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반도체 생산에는 최상의 재료 공급이 필요하다.

[테크월드=신동윤, 이건한 기자] 반도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산업 중 하나다. 한국이 일찍이 IT 강국이란 칭호를 얻을 수 있던 이유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의 토종 기업이 일찍이 세계 정상의 반도체 개발 · 생산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고품질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후방 산업이 있다. 바로 반도체 생산의 원료인 특수화학 물질과 가스 생산, 무결성 보장, 그리고 유통 관리 등의 산업이다.

흔히 일류 요리사들이 ‘요리의 맛은 재료의 품질이 좌우한다.’고 말하듯, 반도체 또한 사용되는 원료의 품질이 제품 완성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나노 단위의 섬세함을 다투는 반도체 생산 과정은 원료의 티끌만 한 오염도 돌이킬 수 없는 불량을 부르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균일한 품질을 보증하고 안정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한 파트너를 찾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인테그리스(Entegris)는 이 부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인테그리스는 1966년 미국에서 설립돼 수십 년간 반도체 특수화학 재료 생산과 오염제어, 운송 산업 전반을 포괄해왔다. 현재 한국의 장안과 원주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장안 공장을 세계 최대 수준의 특수 화학물질·엔지니어링 소재 단일 공장으로 확장한 바 있다.

많은 기업이 인건비 등의 부담을 이유로 생산 공장을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인테그리스의 행보는 꽤 이례적이다. 그래서 지난 5월 7일 장안 공장 기공식을 앞두고 한국을 방한한 존 맥다니엘(John McDaniel) 인테그리스 액상 물질 패키징 및 디스펜스 사업 부문(LPD) 부사장을 만나 인테그리스의 한국 시장 투자 이유와 그들의 전략 사업 등을 들어봤다.

존 맥다니엘 인테그리스 부사장

Q. 먼저, ENPC 독자들을 위해 인테그리스의 사업 영역과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특히 한국 반도체 시장이 인테그리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우선 인테그리스의 사업 영역은 크게 ‘반도체 화학물질/특수 가스 생산’과 ‘미세 오염제어’ ‘특수재료 운송’의 3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축인 화학물질 생산은 다시 스페셜티 케미컬(Specialty Chemical)과 엔지니어드 머터리얼(Engineered Material)이란 코어로 구분되고, 이를 ‘SCEM’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부문에서 인테그리스의 소재 청결(Cleanness) 노하우를 활용한 화학물질과 특수 가스를 생산한다. 또 패드나 컨디셔너, 진공 챔버에 필요한 특수재료 코팅 등도 함께 다룬다.

두 번째 축인 ‘오염제어’ 사업 부문에서는 주로 반도체용 화학물질과 특수 가스의 여과(Filtration), 정제(Purification), 가스 확산기(Diffuser) 생산을 담당하며, 세 번째 ‘특수재료 운송’에서는 반도체에서 쓰이는 재료들을 오염 없이 이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 업계에서 인테그리스처럼 반도체 특수화학 재료 산업의 전 부문을 통합 운영하는 회사는 아직 더 없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각 사업 제품군별로 경쟁사도 모두 다르며, 각각의 제품 역시 모두 글로벌 기준 TOP3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하고 있다.

인테그리스의 글로벌 매출은 2018년 발표한 자료를 기준으로 약 1조 8000억 원에서 9000억 원 수준이다. 그리고 이중 한국의 기여도는 16%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이는 한국이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거대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후방 산업도 함께 발달했기 때문이다.

 

Q. 해외 반도체 업계에서 바라보는 한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또 현재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조언도 한마디 부탁한다.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워낙 크기 때문에 전 세계의 주요 관련 기관들이 한국 시장을 조망함으로써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예견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상황은 아주 밝지만은 않다. 다만, 자신하는 건 세계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견고하고 반도체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할 것이므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앞으로도 탄탄하게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개인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약 20년간 일하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당장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그런 어두운 시기가 회복되는 시점 또한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 올해 말 정도가 되면 수요 균형이 다시 맞춰지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전체 설비 가동률도 상승할 것이며, 그 때쯤에는 시장 상황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회복되리라 예상한다.

인테그리스 제품 생산 루틴

Q. 그렇다면 추가로, 현 위기와 맞물려 반도체 장비 시장도 상당히 침체된 상황인데 이것이 인테그리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하며, 특별한 대응 전략이 있는가?

인테그리스는 앞서 말했듯 주력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장비라든지 팹(Feb) 환경에 필요한 제품 등은 물론이고, 특히 이미 가동 중인 팹 운영에 필요한 제품들을 지속해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회사들과 비교하면 현 상황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진 않다. 또한, 우리의 솔루션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디스플레이 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더욱 안정적이라 말할 수 있다.

 

Q. 장안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기술 투자를 하는 이유와 장안 공장이 가진 전략적 관점이 궁금하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증설한 말레이시아 공장은 어떤 역할 변화를 갖게 되는가?

장안 공장은 지리적으로 20분 거리에 평택항이 있어 중국과 대만, 일본,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에 장안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운송할 때 유리하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장안 공장과 생산 품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안 공장 확장과는 관계없이 별개로 운영될 것이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웨이퍼를 보관하는 컨테이너가 주로 생산되며, 장안 공장에서는 액상 화학물질과 가스 처리, 이를 보관하기 위한 특수용기인 차세대 HDPE 드럼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이 밖에 강원도 원주 공장에서는 플루이드 핸들링, 피팅, 튜뷰, 밸브 등 유체 관리용 부품을 담당하는 등 지역별 생산 공장이 각각의 입지에 걸맞게 최적화된 생산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장안공장 조감도

Q. 인테그리스는 지난 2018년부터 ‘클린 케미컬 딜리버리’라는 고순도 소재 관련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클린 케미컬 딜리버리란 무엇이고 장안 공장은 이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클린 케미컬 딜리버리(Clean chemical delivery)는 고순도의 무결성이 충족된 반도체 화학 물질 생산과 운송과 관련해 향상된 수율과 높은 신뢰성, 그리고 성능을 만족하는 인테그리스만의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솔루션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생산과 운송 전 과정을 통합 운용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인테그리스뿐이므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안 공장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HDPE 드럼 생산의 본진이란 점 때문이다. 드럼은 오염제어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이 담겨 최종 고객사로 향하기까지 고순도 보존 상태 유지를 책임지는 제품이다. 또 반도체 화학물질의 전체 생애 주기 측면에서도 재료가 드럼에 보관되고 운송되는 시간이 가장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럼의 중요도와 존재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안 공장은 인테그리스가 생산한 화학물질의 품질 유지와 관련된 핵심 기지이자 전체 생산/운송 공정의 그림을 완벽하게 그리기 위한 중요 퍼즐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증축으로 인테그리스의 전체 HDPE 드럼 생산 능력은 50% 증가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얻을 공급 안정성의 확대와 짧아진 리드타임이 비용 절감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인테그리스는 올해 초 버슘 머터리얼즈와 합병을 발표했으나, 최근 버슘이 머크에 인수되는 등의 부침을 겪었다. 이로 인한 전략의 변화가 있는가?

인테그리스의 50년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 각 사업 부문의 성장과 함께 M&A(인수합병)이 또 하나의 큰 성장축이었다. 실제로 현재 인테그리스의 모습이 되기까지 버슘 인수와 비슷한 규모의 인수가 2번 있었고, 소규모 인수는 수도 없이 많았다.

우리가 M&A를 고려할 때는 인수하려는 기업의 역량이나 제품이 우리 시스템과 상호보완 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물론 버슘의 인수가 무산된 건 아쉽지만, 인테그리스의 성장을 위한 M&A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점에 그다지 연연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버슘 인수 역시 현재 사업의 보완 개념이었으므로 인수가 무산된 것이 당장 우리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Q. 최근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하는 ‘화학물질 관리법’을 제정하고 2021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밀 유출 등의 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인데 국내에 제조 시설을 갖춘 인테그리스는 이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가?

관련 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관련 업계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다. 또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이나 해외사례 등도 함께 알아보고 있다. 다만, 법이 시행되는 2021년까지 아직 기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은 여러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고, 지금은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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