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과 에너지 밀도 높은 전고체 배터리에 주목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파리기후협약으로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배터리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폭발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연구진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정성과 용량의 한계 드러나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양극재(양극활물질)는 리튬 이온의 공급원으로 충전 시에는 산화반응으로 리튬 이온과 전자를 각각 전해질과 도선으로 방출하며, 방전 시에는 환원반응으로 이 두 물질을 흡수하는 물질이다. 반면 음극재(음극활물질)는 충전 시 리튬 이온과 전자를 각각 전해질과 도선을 통해 흡수하며, 방전 시 이 두 물질을 방출한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내부 단락을 방지하는 막으로, 두 물질 사이에 리튬 이온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다공성 필름이다. 전해질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매개체다. 즉,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되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된다. 

리튬이온전지의 구조 / 출처: 한국전기연구원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이 있다. 코발트와 망간은 안정성을 높이는데 쓰인다. 특히 코발트는 고온에서 내산화성, 내마모성, 내산화성이 뛰어나다. 이에 반해 니켈은 에너지 밀도와 관련이 높다. 양극재에 니켈 함량이 많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지만 발화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음극재로는 주로 흑연이 사용된다. 분리막은 다공성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필름으로 구성된다. 전해질은 유전율·점도가 높은 고리형 카보네이트계와 유전율·점도가 낮은 사슬형 카보네이트계가 혼합된 공용매에 리튬염을 일정 농도로 용해한 물질이다. 재료 구성비를 보면, 양극재가 30%, 음극재가 17%, 전해질이 16%, 분리막이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전체 차량 비용의 50% 가까이 차지한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 같은 양극재의 가격이 만만치 않으며 가격변동폭도 쉽게 요동치기 때문에 산업 안정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니켈은 배터리 가격에서 15% 정도의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난 9월 2일에는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내년 1월부터 수출중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니켈 가격이 전일 대비 9.4% 오른 톤당 1만 7860달러까지 폭등했다. 이는 최근 5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3개월 내 니켈 가격이 2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발트는 2018년 4월, 런던금속거래소 기준으로 톤당 9만 862달러를 기록하면서 2015년 12월의 2만 4235달러에 비해 275% 상승했다. 2017년 6월에는 코발트의 톤당 가격이 전년 대비 70% 상승하기도 했다.

원자재의 불안정한 가격변동폭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술적 한계성도 드러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향후 5~10년 이내에 성능 향상, 용량 증대, 안정성 등에서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은 고온에서 팽창해 발화와 폭발의 위험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 전해질은 분리막에 의해 음극과 양극이 나뉘는 구조이다. 그런데 변형이나 외부 충격으로 분리막이 훼손되면 액체로 된 전해질이 흐르고, 양극 물질이 만나 기화되면서 과열 또는 폭발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겨울철에는 충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차 전지의 출력밀도, 에너지밀도 등의 성능을 높이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을 전달하도록 채워넣은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 층으로 대체한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고체 전해질은 소재별로 세라믹, 고분자, 세라믹과 고분자의 복합재 등이 있다. 전고체 전해질은 액체와 같은 발열과 인화성이 없어 안정성이 높고,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구동 전압도 대폭 높일 수 있고 에너지 밀도를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한선(250Wh/kg) 이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SK증권 리서치센터의 손지우 연구원은 지난 9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FUTURE e(에너지) 포럼’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활성화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소차는 종언을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우선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사이에 높은 계면(두 물질 사이의 경계면) 저항이 존재한다. 고체 전해질은 슬러리(고체 입자를 액체 중에 섞어 유동성 적은 상태로 만든 혼합물) 제조 단계에서 활물질과 섞여야 하는데 이때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의 계면 형성이 어렵고 접착력 향상을 위해 섞는 바인더가 계면 형성을 방해하면서 계면 저항이 크게 증가한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리튬 이온의 이동(이온 전도도)이 원활하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한계점에 다다른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는 최근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계면 저항 문제를 극복하는 전극 제조기술을 개발해 업계에서 주목 받았다. 연구팀은 리튬-인-황화물에 리튬-요오드화합물을 첨가해 고체 전해질 합성 공정을 최적화했다. 황화물계가 일반적으로 250~450℃에서 열처리를 해야 하는 반면, 연구팀은 160℃에서 저온 열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전극 내 고체 전해질이 슈퍼 이온 전도체로 바뀌면서 고체-고체 계면이 서로 단단히 밀착해 고결되는 방법을 찾았다. 이런 소재와 공정 혁신은 복합전극 내 활물질-고체전해질의 계면저항을 크게 낮췄다. 그 과정에서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도 향상되는 결과를 얻어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산업연구원(KIET)는 현대자동차가 남양연구소 배터리선행개발팀을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독자개발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도 2025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2017년 전자부품연구원(KETI),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성균관대, 중소기업 등이 전고체 배터리 R&D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고체 전해질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고체 배터리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전고체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8년 9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기업인 퀀텀스케이프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자동차 주주회사가 됐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퀀텀스케이프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 핵심소재 사태 되풀이 말아야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불릴 만큼 미래의 블루오션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정책과 시장지배력, 일본의 기술력에 밀려 고전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배터리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올해 초 배터리 전문가 25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뽑은 국내 배터리 산업 성장의 장애요인으로는 세계 시장 경쟁과열로 수익성 악화(33.3%)가 1위로 선정된 가운데, 재료 수급 안정성(30.7%), 제도적 지원 부족(17.3%), 기술개발 투자 부진(13.5%)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 제조사의 수가 고정돼 있어 배터리 업계의 납품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인 것이다. 또한, 배터리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수급이 안정적이어야 하지만, 국내 배터리 소재의 확보가 미비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메가 컨소시엄 형태의 R&D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은 정부 다부처 참여의 국가 핵심 R&D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연구소, 대학, 정부 모두가 참여하는 메가 컨소시엄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고체 전해질 기술이 일본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는 실정이어서, 빠르게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전방위적인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배터리 핵심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급등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배터리 핵심재료의 가격변동성이 제조사 수익성 개선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7월 세계 코발트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콩고에 투자해 자국으로 수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남미에는 1447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리튬을 확보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핵심원자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조만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은 소재 개발에 앞선 점을 악용해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상황은 배터리 분야에서 재현될 수 있다. 하루 빨리 정부와 기업, 학계 차원에서 손발을 맞춰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