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전문화, 다변화 시도 중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점차 작아지고 있는 각종 전자부품과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IT 기기의 크기는 이제 무릎 위에서 손바닥으로, 그리고 손목이나 얼굴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는 물론이고 스마트글래스 등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가 이동 또는 활동 중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신체나 의복에 착용하거나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정보를 입력, 출력, 처리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액세서리(Accessary)형, 의류일체(Attachable)형, 신체부착/생체이식(Eatable)형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액세서리형은 시계나 밴드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가장 대중적인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스마트안경 등의 제품을 말한다. 의류일체형은 패치와 같이 피부에 부착하거나 의류 형태의 디바이스로 스마트 신발이나 의류 등을 말한다. 이외에 신체부착/생체이식형은 신체에 직접 이식하거나 복용하는 형태의 디바이스로 스마트 알약이나 스마트 타투, 임플란트 방식의 스마트 디바이스다.
액세서리형 중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현재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거의 모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액세서리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대표하는 두 제품인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가 바로 액세서리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IDC의 2018년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이 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8.2%, 37.1%로 95.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제품의 중요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이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생체 신호, 압력, 가속도, 방향 등 많은 물리량을 인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 필요하며, 수집된 정보 데이터를 휴대폰이나 클라우드로 전송하기 위한 커넥티비티 기술, 그리고 이런 동작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운용하기 위한 저전력 기술, 이와 함께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얼웨이즈온(Always On)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의 발전 또한 필요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이런 기술적인 특성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으로 인해 기능성은 물론, 외적인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 초기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시장 확대에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디자인의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처음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던 애플의 애플워치가 가장 강조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었다는 점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인 요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등장 초기부터 헬스케어나 피트니스 등의 용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성장을 기록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저전력 기술과 사용자 UX와 디자인의 개선 등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뿐 아니라 이어웨어(Earwear)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각광을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DC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어웨어 방식의 디바이스는 올해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5.1%의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34.6%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스마트폰의 헤드폰 잭이 사라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들이 대중화되면서 이어웨어는 중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애플(에어팟), 삼성(갤럭시 버즈), 샤오미(에어닷), 보스(사운드 스포츠)에 이어 아마존까지 이어웨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으며, 뉴히어라(Nuheara), 스타키(Starkey) 등 보청기 업체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청력을 보호하면서도 뛰어난 음질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트너가 올해 발표한 전세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더라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2019년 410억 달러, 2020년에는 이보다 27% 늘어난 총 52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품별로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의류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2020년에 스마트워치는 전년대비 34%, 스마트 의류는 52%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피트니스에서 헬스케어로 영역 확장 시도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큰 시장은 헬스케어와 피트니스 영역이다. 특히 심박수나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피트니스 영역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보다 전문적인 영역인 헬스케어 영역으로 진출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헬스케어 영역 공략을 위해 많은 업체들이 심전도 등의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체온이나 산소포화도, 심지어 혈당과 같은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센서의 탑재가 시도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기능의 추가는 크게 2가지 부분에서 중요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하나는 이제 ‘질병이 치료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과 디자인인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이는 각종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적극적인 생체 모니터링과 경험 증강 기술, 그리고 엑소스켈레톤 로봇과 같은 신체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의 디바이스를 통한 보행 보조 등이 시도되고 있다.
과거 질병은 치료의 대상으로 완치를 목적으로 해 왔으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많은 만성 질환에 대해 무리한 완치보다는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생체 데이터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다. 현재 주로 시도되고 있는 피트니스 중심의 센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각의 질환에 맞는 의료기기 수준의 모니터링 정확도를 갖는 센서 기술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전송하는 등의 원격의료까지 시도되고 있다.
주로 시도되고 있는 방식의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와 같은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이외에도 의류 등의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으며, 향후에는 체내에 삽입하는 임플란트 형태의 모니터링 방식도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이슈 중 하나인 유니버셜 디자인의 경우, 크게 손상된 감각을 증강하거나 다른 감각으로 대체하는 방식, 그리고 운동능력을 보조하는 방식 등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손상된 감각을 증강하거나 다른 감각을 대체하는 것은, 쉽게 말해 저시력자에게 시각 대신 촉각이나 청각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음성 인식 기술 등을 이용해 청각을 시각화하는 방식도 있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 혹은 레이더나 라이더와 같은 센서들의 소형화로 인해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혹은 스마트글래스나 스마트 이어웨어의 등장, 그리고 인공지능과 결합된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과거 꿈같이 느껴졌던 기술들이 곧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또 다른 방향인 운동 능력을 보조하는 방식은 노약자나 장애인의 부족한 운동 능력을 일종의 입는 로봇인 엑소스켈레톤 로봇을 통해 보조하는 것이다. 이는 초기 군사용이나 공장에서의 작업을 위한 용도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노약자나 운동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있다. 사용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상 사용자를 지켜보고 도와주게 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단순한 흥미거리를 넘어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