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AI '한돌'과 3연전, 실력 차이 고려한 치수 고치기 접바둑 벌여
첫 경기는 이세돌 9단의 승리.. 한돌의 버그 가능성 제기돼
19일 경기는 동등한 조건의 호선으로 진행될 예정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전설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은퇴경기가 12월 18일 시작됐다. 이세돌 9단은 최근 은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지목해 화제가 됐다. 결국 은퇴전 상대로 결정된 것은 NHN이 개발한 바둑 AI '한돌(HanDol)'.

‘한돌(HanDol)’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기록했고,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첫 출전, 3위 수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첫 대국을 펼쳤을 당시엔 이세돌의 패배에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현재는 바둑에서 인간이 AI를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은 이제 널리 퍼져 있다. 이에 이번에 대결을 벌이는 양측도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 대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사전에 밝힌 바 있다.

이는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방식이다. 만약 첫 대결을 한돌이 이기면 2국에서는 이세돌이 3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게 되며, 반대로 이세돌이 1국을 잡으면 2국에서는 서로 동등(호선)하게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사진=NHN

NHN 정우진 대표는 경기에 앞서 “과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맞붙던 시점에는 과연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승부’나 ‘대결’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부터 열릴 대국은 ‘승패 결과’보다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서로에게 이롭게,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늘 열린 1국의 결과는 놀랍게도 이세돌의 흑 불계승으로 끝났다. 92수만의 이른 경기 종료다. 예상보다 빠른 한돌의 기권에 경기 중계진은 물론이고 이세돌 선수도 복기를 진행하며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에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세돌 선수의 승리를 보며 K-바둑 중계진은 "우려했던 버그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의견을, 실시간 중계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한돌의 실력이 문제, 이세돌 은퇴 번복해야"라는 의견을 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세돌 선수가 승리하는 순간 (K바둑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현재 한돌이 패배한 원인으로는 '축 버그'가 거론된다. 바둑에서 '축'이란 계속해 단수(상대의 돌을 완전히 둘러싸기 바로 전 상태)를 쳐서 상대의 돌을 잡는 기술술을 말한다. 축은 바둑의 매우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데, AI가 알 수 없는 계산 착오를 일으켜 이 축을 간과하는 경우 '축 버그'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지금껏 한돌 뿐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여러 바둑 AI도 간혹 축 버그로 인해 대국에서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해온 사례가 있다.

축 버그 발생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NHN 한돌 개발진의 공식적인 분석과 발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현재로썬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한돌의 2점 접바둑 학습이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로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둔 인간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이세돌 9단에겐 은퇴 경기에서도 AI를 이겼다는 기묘한 기록이 더해졌다. 이제 경기 규칙에 따라 19일 열리는 대국은 한돌과 이세돌 9단이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을 펼치는 호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만약 내일 경기에서도 이세돌 9단이 승리를 거둔다면, 마지막 대국은 AI 한돌이 2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는 또 다른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경기 관람은 K바둑, SBS, 한게임 바둑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생중계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며, K바둑은 실시간 생중계로, ‘한게임 바둑’은 3국 모두 낮 12시부터 바둑 대국실을 통해 기보와 함께 생중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SBS의 경우 1, 2국은 12시 10분부터, 3국은 오후 1시 10분부터 방송한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