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 기술이 빅 브라더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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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 기술이 빅 브라더가 될 것인가?
  • 신동윤
  • 승인 2019.06.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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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안면인식 기술 전면 금지 발표

안면인식 기술은 신체의 일부를 이용함으로써, 항상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도용이나 오용의 우려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이미 디바이스의 사용자 인증이나 금융거래, 출입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활용 범위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안면인식이 개인을 인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은 오히려 다른 기술들에 비해 훨씬 오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증명서나 신분증에 얼굴 사진을 사용해 왔으며,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학생증 등의 신분증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최신 안면인식 기술은 이런 인증 과정을 IT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문이나 정맥 등 다른 신체 인증 기술과는 달리 안면인식은 항상 외부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항이나 항만, 혹은 버스 터미널 등에 안면인식 기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테러리스트나 도주 중인 범인을 색출하는 등의 방법도 가능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웨어러블 카메라에 이런 기술을 적용해 군중 속의 범인을 파악하는 기술조차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안면인식 기술의 광범위한 적용은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보안 감시 금지에 관한 조례’ 제정
보안의 강화가 불편을 수반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굳어지고 있다. 안면인식이라는 기술을 보안에 적용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안면인식 기술이기 때문에 갖는 문제점도 있다. 사람의 얼굴은 지문이나 정맥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감추기 어려운 요소이며, 항상 겉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신체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다면, 각 개개인의 이동 경로와 현재 위치 등을 매우 간편하게 추적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마치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처럼 개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이 도피중인 범죄자나 악질 테러리스트를 찾는 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개인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가 ‘보안 감시 금지에 관한 조례(Stop Secret Surveillance Ordinance)’를 발표하고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감시를 금지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 내에서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경찰 등 55개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감시 도구에 엄격한 감독을 시행한다. 또한 새로운 감시 도구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감시 기술을 사용하려면 사전 공지와 입법 승인을 요구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안면인식 기술 도입을 금지한 첫번째 미국 도시가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안면인식 기술 도입을 금지한 첫번째 미국 도시가 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안면인식 감시 시스템을 시험 운용해 온 시 경찰국과 지역 범죄 예방 단체는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CAIR(Council on American-Islamic Relation) 등의 인권단체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올해 초 제출한 이 법안을 추진한 아론 페스킨 감독위원은 표결 직전 “우리 모두 치안 유지에 찬성하지만 경찰국가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좋은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은 감시 기술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부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없는 기술 적용이 동의없는 악용 부른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정 반대편에 있는 것은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안면인식 기술로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지하철 요금을 결제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범죄자 확인 등 공공질서 확립을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반체제 인사 등의 추적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 우리 나라에서도 시위 현장 등에서 채증 카메라를 통해 참가자를 색출하고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단속을 했었지만, 이제는 CCTV와 안면인식 기술만으로도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심지어 더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문제는 안면인식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도, 혹은 나쁜 방향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국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의없이 적용된 기술은 악용할 때조차 동의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시처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권리행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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