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정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일반적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감각 기관으로 획득하는 정보의 80% 이상이 시각을 통해 얻어진다고 할 정도로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다. 물론 운전할 때는 시각 외에도 청각이나 촉각 등의 감각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가장 중요한 감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시각이다.

전후좌우의 다른 차량과 보행자, 자전거 등의 도로 상황과 차량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방과 계기판, 룸미러, 사이드 미러 등을 오가며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신체 기관이 바로 눈이다. 완전자율주행이 이뤄진다면 이런 바쁜 움직임에서 해방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위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센서로부터 제공되는 데이터, 그리고 항상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제공받는 다양한 정보 등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많은 정보를 더욱 간편하게
기존의 차량 계기판에서는 속도와 RPM 같은 간단한 수치나 경고등 정도의 정보만 표기하는 것이 기능의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나아가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함에 따라 점점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야 할 필요가 생기고 있다. 앞차와의 거리, 보행자 인식, 차량 접근 경고와 같은 간단한 정보는 물론 자율주행, 차선 유지 보조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의 동작 상황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계기판은 이렇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클러스터, 혹은 디지털 콕핏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초기에는 안전성이 가장 우선되는 자동차에서 검증이 안된 디지털 클러스터는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안전성 테스트를 통해 안전이 검증되고 많은 차량에 적용되면서 이미 검증이 완료된 상태로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차량에 이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023년에 판매되는 신차 5대 중 4대에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의 연구에 의하면 클러스터 시장은 지난 2016년 7조 5000억 원에서 2023년 약 11조 원 규모로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도달하기 전, 커넥티드 카 수준에서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동차가 주변상황과 자동차 상태 등 운전자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가 많아지기 때문에 디지털 클러스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이 대형화되는 추세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클러스터는 화면의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보다 다채로운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현재 상용화된 디지털 클러스터는 평면형이어서 다소 밋밋해 보인다. 계기판 바늘 침이 자동차 속도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감성적 낭만을 느끼는 운전자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에선 시인성을 높이고 대형 스크린을 탑재한 입체형(3D) 디지털 클러스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입체형 클러스터는 극장에서 3차원(3D) 영화를 시청할 때 착용하는 별도의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3D’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 눈으로 이미지를 바라보면 뇌에서 합성과정을 거쳐 사물을 인지한다. 이런 두 눈의 시각 차이를 이용, 한 쌍의 2D 영상을 투영해 입체감있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입체형 클러스터는 평면형 클러스터보다 높은 인지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급격한 시장 성장 예상
이런 장점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클러스터의 적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우디는 이미 2014년 TTS 쿠페에서 디지털 클러스터를 상용화 했으며, 이후 여러 업체에서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6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푸조의 5008과 3008은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유닛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아우디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3를 지원하는 A8 상용화했는데, 이 A8에도 디지털 클러스터가 탑재돼 있다. 현재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일부 모델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아우디 A8에 적용된 디지털 클러스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드러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중요한 트렌드로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유닛의 통합을 들 수 있다. 기능의 유사성과 가격 절감을 고려해서, 하나의 ECU로 두 기기를 통합해 제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이퍼바이저를 통해 가상화된 플랫폼을 제공하고 여기에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유닛을 구동하기 위한 서로 다른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미 콘티넨탈, 하만, 델파이 등의 업체들이 하나의 ECU로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유닛을 통합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인 상태다.
2018 파리모터쇼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헤드 유닛-디지털 클러스터와 인공지능, 사용자 환경과 융합해 더 편리한 운전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전기자동차인 e-트론 55 콰트로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속도, 차량 주행정보, ADAS 정보, 내비게이션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면서 이 카메라를 통해 얻은 영상을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라는 7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벤츠는 CES 2018에서 발표한 MBUX(Mercedes-Benz UX)를 여러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MBUX의 하드웨어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헤드 유닛, 터치 버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함께 제공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MBUX

BMW도 지난 9월 발표한 인공지능 비서 IPA(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를 2018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IPA는 라이브 콕핏이라는 하드웨어 환경과 동시에 제공되는데, 이 라이브 콕핏에는 디지털 클러스터가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푸조, 혼다 등 여러 업체가 다양한 차종에서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서도 다양한 연구과 개발 진행 중
현재 국내에서는 LG전자와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 그리고 현대모비스 등이 디지털 클러스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LG전자는 GM의 볼트(BOLT) EV의 클러스터와 AVN, 르노의 데모카인 심비오즈 컨셉카 등에 협업을 통해 디지털 클러스터를 공급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SID 2018에서 HD 해상도의 4배에 달하는 12.3인치의 QHD 계기판, LG디스플레이의 in-TOUCH 기술이 적용된 14.3인치 CID, 동승자를 위한 16.2인치 Co-Driver Display 등 다양한 용도와 기능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CES 2019에서 하만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클러스터인 ‘디지털 콕핏 2019’를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 2019는 운전석 화면과 중앙 화면, MRVS(Mirror Replacement Vision System) 등 3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되며, 삼성의 OLED 패널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여기는 삼성전자의 AI 기술인 빅스비를 적용해 음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과 공동개발한 디지털 콕핏 2019

코나 EV에 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양산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5년 12.3인치 대형 디지털 클러스터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3년 만에 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양산에 도달했다.
12.3인치 제품은 오는 2020년 양산이 목표며, 듀얼 화면 제품과 3D 입체형 제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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