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새로운 건 없을까? ‘VR EXPO 2019’ 참관기
상태바
가상현실, 새로운 건 없을까? ‘VR EXPO 2019’ 참관기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10.04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 동안 큰 변화는 없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시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다양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기와 아이템을 한 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 ‘VR EXPO 2019’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에코마이스 주식회사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총 132개 기업, 341개 부스가 차려져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기자는 약 2년 전,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VR EXPO 2017을 개인 자격으로 참관하고 좋은 인상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당시 말로만 듣던 첨단 VR이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직접 보고 듣고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이번 취재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행사장 입구
행사장 입구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 행사에서는 2년 전과 같은 놀라움을 느끼기 어려웠다. 전체 참가 기업이나 부스의 수는 적지 않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느껴지는 부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다소간의 정체기에 접어든 VR 분야에서 ‘시장에 먹히는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트렌드가 결정되고, 대부분이 그 영역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그 때문일까,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가상 게임과 스포츠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앞세운 부스들이 쉽게 눈에 띄었으며, VR을 활용한 아동/산업 기기 교육, 명소 관람, 고성능 HMD나 기타 VR 촬영 장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만큼 다양하진 않았지만, 게임에만 편중됐던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분산된 모습이다. 물론 몇몇 눈길을 끄는 아이템도 있었다. 그중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네 곳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2년 전 좌중의 시선을 압도했던 상화의 대형 VR 어트랙션 (자료=KVRF 2017 페이스북)
2년 전 좌중의 시선을 압도했던 상화의 대형 VR 어트랙션 (사진=KVRF 2017 페이스북)

VR로 눈 건강을 회복한다, ‘브라이트’

VR은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일부 활용돼 왔다. 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극복하기 위한 특정 상황을 연출해 보여주는 것처럼, VR을 활용한 영상 치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첸트랄(ZENTRAL)의 ‘브라이트(VRight)’는 HMD 내부에 물리적인 렌즈 운동을 추가함으로써 실제 시력 회복을 돕는 헬스케어 VR 기기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VR 영상을 감상할 때, 기기 내부에서는 일반 HMD와 달리 이중으로 구성된 렌즈가 저소음 구동 모듈을 통해 앞뒤로 움직이며 수정체를 컨트롤하는 모양체근을 이완/수축시킨다. 사용자는 어떤 특정한 행동을 취할 필요 없이 저장된 VR 영상이나 이미지를 가만히 감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구를 둘러싼 여러 근육이 운동 효과를 얻어 ‘VDT 증후군’ 같은 눈의 피로와 손상을 야기하는 증세를 개선하고, 어긋난 시야를 바로잡을 수 있다. 사용된 렌즈도 외부에서 볼 때 굴절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형태로 VR 영상의 왜곡을 최소화했다. 

브라이트의 내부 구조 (출처: 첸트랄 홈페이지)
브라이트의 내부 구조 (자료: 첸트랄 홈페이지)

실제 부스에서 손영범 대표의 안내를 받아 제품을 약 2분간 체험해본 결과는 흥미로웠다. 기기 작동 전 테스트용으로 확인한 이미지에서는 기준 피사체가 왼쪽으로 다소 치우친 모습이었다면, 기기 사용 후 다시 확인했을 땐 치우쳤던 이미지가 조금 더 바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하루 약 10분씩 열흘 정도만 사용해도 전반적인 시력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일 행사에서 기기를 확인해본 대기업 계열 상사가 브라이트 판매 의사를 직접 타진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기어VR처럼 내부에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넣어 감상하는 형태다.
기어VR처럼 내부에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장착해 감상하는 형태다.

브라이트의 효과는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첸트랄의 의뢰로 이현 대전보건대 안경학과 교수팀에서 성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좌우 양쪽 눈으로 물체를 보는 양안시 기능 이상자가 브라이트를 통해 훈련했을 때 일반인 대비 눈 벌림과 모음 능력이 최대 24.6%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시장에 정식 출시되진 않았지만 VR 영상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한계를 넘어, 과학적인 구조의 HMD를 설계해 시력을 회복한다는 브라이트의 발상 자체는 향후 VR 영역 확대에 새로운 힌트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VR 멀미 저감을 위한 휴먼팩터 파라미터

VR 기기를 착용하고 영상을 감상할 때 느껴지는 어지럼증, 일명 ‘VR 멀미’ 해결은 VR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지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때론 VR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져 발생하기도 하고, 혹은 멀미를 느끼는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멀미의 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VR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앞서 멀미 발생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개발한 ‘VRSET’은 VR 콘텐츠 시청 시 발생하는 VR 멀미를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고,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멀미 저감을 통한 시청 안전성 확보를 위해 3D 제작 툴인 ‘유니티(Unity)’의 플러그인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다. 200명 이상의 대규모 임상실험 데이터 기계학습에 기반한 VR 멀미도 예측 엔진을 탑재했다. 

멀미도를 측정하는 기기, 원래는 귀와 머리에 착용한다.
멀미도를 측정하는 기기, 원래는 귀와 머리에 착용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플러그인 형태로 유니티 저작도구에 손쉽게 임포트한 뒤, 개발 중인 VR 콘텐츠를 로드해 분석을 시작하면 된다. 측정이 완료되면 구간별 멀미도 수치가 숫자와 그래프 형태로 화면에 표시된다. 제작자는 이를 통해 콘텐츠를 직접 실험하거나 배포하지 않고도 개발 단계에서 일반적인 기준의 멀미 데이터 수치를 객관화해볼 수 있다. 

마치 과거 ‘롤러코스터타이쿤’이란 놀이동산 제작 게임에서 직접 만든 롤러코스터의 멀미도 수치를 직접 측정해볼 수 있던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단순한 게임과 달리 이것은 실제 임상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수치이므로 신뢰도가 비교할 수 없이 높다. 해당 수치 표시 기준은 ETRI에서 기존 방송 시스템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현재 표준화 연계를 진행 중이다.

멀미도를 측정하는 데모 영상, 하단에 그래프 형태로 표시된다.
멀미도를 측정하는 데모 영상, 하단에 그래프 형태로 표시된다.

VRSET은 유니티의 모든 편집 기능과 호환되므로 만약 분석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특정 구간의 멀미도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면, 해당 부분만을 수정함으로써 배포 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사실 ETRI에서는 당초 특정 구간의 멀미도를 낮추기 위한 자동 수정 기능도 구상했으나, 이는 VR 콘텐츠 개발자 측에서 개발과 기획의 고유 영역이란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이 외에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개발된 것 중에는 이미 개발된 VR 콘텐츠의 멀미 수치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도 확인할 수 있었다. VRSET은 현재 유니티 에셋스토어에 유통하는 형태로 기획되고 있으며, 업체 기술 이전 단계를 거치고 있다.

 

몸으로 느끼는 VR 게임, ‘TactSuit’

HMD 기기와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즐기는 VR 게임은 꽤 실감 나는 몰입 경험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여전히 촉감은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인데, 가령 상대와 사격 실력을 겨루는 FPS 같은 게임을 VR로 즐길 때 어디선가 날아든 총탄에 내 캐릭터가 적중당해도 촉감이 없다면 이를 알아챌 방법은 캐릭터 상태 바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비햅틱스(bhaptics)의 반응형 택트슈트(TactSuit)은 전방위에서 전해지는 타격을 VR HMD와 블루투스로 연동해 실시간으로 전달해준다. 

택트슈튜의 햅틱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앱
택트슈튜의 햅틱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앱

택트슈트는 크게 360도 몸통 부분을 감싸는 슈트와, 양 손목·발목에 착용하는 슈트, 그리고 안면에 대한 타격까지 전달하는 HMD로 구성된다. 기자는 현장에서 몸통과 손목용 슈트, 일반 HMD를 착용하고 직접 게임을 경험해봤다. 확실히 타격이 직접 촉감으로 전달되니 게임에 대한 몰입도 훨씬 배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작이 익숙하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동안 이미 배와 등, 손목 등 여러 곳에서 피격에 대한 진동이 울려 당황하고, 이를 찾기 위해 몸을 돌려 상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잠깐이지만 취재 중임을 잊고 상대에 대한 복수(?)에만 몰두하기도 했다.

등을 맞고 뒤를 조준했지만 맞추지 못했다.
등을 맞고 뒤를 조준했지만 맞추지 못했다.

비햅틱스는 단순 장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를 실제 게임과 연동하기 위한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를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다른 HMD와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언리얼, 유티니, 윈도우, 데이드림, IOS, 안드로이드 등 유력 플랫폼을 지원해 개발의 폭도 넓은 편이다. 현장에서 만난 비햅틱스 관계자는 “VR 햅틱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출 구조도 해외가 95%”라고 밝혔다.

이날 느낀 햅틱은 아직까지 단순 진동에 의존한 형태로, 감각의 완전성은 다소 아쉬웠으나 개발 시 햅틱 패턴과 형태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 활용하기에 따라 현시점의 VR 몰입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의미가 있어보였다. 또한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산업재해 교육이나 군사 훈련, 영상 통화 등 이후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만드는 VR 세상, ‘VRWARE’

교육과 체험은 게임과 함께 VR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다. 에듀테크(EduTech) 업계에서는 그동안 VR을 교육에 접목해 한층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만들고 아이들의 학습 집중력을 높이고자 하는 여러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VR을 통한 진정한 창의력 학습이 이뤄지려면 학습 대상자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실습형 콘텐츠가 필요하다. 

VRWARE 내부 UI
VRWARE 내부 UI

글로브포인트의 ‘VRWARE’는 ‘내가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VR 세상’을 모토로 한다. VRWARE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어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건물을 배치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상상에 제한이 없는 VR 공간 구현을 위한 각종 도구를 제공한다.

현장에서는 에펠탑을 비롯한 세계의 대표 랜드마크를 소환하거나, 간단한 그림을 그려 띄우고, 유튜브 360도 영상이나 구글 어스를 가상 세계에 로드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체험해봤다. 이후 이를 즉석에서 HMD를 착용한 채로 시뮬레이터하고 연동된 PC 키보드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감상하는 것이 가능했다.

직접 만든 가상 세계를 탐험하는 사용자 캐릭터
직접 만든 가상 세계를 탐험하는 사용자 캐릭터

또 스크래치와 비슷한 GUI 기반의 블록 코딩 기능으로 가상 세계에서 구현되는 간단한 이벤트나 게임을 만들 수 있으며, 팸플릿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이를 활용해 아예 교육 현장이나 동화책 세상을 VR 안에 온전히 구현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형태의 교육용 VR은 기존의 일방향 콘텐츠, 이미 만들어지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 콘텐츠에 비해 사용자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상호작용성을 제공함으로써 집중도와 수업 참여도 향상, 코딩의 원리 등을 이해하는 데 한층 도움이 될 수 있다. VR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보다 체험과 참여가 함께 어우러질 때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VR만의 혁신을 준비할 시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올해 VR EXPO는 초기와 달리 눈을 휘어잡는 새로움은 없었다. 하지만 소개한 몇몇 사례를 비롯해, 기존 VR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제 VR 자체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VR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한계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남은 올해와 내년 이후는 이제 VR 업계의 개선과 혁신의 시기가 돼야 한다. 지금껏 스마트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IT 혁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답보의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한계를 극복하거나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경험에 큰 개선을 이루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이젠 VR의 차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