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갈라파고스의 아이콘 위피, 아이폰 등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최근 한국형 무선 인터넷 플랫폼 표준 규격 WIP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에 WIPI 의무화 조항을 담아 개정을 추진하겠다”라는 발표가 있은 이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부(www.mic.go.kr)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제도화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사실을 WTO/TBT 위원회에 통보하고, 60일간 WTO 회원국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후 상호접속 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 WIPI를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한 활동도 전개중이다.

임베디드 월드 2003년 3월호 SPECIAL CORNER 中

위피(WIPI)는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 파편화됐던 모바일 개발 환경을 표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글로벌 표준조차 없던 당시에는 각 휴대폰 제조사나 통신사마다 개발 규격이 제각각이었던 탓에 프로그램 개발사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납품처를 다변화하거나 호환성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떤 기능이나 게임은 특정 핸드폰에서만 구동되는 등의 문제가 빈번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피는 ▲개발환경 통합 ▲해외로 흘러나가는 개발 플랫폼 로열티 축소 ▲세계 표준화 주도란 목적 아래 정부 주도로 개발된 ‘한국형 모바일 개발 환경’이다.

그러나 위피는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한 플랫폼으로 기록된다. 우선 플랫폼 표준화 측면에서 정교한 설계가 이뤄지지 못한 탓에 당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모두 겉모습만 위피인 자체 위피 규격을 사용해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Java 기반으로 제작돼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게 Java 사용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세계 표준화 움직임 역시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2005년부터는 위피 탑재가 의무화되면서 위피에 부담을 느낀 외산폰들의 한국 출시가 봉쇄되는 등,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았다. 또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의 한국 출시가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로도 위피 의무 탑재가 지목된다.

결국 위피 의무화 규정은 논란 끝에 2009년 4월 최종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위피 폐지가 또 다른 춘추전국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폐지 이후 모바일 개발 환경은 아이폰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양분되며 오히려 파편화 측면에서는 많은 개선을 이뤄졌다. 또 스마트폰 도입이 늦어졌던 한국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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