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TECH] 자동차 가상 엔진 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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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TECH] 자동차 가상 엔진 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선연수 기자
  • 승인 2019.07.18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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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에서 새로운 음향으로의 과도기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골목길을 걷다, 이상한 느낌에 슥 뒤를 돌아보면 바로 뒤에서 차가 바짝 붙어 따라오던 경험이 있는가? 아마 최근 들어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유나 휘발유로 엔진을 구동하던 차와는 달리,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는 전기 모터로 구동돼 사람이 인지할 만큼 큰 소음을 내지 않는다. 특히 이어폰을 끼고 걷거나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겐 예상치 못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7월 1일부로(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개발·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신 모델에 음향 경고 시스템(AVAS, Acoustic Vehicle Alert System)를 설치하도록 규제했다.

 

보행자? 운전자? 누구를 위한 소리를 낼까

 

 

닛산(Nissan)의 도심 소음 측정 결과에 따르면, 평균 도심 소음은 90dB 이상이며,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의 평균 소음은 76dB인데 반해, 닛산의 전기차 리프(LEAF)의 모터 소음은 21dB 정도로 도서관 평균 소음인 30dB보다도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이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기차의 접근을 보행자가 인지하는 거리는 디젤차에 비해 80% 가깝다고 발표했다. 즉, 기존에는 10m 거리에 자동차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전기차의 경우 2m 정도로 가까워야 자동차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AVAS와 같은 경고음은 보행자의 안전을 겨냥한 것이니도 하지만, 그 소리를 차에서 들어야 하는 운전자의 입장에선 가상 엔진 소리 시스템(VESS, Virtual Engine Sound System)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보행자와 운전자, 양쪽 모두가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보행자 경보음이 탑재된 기기라도 음향이 만족스럽지 않아, 해당 기능을 끄고 운전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어떤 자동차 인공 소음들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오직 보행자를 위한 소리, 재규어

 

 

재규어(Jaguar)의 전기차 아이 페이스(I-Pace)는 시속 12마일 보다 느린 속도로 운행할 때 경고음을 낸다. 특히, 운전자에겐 들리지 않으면서도 보행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4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영국의 ‘The Dog for the Blind’ 회원들인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음향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전에 제작했던 경고음은 자동차 엔진 소리와 동떨어진 음향으로, 경고음을 들은 보행자는 주변을 둘러보는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전기차로 인지할 수 있는 소음을 전 방향으로 방출하며, 후진을 하거나 운전 방향을 변경할 경우 다른 사운드가 발생하도록 음향 시스템을 개발했다.

 

가속감의 극대화, 할리 데이비슨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전기 오토바이 라이브와이어(LiveWire)에 가상의 소리를 얹었다. 할리데이비슨은 v-트윈 엔진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연방 상표 보호(Federal Trademark Protection)로 신청할 만큼 오토바이 구동 시 만족감을 주는 소리에 열중을 기하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 역시 전기 자동차처럼 배기음이나 엔진 구동 소리를 내지 않지만, 할리 데이비슨은 제트기가 내는 소리와 비슷한 음향을 가상 엔진 소리로 적용하고 있다. 라이브와이어는 올해 8월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앞둔 상태다.

 

자연스러운 전기 모터음 증폭, 포르쉐

 

 

포르쉐(Porsche)는 기존의 엔진 소리를 증폭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과장되거나 고의적인 소리를 합성하지 않고, 전력 장치의 소리를 증폭 시킴으로서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보행자를 위한 안전 사운드, 자동차 내부에서 운전자를 만족시킬 스포츠모드 등의 옵션을 제공해 운전자가 끄고 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의 작은 소음조차도 최소화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모터 소리는 최소화하면서도 익숙한 환경을 위해 증폭된 모터 소리를 내고, 보행자를 위한 경고음도 따로, 운전자를 위한 특별 모드도 따로 제공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규제의 방향, 사용자의 선택을 위한 만반의 대비로 여겨진다.

 

경고음과 만족감의 경계, BMW

 

BMW가 발표한 비전 M넥스트 가상 엔진 소리

 

2009년 이후로 꾸준히 가상 엔진 소리를 연구해오던 BMW는 지난 6월 말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라이온 킹 등 영화 OST를 제작한 한스 짐머(Hans Zimmer)와 BMW의 음향 엔지니어 겸 사운드 디자이너 렌조 비탈레(Renzo Vitale)가 공동 작곡한 가상 엔진 소리를 공개했다. 이는 차후 출시될 BMW 비전 M넥스트(Vision M Next)에 적용될 예정이며, ‘BMW IconicSounds Electric’이라는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계속 같이 작업해나갈 계획이다. 한스 짐머는 전기차의 가상 엔진 소리에 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상호작용할 때, 소리는 터치포인트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실행 요소다. 가속은 점진적으로 변하는 사운드 텍스처를 따라 운전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마치 SF 영화 속 효과음 같은 ‘듣기 좋은 경고음’은 어색함, 경고용으로의 부족함으로 외면받는 듯했으나, 다수의 자동차 기업들은 예술 음향 전문가들과 꾸준히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자동차 음향의 뉴 패러다임

결국 가상 엔진 소리는 의도적인 소음인만큼 경고음 역할과 동시에,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청각적으로 만족하길 원한다. 당장은 기존 자동차 엔진 소리를 모방하는 음향이 안전상의 이유로 채택될 순 있으나, 기존의 자동차 엔진 소리가 ‘음악’이 아닌 ‘소음’이었던 것을 생각해볼 때 새로운 소리가 경고음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또한, 아예 소리 형식이 아닌 특정 거리 내 사람들에게 다른 파장을 이용한 경고 기술도 고려되고 있다.

현재 국내는 전기차 경고음과 관련한 법안이 꾸준히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의도적인 소음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모호한 상황을 타파할 획기적인 경고음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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