB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되며 구현 환경에 따른 선택권도 다양해졌다. 가격은 여전히 비싸야 50달러 정도다.

운영체제는 리눅스 데비안 기반의 ‘라즈비안’이 추천된다. 라즈베리파이 개발사에서 제공하는 운영체제인 만큼 호환성이 좋다. 이 외에도 라즈베리파이 특유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구동할 수 있는 운영체제 종류는 훨씬 다양하다.

비공식적인 루트라도 괜찮다면 리눅스 운영체제인 우분투, CentOS, 구글 크롬 OS, 안드로이드, 타이젠 IoT 등을 라즈베리파이에서 구동할 수 있다. 다만, 속도 문제나 시스템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자. 하지만 라즈베리파이의 묘미 중 하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접근과 창의적인 개발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인 만큼, 복수의 운영체제가 지원되는 환경은 오히려 장점이라 할 만하다.

사용처도 다양하다. 얼마 전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개당 5달러에 불과한 ‘라즈베리파이 제로’는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저렴한 인공호흡기 부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로는 크기가 작고 성능도 낮은 저가형 모델이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많은 환자를 위한 인공호흡기를 합리적인 비용 선에서 만들 수 있다.

라즈베리파이로 만든 클러스터 (출처=raspberrypi.org)

2013년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교의 사이먼 콕스 박사 연구팀은 라즈베리파이 64개를 이어 붙여 구현한 미니 클러스터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라즈베리파이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무궁무진하며, 입문자라면 가격을 조금 더 얹어 기본적인 개발 모듈, 도구 등이 포함된 키트를 구매해도 좋다.

 

아두이노(Arduino)

아두이노는 OSHW 분야에서 라즈베리파이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보드다. 역사는 라즈베리파이보다 긴 편이다. 2005년 이탈리아의 마시모 반지(Massimo Banzi)라는 사람이 IDII(Interaction Design Institure Ivrea)란 학교의 부교수로 재직하며 창안했으며,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였던 그는 전자공학 전공자가 아닌 학생이나 일반인에게 가급적 손쉽게 초소형 기판 기반의 프로그래밍을 전파하기 위해 값싸고 다루기 쉬운 아두이노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처음 OSHW를 접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라즈베리파이와 아두이노가 어떻게 다른가에 관한 것이다. 두 보드 모두 오픈소스 디자인, 작은 크기, 저렴한 가격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운영체제(OS)의 유무다. 라즈베리파이에는 ‘라즈비안’ 등 여러 OS를 설치할 수 있는 반면, 아두이노는 운영체제 없이 C언어 프로그래밍으로 구동시킨다. 그만큼 아두이노 관련 작품들은 대부분 외부 센서나 하드웨어 모듈을 아두이노에 연결해 직접 작동시키는 형태가 주를 이루며, 라즈베리파이는 운영체제 기반 애플리케이션 실행, 간접적 기기 제어 형태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두이노 UNO 보드

센서 기반으로 특정한 상황에 동작하는 하드웨어처럼 물리적 결과물 구현에 중점을 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아두이노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라즈베리파이와 비슷한 듯 느껴져도 조금 더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느낌이 나는 보드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초심자에게 적합하다.

아두이노도 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만큼 다양한 모델이 출시돼 있다. 나라별로 다양한 호환보드가 출시돼 있지만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모델은 아두이노 공식 모델인 ‘우노(UNO)’와 ‘메가(MEGA)’다. 우노는 아두이노 프로그래밍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성능을 갖춘 제품이며, 메가는 우노보다 크고 보다 고성능 작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급형 보드다. 둘 모두 국내 온라인 몰에서 수만 원 이내에 구입할 수 있어 입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라떼판다(Latte panda)

라떼판다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의 보드다.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상대적으로 고성능 컴퓨팅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덕분에 그 자체로 미니PC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으며, 현재 판매 중인 라떼판다 알파의 경우 인텔 8세대 CPU와 8GB 메모리, USB 3.0 지원 등 일반 저가형 오픈소스 보드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또 윈도우10을 지원해 리눅스 OS가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훨씬 친숙하게 다룰 수 있다.

라떼판다 알파

라떼판다는 준수한 성능의 하드웨어와 윈도우 운영체제의 만남. 로봇공학과 IoT 프로젝트, 3D 프린팅 등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 한 유튜버의 실험 결과 실제 성능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같은 고사양 게임도 옵션 타협을 통해 이럭저럭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높은 성능만큼 가격도 비싼 건 흠이다.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라떼판다 알파 고급형 모델의 가격은 수십만 원을 상회하는 만큼, 수만 원대에 불과한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와 비교하면 초기 비용이 매우 높다. 따라서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충분히 숙련된 자로서, 고급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때 고려해볼 만하다.

 

젯슨 나노(Jetson Nano)

젯슨 나노는 엔비디아가 2019년 3월에 공개한 인공지능(AI) 개발 특화 보드다. 당시 엔비디아는 “AI 시대에 보다 더 많은 사람이 AI를 알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발자용과 기업용으로 구분된 두 종류의 젯슨 나노를 발표했다. 라떼판다가 고성능 프로젝트 구현에 집중했다면, 젯슨 나노는 AI 응용 시스템 개발에 한층 특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엔비디아 젯슨 나노

젯슨 나노는 작은 크기에 불과 5W 전력으로 움직이는 소형 컴퓨터지만, AI 연산을 위한 충분한 수준의 GPU 가속 병렬 프로세싱 능력을 갖추고 있다. 128개의 엔비디아 CUDA 코어를 탑재한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으로 작동하며, ARM 코어텍스-A57 쿼드코어 프로세서, 4GB LDDR4 메모리, 별도의 카메라 모듈까지 한데 탑재해 전체적인 하드웨어 성능 또한 높은 편이다.

한 마디로 젯슨 나노는 이미지 분류, 개체 감지, 음성처리 등의 AI 작업을 자체 뉴럴 네트워크로 실행할 수 있는 소형 병렬 컴퓨터인 셈. 기타 지능형 임베디드 IoT 시스템 개발에도 적합하다. 최근에는 대학가에서도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 대신 AI 수업을 위해 젯슨 나노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용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가격은 15만 원 정도로 라즈베리파이와 아두이노에 비하면 비싸다.

젯봇 ‘Fabo’형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학생과 개발 마니아 등이 창의적인 AI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볼 수 있도록 젯슨 나노를 활용한 젯봇(JETBOT) AI 로봇 키트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6가지 차량 포맷으로 구성된 젯봇은 물체 추적, 자동 회피 같은 기본적인 AI 시스템 개발이 가능한 개발용 키트다.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현재 일부 젯봇 키트는 국내 마켓 기준으로 3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주요 오픈소스 SBC

이 밖에도 현재 국내외에는 다양한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일반인을 비롯해 대중의 개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학생 교육을 통한 창의력 증진, 기타 다양한 메이커 활동 확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최근 코딩이 기초 과목으로 채택되는 등, 개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만큼 OSHW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현재 수준과 프로젝트 목표 등을 감안해 적합한 입문용 하드웨어를 선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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