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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월드=박진희 기자] 2009년 영상미의 신세계를 개척하며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다. 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촬영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스크린의 새로운 한 장이 열렸음을 알렸다. 실제로 관객들은 아바타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3D 기술을 바라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스스로가 화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현실감과 판타지적인 풍경을 직접 바라보는 듯한 입체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화 최초로 1300만 명의 관객을 이끌며 크게 흥행했다. 아바타의 메가 히트는 영화계에 3D 입체영화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3D TV, 홀로렌즈, 홀로그램 등 관련 산업의 열풍을 일으켰다.

영화산업 3D 디스플레이의 시작을 알린 ‘아바타’ 출처: 아바타 공식 홈페이지

3D 디스플레이는 두 눈을 이용해 실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을 제공하는 영상표시 장치를 말한다. 사람의 눈은 가로 방향으로 약 6.5㎝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양안시차’라고 하는 현상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약간 다른 이미지를 보게 되면서 우리는 사물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3D는 이를 모방해 평면 영상정보에서 입체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3D 기술은 영상으로도 실제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은 현실감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3D 기술은 1838년 영국의 과학자 찰스 휘트스톤(Charles Wheatstone)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됐다. ‘양안시차’의 원리에 착안하여 연구 끝에 논문에서 ‘스테레오스코프’, 또는 ‘입체경’이라고 부르는 장치의 모형을 제시했다. 이를 이용해 1992년 3D 영화 ‘파워 오브 러브’가 제작됐고, 1935년에는 천연색 3D 영화가 등장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왼쪽에는 빨간색, 오른쪽에는 파란색 셀로판지를 붙인 적청안경을 끼고 보는 3D 영화가 나왔다. 휘트스톤의 ‘스테레오스코프’는 단일 렌즈 스테레오 카메라, 전면 렌즈 광분할 시스템 등으로부터 현재의 안경식 편광방식 과시분할 안경 방식에 이르기 까지 발전 돼왔다.

3D 기술의 제안자, 찰스 휘트스톤 경(Sir Charles Wheatstone)

3D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으로 양안시차를 통해 입체 영상을 표시한다. 안경의 착용 여부, 시점 등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안경을 이용한 ① 양안시차를 이용한 2안 방식 (Stereoscopic Display)과 무안경 방식인 ②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Light Field Display) ③ 3차원 홀로그램 방식(Volumetric Display)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양안시차를 이용한 2안 방식 (Stereoscopic Display)
현재 상용화된 2안 방식은 주로 셔터안경 또는 편광안경을 사용해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2개의 렌즈로 촬영된 영상이 다시 2개의 안경알을 통해 뇌에서 1개의 영상으로 합쳐진다. 특히 셔터안경은 TV에서 좌/우 눈에 보여줄 영상을 프레임 별로 번갈아 보여주고, 안경도 이에 맞게 안경 자체에 탑재된 셔터를 열고 닫는 방식으로 각각의 눈에 서로 다른 시각정보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유발된 양안시차가 뇌에서 재구성되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편광안경은 셔터와 다르게 프레임 별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화면을 여러 개의 라인으로 쪼개서 좌/우용 2개의 영상을 동시에 표현하되, TV화면에 편광필름을 붙여 시청자의 편광안경과 매칭해 양안시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제품이 등장한 VR(Virtual Reality) 제품들도 양안시차를 이용한 2안 방식의 원리를 사용한 3D 디스플레이다. VR 내부의 좌/우 디스플레이가 애초부터 서로 다른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TV와 달리 안경이 필요 없다.

시차 장벽을 이용한 무안경식 3차원 디스플레이. 렌티큘라 렌즈를 이용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②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Light Field Display)
무안경식 3차원 디스플레이는 안경식 3차원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입체감을 느끼는 요소인 양안 시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는 영상물 앞에 특수한 슬릿을 설치함으로써 좌안과 우안이 볼 수 있는 픽셀을 다르게 해 받아들이는 영상을 다르게 한다. 관찰자는 이때 안경을 쓰지 않고도 양안 시차에 의해 입체감을 느끼게 되며, 원통형 렌즈를 나열해 빛을 굴절시키는 방법으로 좌안과 우안이 서로 다른 픽셀을 보게 하는 렌타큘라 렌즈를 이용해도 같은 효과를 얻는다. 이 기술은 모바일,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영상 1]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

③ 3차원 홀로그램 방식(Volumetric Display)
3차원 방식의 경우 실제 공간에 빛을 쏴 입체적인 빛의 흐름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움직임과 관계없이 모든 시점에서 사물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홀로그램이 이와 같은 방식이다. [그림 4]는 ‘어밴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속 홀로그램 모습을 보여준다. 홀로그램은 빛의 간섭현상에 의해 입체 영상이 구현되는 것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있다. 디지털 방식은 수학적 계산과 처리를 통해 간섭 무늬를 만들고 데이터로 기록하여 3D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다.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기록되는 이미지를 가간섭성이 있는 광원을 활용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가간섭성이란 길다란 실 같은 빛의 성질을 의미한다. 형광등, 백열등, LED등은 이런 간섭성이 없어, 짧은 실 조각 같은 광선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홀로그램은 광선들이 서로 만나 ‘간섭’하는 원리를 통해 이미지를 형성한다. 광선들이 ‘보강 간섭’하는 위치에서 밝은 빛으로 된 ‘점’이 생기고 이런 ‘점’을 수천 수만 개씩 원하는 이미지 패턴으로 만들어 주면 공간에 떠있는 3차원 입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간섭’으로 이뤄지는 빛의 점들이 디스플레이로 얘기하면 ‘픽셀’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동영상 2] 3D Volumetric Display 예시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 필요

3D 디스플레이 기술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기술은 특수안경을 쓰지 않는 무안경 방식이다. 무안경 3차원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현재까지의 평면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새 영상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안경 없이 TV, 모니터, 휴대용 표시기기 등을 입체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의료 현장의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에서 보듯 3D 영상 시스템은 의료에 입체적이고 정밀한 정보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게 해 정보 이해도와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환자 환부에 여러 개 구멍을 뚫은 뒤 복강경 수술 기구 대신 3차원 확대 영상의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넣고 의사가 몇 미터 떨어진 콘솔에서 원격 조정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3D의 높은 해상도를 기반으로 최대 15배로 확대한 이미지로 좋은 수술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수술하는 의사의 손 움직임이 디지털화돼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D 기술은 자동차 운전과 비행, 전투기 비행, 모터보트 면허 교습 등 교육과 전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도 입체적인 시각정보를 제공한다. 실제상황과 다르지 않은 교육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3D는 기술적 완성도와 컨텐츠가 결합하면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특수안경의 불편함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품질이 우수한 3D 컨텐츠 시장이 축소되고 안경방식의 3D 영역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장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은 다 시점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정 개수의 위치에 다른 영상을 볼 수 있게 해 특수안경 없이 입체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특수 안경 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제한돼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 수가 매우 적다. 이를 영화관처럼 다수가 볼 수 있게 범위를 넓히려면 입체 영상 해상도가 낮아진다. 고해상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해상도에 불만이 생기게 될 우려가 있다. 무안경 방식은 안경 방식보다 화질이 나쁘고 심하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KIST에서 안면추적 방식의 상용 3D 노트북과 유사한 형태의 안구추적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IST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관련 원천 특허 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또한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용근 물리학과 교수와 박종찬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전 KAIST 연구원) 연구팀이 간단한 박막 추가로 3차원 홀로그래픽 영상크기와 시야 각을 대폭 늘린 무안경 홀로그래픽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복잡한 시스템이나 안경 없이 3차원 홀로그래픽 이미지를 볼 수 있는 대면적·광시야각 디스플레이 기술이 개발돼 기존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과 호환할 수 있는 초박형 구조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없앤 디스플레이를 보게 돼 우리 삶에 영향을 줄 날이 머지않았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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