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호부터 하트 기호까지, 다양한 기호와 그 유래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어린 시절, 숫자를 배울 때부터 봐온 연산 기호 ‘+’와 ‘-‘ 기호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는 더한다는 뜻의 라틴어 ‘at’을 빠르게 쓰다 보니 ‘+’와 비슷한 모양으로 남게 됐고, ‘-‘ 기호도 모자라다는 뜻의 ‘minus(미누스)’의 첫 글자 m을 빨리 쓰다가 ‘-‘의 모양이 됐다고 전해진다.

편리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기호들. 다른 것도 아닌 ‘기호’가 됐다는 건, 그만큼 사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호들의 탄생 비화는 알고 보면 꽤나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소소한 역사적 지식과 함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기호의 유래 몇 가지를 소개한다.

 

엔터

엔터키의 화살표 기호는 타자기의 줄 바꿈 동작에서 유래됐다. 타자기는 타자를 치다가 줄을 바꾸고 싶을 때, 오른쪽 옆에 달린 휠을 이용해 종이를 올린 다음, 왼쪽으로 밀어 자판의 위치를 조정한다. 이와 같은 글자 시작점의 이동 방향을 엔터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컴퓨터가 개발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땐, 엔터키엔 줄을 아래로 바꾸는 명령어만 입력 가능해, 타자기처럼 수동으로 커서의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하지만 줄을 바꿀 때마다 커서 위치를 일일이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엔터키 기능이 도입된 것이다. 지금은 커서의 위치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명령어가 추가돼, 엔터키만 눌러도 다음 줄의 제일 왼쪽부터 바로 타자를 칠 수 있다.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들을 무선 연결할 경우, 독특한 모양의 블루투스 기호를 항상 마주하게 된다. 블루투스는 900년대 후반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통일시킨 바이킹 왕 헤롤드 블루투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왜 헤롤드 블루투스의 이름을 따온 걸까?

그는 협상만으로 왕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한 인물로 전해진다. 개발자는 그의 업적과 정신이 PC 산업과 무선 통신 산업의 교류를 위한 기술과 일맥상통한다고 느낀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름에서 따온 이니셜 H와 B를 덴마크의 룬 문자로 표현하고 합성해, 지금의 블루투스 기호가 완성됐다.

 

달러 '$'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을 나타내는 기호 ‘₩’는 영어 원(Won)의 첫 글자 W에 옆줄을 그은 모양이다. 이처럼 화폐 기호는 해당 국가가 사용하는 통화의 첫 대문자에서 따온 것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달러(Dollar)는 D로 시작돼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지금 보는 ‘$’가 아니고 말이다! 왜 D를 이용한 기호가 아닌, ‘$’를 쓰는 걸까? 여기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우선 미국이 왜 달러라는 화폐를 사용하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달러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달러는 유럽에서 널리 쓰이던 요하임스탈러굴더(Joachimsthaler)라고 불리는 은화였으나, 이름이 너무 길어 불편한 나머지 탈러(Tharler)로 정착됐다. 탈러는 400여 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화폐였다. 

탈러는 스페인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졌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담배, 밀, 면화를 수출하는 대가로, 스페인의 은화를 받아 그대로 사용했다. 지배국이었던 영국이 화폐 가치 유지를 위해 식민지에서 파운드화 유통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후 1776년 독립한 미국은 영국에 대한 반발심으로 새 화폐로 달러를 선택했고, 토마스 재퍼슨 대통령 재임 시기인 1785년 7월 달러를 정식 화폐 단위로 선포했다.

그렇다면 왜 달러는 ‘$’ 기호를 쓰게 됐을까? 유력한 설로는 미국이 식민 지배당할 당시 스페인의 은화를 사용해, 스페인의 S에서 따왔다는 것, 독립 전 사용하던 멕시코 지방의 8리알 스페인 은화를 당시 'l8l'로 표시하던 것이 변형된 것이라는 의견들이 존재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통화인 만큼 가설도 다양하고, 개인이나 사회의 문화적인 통념에 따라 여러가지 의견이 나타난다.

 

USB

USB의 기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넵튠의 삼지창 트라던트(Trident)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끝이 둥글고, 삼각·사각 등 다양한 형태의 장치를 USB 포트에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투표 기호

제17대 대통령선거 기표용구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기호는 1985년도 전까지 ‘O'자 모양의 직인을 사용했다. 그러나 상하, 좌우 구분이 없는 ‘O' 모양은 용지를 접었을 경우, 인주가 다른 곳에 묻어나기 쉬웠다. 이로 인해 개표 시 누구를 찍었는지 혼란을 빚어, 무효표 처리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선 동그라미 안에 ‘사람 인(人)’ 글자 모양이 들어간 도장을 사용했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접었을 때 상하 구분은 됐으나, 좌우 대칭인 모양이라 이 역시 혼란을 빚었다.

그리하여 2년 후, 동그라미 안에 ‘사람 인(人)’이 아닌 ‘점 복(卜)’ 자를 활용한 투표 도장이 등장하게 됐다. ‘점 복(卜)’ 자는 상하, 좌우 대칭을 이루지 않아, 무효 표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 기호가 현재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전원

전원 버튼 모양은 이진법을 활용한 기호다. 막대기 모양은 숫자 1을 뜻하고, o모양은 숫자 0을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공학자들은 이진법을 활용해, 전원의 ‘켜짐’은 1로 ‘꺼짐’은 0으로 표기했었다. 종전 후 전원이라는 아이콘이 필요해지자, 국제 전기 표준 회의가 두 숫자를 조합해 전원 아이콘을 디자인한 것이다.

 

하트 '♡'

흔히들 사랑을 표현할 때 하트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 생김새는 꽤 다르다. 그렇다면 이 하트 기호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하트 기호의 유래에도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심장을 보고 만들었다는 설과 여성의 엉덩이를 보고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여러 가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1세기에 멸종한 ‘실피움’이라는 식물의 씨앗 모양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실피움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존재한 식물이다. 요리뿐 아니라 피임과 낙태에 사용돼, 당시에 자유로운 성관계와 사랑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너무 많아 멸종됐지만, 당시 그리스 도시 키레네에선 실피움의 모양을 본떠 은화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 '♀'

남성과 여성을 나타내는 성별기호 '♂(남성)', '♀(여성)'은 점성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화성(Mars)은 그리스 신화 속 전쟁의 신 아레스(Ares)를 상징하며, 아레스가 손에 쥔 창과 방패를 나타내는 표시로 '♂'가 만들어졌다. 금성(Venus)은 아프로디테(Aphrodite)를 상징하고, 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답게 거울을 보고 있는 모습이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는 아프로디테의 거울이 형상화된 기호다.

흥미로운 점은, 신화에 따르면 이 성별 기호를 탄생시킨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오랜 시간 밀회를 즐겼던 연인이라는 점이다. 역시 전쟁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까?

 

이메일 기호 '@'

이메일 기호 ‘@’는 영어 단어 at을 의미한다. 종이가 귀해서 글을 줄여쓰는 습관은 중세부터 존재했다. 이 당시엔 ‘~에’ 혹은 ‘~으로부터’라는 뜻인 at을 '@'로 쓰게 된 것이다. 1972년 7월 이메일을 발명한 레이 톰린스가 이메일 기호로 '@'를 제안하였고, 더 이상 종이로 서신을 전달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기존의 ‘@’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우리나라에선 골뱅이라 부르는 ‘@’를 프랑스에서는 달팽이로, 네덜란드에서는 원숭이 꼬리로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기호들은 아무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 통용돼 쓰이는 만큼, 보편적으로 납득할만한 의미들이 담겨 있다. 시대가 다각도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또 어떤 새로운 것이 기호화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기호는 시대를 읽을 수 있는 ‘Key Sign’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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