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대중 문화 속에 등장하는 외골격 슈트를 제외하면, 실생활 속에서 이를 직접 본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는 달리, 외골격 슈트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다.

 

첫 외골격 슈트의 등장은 19세기 말로, 당시 사람들은 공기압을 이용한 달리기와 점프 기구 개발해냈다. 1960년대의 기업들은 군사용과 산업용을 목표로 웨어러블 '강화(Augmentation)'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너무 크고 무거워 실용화까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외골격 슈트는 부품 소형화와 무게 저감을 달성해 나가면서 현실화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마침내 2012년 런던 마라톤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한 여성이 외골격 슈트를 착용하고 경주를 완주함으로써 기술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외골격 슈트의 유형

외골격 슈트는 크게 동력형과 비동력형(혹은 수동)으로 나뉜다. 비동력형 외골격은 스프링과 같은 물리적, 기계적 동력을 활용해 착용자의 활동성을 강화한다. 스프링 등은 착용자가 느끼는 하중을 분산시키거나 저장된 에너지를 제공하고 충격을 흡수함으로써, 착용자에게 부담될 수 있는 요소들을 완화해준다. 반면 동력형 외골격은 모터, 센서, 액추에이터(Actuator), 전원, 제어 장치를 사용해 운동 기능을 증가시키거나 전달한다. 이런 동력형 외골격은 다양한 형태의 외부 신호를 수신·해석해, 계산된 움직임을 수행한다. 요컨대, 동력형 외골격에서 이미지 센서, 중앙처리장치(CPU), 액추에이터는 생물학적 시스템의 신경, 뇌, 근육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셈이다.

 

초미의 관심사: 보행 보조

오늘날 외골격 슈트에 대한 연구들은 신체 활용 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이동 능력을 회복시키는데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회사들은 보행 보조 장치 외골격의 시제품과 초기형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보행 보조장치들은 충전식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는 액추에이터를 활용해, 멜빵 바지 형태의 외골격과 착용자의 다리를 고정시키는 장치로 구성된다. 슈트에 장착된 자이로스코프, 기울기 센서, 관성 센서, 가속도 센서는 외골격 슈트의 균형을 유지하고, 착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아나로그 디바이스(이하 ADI)는 이런 외골격 슈트 센서를 만드는 대표 기업 중 하나다. ADI의 아이센서(iSensor) MEMS 자이로스코프 시스템은 거칠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물체의 각도와 속도를 감지, 측정하는 고신뢰성을 가진 제품이다. 예를 들어, ADI의 산업용 소형 관성측정장치(IMU, Inertial Measurement Unit)인 ADIS1647x는 복잡한 관성 시스템을 IoMT(Internet of Moving Things)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하는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외골격 슈트가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산업용 IMU 센서인 ADIS16477는 3축 가속계와 조립 패키지에 내장된 소형 표면 장착형 자이로스코프를 통해, 모든 방향과 각도를 감지해낸다. 각각의 ADIS1647x 관성 센서는 동적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아이멤스(iMEMS)기술과 신호 통제를 통합함으로써 동적인 움직임을 최적화한다.

 

외부 환경 인지를 통한 동적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움직임을 외골격이 그대로 구현해내는 기술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① 외골격 슈트의 지지대와 원형 틀이 착용자 다리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② 착용자 몸의 기울기를 인지하는 센서는 걷고자 하는 방향을 인식한다.

③ 근전도(EMG, Electromyographic) 제어는 착용자가 특정 근육을 구부려 외골격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④ 특별제작 모자에 장착된 뇌전파(EEG, Electroencephalogram) 센서는 사용자의 뇌 신경 신호를 파악한다.

 

현재는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사용자가 외골격 슈트의 센서와 센서가 인식하는 신호들에 익숙해지도록 제작하고 있다. 학습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교육 훈련 없이도 착용자의 자연스런 두뇌 활동을 감지해 슈트를 조정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손목과 같이 제어가 용이한 곳에 위치한 컨트롤 패널과 능동적인 움직임 유도를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앉거나 서는 등 미리 정해진 동작들을 같이 수행한다. 보행 보조 슈트는 다리에 영구적 장애를 입어 활동이 불가능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신체 능력을 회복하는 치료, 훈련 장치로도 활용될 수 있다.

 

거북이 아니면 고양이?

낙상 방지 기능 역시 외골격 개발자들의 주된 목표 중 하나다. 다리의 이동 편차를 감지·조정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모터와 액추에이터는 보행 중 낙상 상황을 감지하고 이를 방지하는 힘을 가할 수 있다. 보행 중 넘어지는 상황을 예측·대응하기 어려운 경우, 외골격 슈트는 자세를 바로 잡아주기보단 바닥에 충돌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최근 연구원, 기술자들에게는 흥미로운 관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4개의 다리를 땅에 대고 균형을 유지하는 거북이가 되는 방식의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최근에는 아무리 높은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항상 네 발로 안전하게 착지하는 고양이와 같은 방식으로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아예 넘어지지 않는 방법보다는, 지능적으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한 작업이다. 이처럼 최근의 보행 보조 장치들은 '품위있게 넘어지기(Graceful Collapse)'를 수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되기 시작했다.

 

항상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거북이지만, 넘어져 뒤집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중량이 나가는 외골격 슈트도 마찬가지다.

외골격 슈트는 발을 헛디디거나 비틀거리는 작은 위협 상황뿐만 아니라, 낙상과 같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올바르게' 넘어지는 것은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외골격은 실생활에서 훨씬 더 실용적이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외골격 슈트가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작을 취할 수 있다면, 개인의 안전은 물론 재산적인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추락 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외골격 슈트의 수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외골격 슈트의 활용 스펙트럼

보행 보조 장치 외에도 외골격 슈트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이에 근육 강도가 저하된 착용자를 위해 제작된, 배낭보다 작은 외골격 슈트를 예로 들 수 있다. 해당 슈트에는 위치 센서, 동작 센서, 자이로스코프가 탑재돼 착용자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전신 또는 부분 착용하는 산업용 외골격 슈트는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 때 발생하는 허리 통증과 같은 직업병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단순히 개인의 통증 감소뿐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단위의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외골격 슈트의 재료와 구성품의 소형화·경량화와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영역 또한 넓어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긴급 상황에 내재된 위험을 제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대비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된다면, 경찰관들이 세그웨이(Segway)를 버리고 외골격 슈트를 착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료제공: 마우저 일렉트로닉스

글: 스티브 슈리버(Steve Schriber)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19년 10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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