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동통신사·방통위의 적극적인 단속 필요 촉구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호갱'. 어떤 물건에 대해바가지를 맞거나, 싸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싸게 산 사람을 놀리는 은어다. 네이버 오픈사전은 호갱에 대해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소 호갱이란 말이 가장 많이 오가는 영역은 어디일까? 아마 휴대폰일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철저한 레드오션이다. 국내 인구 대비 이동통신 가입자 비율이 이미 오래 전 100%를 초과한 상태에서 통신사들의 신규 가입자 창출은 쉽지 않다. 보통 2회선 이상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회사 업무나 개인적 이유로 인한 소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를 늘리는 방법은 경쟁 통신사의 손님을 뺏어오는 방법뿐이다. 게다가 통신사 간 통화 연결 시 상대 통신사의 망 이용요금이 부과되는 구조도 가입자 쟁탈을 부채질 한다. 문제는 이것이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이동통신사들은 높은 단말기 구입 보조금을 살포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소비자 구입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스마트폰, 제재도 무용지물

국내에서 휴대폰을 구입할 땐, 이른바 '성지'란 은어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이나 폐쇄 커뮤니티를 활용한 음지의 유통 경로를 아는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정상 공시가보다 수십만 원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관련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은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는데 이 격차가 크다 보니 '휴대폰을 제 값 주고 사면 호갱'이란 말이 빈번하게 나오곤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 또한 시장 논리에 따른 당연한 경쟁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문제는 상식 이상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곧 이동통신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다시 요금제 평균 가격이 올라가는 등,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마케팅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통신사들의 분기별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또한 통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불법 보조금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강력한 제재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14년에는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릴레이 45일 영업정지란 초유의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보조금은 더욱 깊은 음지로 파고들어 갔을 뿐이다.

 

■ 민생연, "판매점이 싸게 팔면 대리점도 그럴 수 있어야"

이에 30일 사단법인 민생경제연구소(이하 민생연)가 성명을 내고 갤럭시 노트10 모델에 대해 불법 보조금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동통신 3사를 방통위에 신고했다고 전해왔다.

민생연은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한 가입자 모집 행위에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안 된다. 이는 특정 소비자들만 과도하게 싼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고 정상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일명 '호갱'이 되는 불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판매점이 싸게 팔 수 있다면 이동통신사 공식 대리점도 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불법 보조금 지급은 주로 통신사가 사업주에게 별도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일반 판매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생연이 제시한 정상 가입자, 불법 보조금 가입자 요금 비교

민생연이 자체 감시를 통해 제시한 결과에 따르면 얼마 전 출시한 삼성 갤럭시 노트 10 5G 모델에 이른바 '슈퍼DC'라 불리는 불법 보조금이 횡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통신사의 공식 요금할인 25%에 추가로 비공식 단말기 할인금이 적용돼 공식 루트를 통해 가입한 가입자보다 통신비가 월 1만원 이상 저렴해지게 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 이통사 신고, 실질적인 요금 인하와 정책 촉구를 위한 도구

민생연은 향후에도 불법 보조금 문제를 지속해서 추적하고 이슈화해 사회적 관심과 변화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신고와 별개로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도 불법 보조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질의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민생연은 이번 신고가 이동통신사를 무작정 공격하자는 것이 아닌 주의 환기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성대 민생경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우리가 이런 이슈에 근본적으로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재 가계 통신비가 너무 과대한 상태이므로 이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라며, "그래도 누군가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민생연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닌,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요금을 인하 받을 수 있는 방법과 그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방통위 측과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