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에 개인화 필터 추가
기술에 의한 개인화 서비스 기조 강화·· 사회적 책임은 잊지 말아야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네이버가 뉴스와 함께 오랜 논쟁거리였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으로 네이버 사용자는 일방적으로 노출되던 광고성 실검이나 관심 없는 주제로 도배된 실검에서 벗어나, 보다 넓어진 개인의 선택권 아래 실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실검 서비스 개편과 함께 최근 네이버가 보여주고 있는 '기술에 의한 개인화 서비스' 운영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국민 포털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

그동안 네이버는 국민 포털 서비스의 위치에서 국내외 다양한 이슈가 전달되는 초기 관문 역할을 해왔다. SNS를 비롯한 여러 모바일 서비스가 대중화된 지금도 많은 사람이 네이버를 통해 가장 먼저 새로운 뉴스를 접하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의였든 타의였든 네이버가 여론 형성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져만 갔고, 대중이 그런 네이버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게도 함께 커져 온 것이 사실이다.

간혹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네이버가 그와 관련된 특정 뉴스의 노출을 제한했다거나, 불특정 세력이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을 이용한 실검 조작을 통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식의 의혹은 지금까지 심심찮게 들려온 이야기들이다. 특히 작년에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가짜뉴스 확산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며 네이버를 향한 책임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아마 네이버로서는 사면초가와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네이버 같은 사업자에게 사용자의 신뢰는 가장 중요한 사업 기반 중 하나다. 네이버 외에 대안이 없었던 과거라면 몰라도, 요즘은 굳이 네이버가 아니라도 네이버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많이 사람이 그저 네이버가 조금 더 익숙해서, 조금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모종의 이유로 이들의 브랜드 신뢰도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면, 네이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큰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또 오랫동안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해온 네이버에게 정보 전달자로서의 기본 신뢰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네이버 생존을 위한 새로운 키워드, 인공지능(AI)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선택한 길은 정보 전달자의 지위는 유지하되, 외부에서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네이버가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지난 2017년 AI 기반 뉴스 추천/검색 알고리즘 에어스(AiRS)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네이버는 사람이 직접 메인 뉴스 노출 여부를 결정하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AI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 노출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확장해나갔다.

사람이 아닌 AI에 의한 추천 노출 방식은 주로 사용자 개개인의 관심사나 대중이 주목하고 있는 기사에 대한 노출이 우선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네이버가 뉴스에 손을 대고 있다'는 외부의 의혹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한다. 물론, 이 방법에도 기술적 허점이나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표면상으론 괜찮은 방법이었고, 네이버는 이와 함께 아예 메인 뉴스 편집권을 각 제휴 언론사에게 위임하고, 그들이 직접 구독자에게 중요 뉴스를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며 뉴스 편집권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을 지속해서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네이버의 외적 편집권이 줄었다는 것이지, 네이버가 가진 뉴스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도 낮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네이버는 AiRS 도입 이후 개인당 기사 소비량이 30% 증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AiRS 뉴스 적용 예시 (자료=네이버 공식 블로그)

■ 트래픽은 지키고, 비난도 덜 받으려면

어쨌든 뉴스 관리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음 관심은 이제 실검으로 옮겨 간다. 사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노출은 메인 뉴스 노출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닌 일이다. 대중은 늘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검 조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실검의 본질적인 서비스 목적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말 그대로 '단위 시간에 가장 많은 검색이 이뤄진 키워드'  순서대로 실검 순위가 결정되도록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실검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실검 변화에 네이버가 최대한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외부 세력의 키워드 조작을 네이버가 방관하는 건 아니냐는 시선에서까지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중의 관심 지표인 실검을 아예 폐지하거나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네이버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AI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 Rank-It-YOurself)'를 실검에 도입한다는 이야기는 네이버 입장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소식이다. 

이번 실검 개편의 핵심은 '모두에게 동일한 차트가 아닌, 사용자 개인의 취향과 관심도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해 개인별로 차별화된 차트를 선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활용된 인공지능 RIYO는 검색어와 주제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지녔는지 분석한 뒤, 개인별 설정 기준에 맞춰 어떤 급상승 검색어를 노출할 것인지 결정한다. 

한마디로 모두에게 똑같은 실검이 아니라, 사용자가 조금 더 관심 있을 내용에 관한 실검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검 서비스의 트래픽을 보전하고 사용자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의도로 풀이된다.

 

■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하는 실검

우선 RIYO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영역은 '이벤트/할인' 카테고리다. 이는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이나 판촉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광고성 검색어나 조작된 검색어로 의심받기 쉬운 카테고리다. 하지만 새롭게 개편된 실검은 개인이 직접 키워드 노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필터가 제공됨으로써 실검에서 이벤트/할인에 관한 검색 키워드를 얼마나 노출시킬지 사용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급상승 검색어에 새롭게 추가된 상세 옵션
이벤트/할인 필터 강도를 올리면, 기업 이벤트와 관련된 실검이 더 많이 노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실검 그룹핑 기능(이슈별 묶어보기)도 추가됐다. 그동안 실검에는 종종 여러 비슷한 키워드가 한 번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라면 '축구', '축구 한일전', '한일전 시간' 등이 실검을 독차지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는 대중적 관심사를 반영할지언정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상대적으로 쓸모없는 키워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검 그룹핑 강도를 조정하면 하나의 대주제를 공유하는 여러 키워드가 하나의 실검 안에 함께 노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룹핑의 강도를 높일수록 키워드 하나에 묶이는 연관 키워드의 수가 많아지고, 강도를 낮출수록 각 키워드별 순위를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묶어보기 필터의 강도를 올리면 비슷한 주제의 키워드가 하나로 묶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우선 네이버와 사용자 모두에게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실검 소비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넘김으로써 조작에 대한 의혹을 한 꺼풀 덜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용자는 필요할 때마다 필터를 조절해 자신에게 더 유용한 실검 정보를 보다 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네이버는 실검에 대한 RIYO 적용 영역을 향후 '시사', '스포츠', '연예' 등 더욱 다양한 주제군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기술과 책임은 함께할 때 아름답다

이번 실검 개편은 작게 보면 낡은 실검 서비스가 조금 새로워진 것이지만, 넓게 보면 기술 기업이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는 방법과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해소해가는 과정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네이버는 작은 검색엔진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AI와 자율주행, 커머스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명실상부한 종합 기술 플랫폼으로 탈바꿈 중인 기업이다. 이런 네이버를 가만히 지켜보면, 이들이 자사의 첨단 기술을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에 쏟아지는 사회적 견제를 해소하고, 동시에 소비자 주도적인 혜택을 확장하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 현명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분명 칭찬할 만한 점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사실은 네이버가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AI가 판단한 결과입니다" 같은 핑계에 숨어 부여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 혹은 자동화의 이면 속에서 보이지 않게 자라나는 부작용들을 애써 외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기술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네이버뿐 아니라 최근 AI ·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많은 기업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업은 기술이 보다 나은 편리함을 낳는 거위일 뿐, 그 자체로 면죄부가 될 순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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