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원 · ICT 기업이 합작한 토종 의료 AI '닥터 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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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병원 · ICT 기업이 합작한 토종 의료 AI '닥터 앤서'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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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질환 8개 SW 대상으로 전국 11개 병원서 임상 시험 도입
2020년 개발 완료, 2021년 이후 상용화·보험 적용 여부 결정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의료 영역은 인공지능(AI)이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분야 중 하나다. 머신러닝 기반의 의료 AI는 CT/MRI 사진을 분석해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병증을 찾아내거나, 환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의료 서비스 개선에 기여한다. 

대표적인 AI가 암 진단에 특화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천만 페이지가 넘는 의학 논문과 서적, 암 전문 센터의 치료법 등을 학습해 환자맞춤형 암 치료법을 제안한다. 국내에서도 몇몇 지방거점 병원이 이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왓슨 포 온콜로지 주요 특징 (자료=IBM)
왓슨 포 온콜로지 주요 특징 (자료=IBM)

하지만 의료용 외산 AI는 학습 기반에 한국인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적어 국내에서 사용할 경우 진단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3년간 총 357억 원(정부 280억, 민간 77억 원)을 투입해 진단 정보와 의료 영상, 유전체 정보, 생활패턴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춘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형 왓슨 포 온콜로지,  '닥터 앤서(Dr. Answer)'를 개발해왔다. 

닥터 앤서 프로젝트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을 포함해, 심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뇌전증, 치매, 소아 희귀난치성 유전질환 등 8대 질환에 대응하기 위한 21개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추진단은 총괄 병원인 서울 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권역별 거점 병원 26곳과 뷰노,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라인웍스, 3Billion 등 22개 ICT 기업이다. 202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며, 얼마 전 소아희귀 유전병과 심뇌혈관, 치매용 8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11개 병원의 첫 임상 테스트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임상 시작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 김종재 사업추진단장은 “동일 질환이라도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유전체 정보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이번 프로젝트로 한국형 정밀의료의 해법을 찾고 개인 맞춤형 의료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 차관 역시 "닥터 앤서가 의료 소프트웨어 신시장 창출과 의료비 절감에 대한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밝혔다.

닥터 앤서 기대효과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닥터 앤서 기대효과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닥터 앤서에 관련해 가장 궁금한 점은 도입 후 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이 얼마나 높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선 환자 입장에선 의료보험 혜택이, 병원 입장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의료수가 보장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 과기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투입된 예산은 총 개발비로만 책정된 것이며, 보험 적용과 수가 문제는 2020년 개발 후 인허가 과정과 기술성 평가가 끝난 후 프로젝트 컨소시엄 사업단과 논의해 최종 목표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민감 데이터로 분류되는 개인 의료 데이터의 저장과 관리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확인 결과 수집된 데이터는 현행법과 규제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제3의 장소에 보관하게 되며, 저장과 관리는 프로젝트 사업단에 속한 카카오 브레인과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의 클라우드 플랫폼이 담당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검증된 보안 수준과 전용망 인프라 아래 각 병원의 임상시험위원회를 거쳐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통합해 보관하고, 이를 각 병원과 의료 데이터 접근성이 낮았던 ICT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게 된다. 

닥터 앤서의 실효성과 성공 여부는 이 과정에서 양질의 데이터가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공유되는지, AI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왓슨 포 온콜로지의 경우도 데이터 부족과 특정 집단, 의사의 치료법에 집중된 편향적인 데이터를 학습해 경우에 따라 오진률이 높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 정보는 특정 기업이 얻고 싶다고 마음대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닌 만큼 독자적인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시기에 정부가 주요 병원, 기술 기업과 합작해 '제대로 된' 한국인 특화 의료 AI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 소식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